제저벨과 함께 모험

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링커 바이러스로 유전자 변이가 생기고, 그 이후에 링커우주, 크루소알파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분명 열심히 읽었는데 세계관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은 없다 ㅋㅋㅋ '우주'라는 키워드가 매력적이지만 꽤나 난해했던 책. 

제목인 제저벨은 배의 이름이다. 제저벨의 선장과 또 다른 배인 로즈살라비 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서사는 꽤나 자세하다. 작가 인터뷰를 좀 찾아보니, 1인칭 시점으로 길게 이야기하는걸 좋아한다고 하신다. 1인칭 시점이라 읽는 것도 조금 더 편했다. 역시 SF 답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생물체나 상황들이 나오는건 신선했다. 무기를 생산하는 자궁, 전쟁이야기가 나오는 '시드니' 챕터가 제일 재밌었다. 곰인형같은 선장, 고양이같은 항해사 등 정체모를 사람들과 배타고 여기저기 모험하는 기분이 든다. 

다만,, 정체 모를 단어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 아무리봐도 '이게뭐지?'싶은 단어들이 꽤 많이 나와서 읽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베들레헴, 드루스탄, 몬소피아 등 등장인물이나 장소 이름도 직관적이지는 않았고, 처음에는 메모도 해가며 읽었는데 중반부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읽었다. 작가님이 접했던 외국의 sf 드라마, 영화 (특히 할리우드) 에 관한 내용이 간간이 나오는데 나한텐 다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라 더 난해했다. 진짜 외계행성에 혼자 뚝 떨어져서 멀뚱멀뚱 서 있는 기분이랄까. 

뭔가 재밌는 것 같은데 ,, 뭔가 어렵고 복잡한 이 기분,, 다른 독자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듀나작가의 다른 작품인 <브로콜리평원의혈투>를 먼저 보면 좀 더 이해가 잘 간다고 한다.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링커우주' '링커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이 <브로콜리평원의혈투>에 있다고 한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질병이나 장애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할아버지를 간호하던 할머니, 최근 허리디스크가 터져 부모님의 돌봄을 받으며 수술을 준비하던 친구, 2년전 태어나 온 가족의 예쁨과 돌봄을 받고있는 조카까지. 전 생에 걸쳐 ‘돌봄’이라는 키워드는 중요하다.

이 책은 몸의 돌봄으로 시작해서, 제도로서의 돌봄, 가치관으로서의 돌봄을 담고 있다. 이 분야 만큼은 ! 1년 전에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어서 좀 익숙하게 읽었다. 돌봄과 교육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한 ‘교육’ 챕터와 독일의 복지사례를 담은 ‘혁명’ 챕터가 가장 새롭고 인상적이었다.

질병, 장애, 노동과 관련된 앞부분은 ‘조금 더 깊이있는 내용이 많은데 왜 이정도에서 끝났지?’ 하는 아쉬움까지 있었다. 지면의 한계겠지만, 오히려 작가들이 독자한테 준 숙제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중에 실제 시행 중이거나 실패한 정책은 무엇인지, 왜 실패했는지, 또 다른 보완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해외의 사례는 무엇이 있고, 한국의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 할 수 있는지, 없다면 왜그런지. 뭔가 ,, 당장이라도 누군가랑 토론하고 이야기나누고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소중한 시간, 가짜노동으로 보낼 수 없다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책이 중간중간 팩트폭행을 하는데 뚜드려맞는게 나였다,, 나같은 사무직 분들은 읽으면 어느정도 뜨끔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꺼다. 1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인데 굳이 시간을 늘려서 하거나, 의미없는 회의를 계속하거나, 비효율적인 페이퍼 업무를 하는 등 보여주기식의 가짜노동을 다룬 책이다. 논문이나 연구 내용도 많이 실려있고, 나한텐 책이 좀 어려워서 읽는데 일주일도 넘게 걸렸다,,

회사에 근무한지 약 1년이 되어가고, '내가 회사에서 시간을 잘 사용하고 있는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반복적인 업무는 하면 할수록 숙달되고, 나만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나가게 된다. 그러다보면 동일한 업무지만 수행시간이 줄고, 이 남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요즘따라 '회사에서 왜이렇게 남는 시간이 생기지?' 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보면 좀 부끄럽기도 했다. 물론, 일은 없다가도 있는거라 바쁠 땐 또 바쁘게 일 한다. 그래도 너무 의미없는 공백시간을 갖지 않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수시로 발생하는 업무에 먼저 지원하거나, 여유가 되면 독서를 하는 등으로 말이다.

회의시간을 줄이거나, 일/휴식 시간을 조정하거나,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책의 해결방안들이 조금은 뻔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쯤은 내 업무시간과 방식을 곰곰이 돌이켜보며 지루함, 수치심, 번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재수사 1

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강력1팀 형사들이 수사아이템 회의를 하다가, 22년 전 발생한 미제사건인 신촌살인사건의 재수사를 하게 된다. 증거능력이 희미해진 증거품을 갖고 피해자 주변인물의 옛기억을 캐물으며 재수사에 돌입한 경찰과, 철학적이면서도 궤변같은 논리를 펼치는 살인범의 시점이 번갈아서 나온다.
거의 3-4페이지마다 시점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조금 산만한 느낌은 있었다..

경찰 파트는 하나하나 사건을 캐나가는 재미가 있다. 22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방의 구조와 피해자의 상태를 상상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피해자에 관한 증언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점점 더 결말이 궁금해지게 된다.
살인범 파트는 도스토옙스키가 정말 많이 나오고 문장이 쉽지 않아서 철학책 보는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악인전의 연쇄살인범인 김성규 느낌이 좀 났다. 본인만의 이상하고 단단한 사고 안에 갇혀 끊임없이 합리화하면서 있어보이는 척, 멋진 척하는데 겁나 찌질한,, 느낌이랄까.

장강명 작가님 책은 <한국이 싫어서>만 읽어봤지만, 알쓸범잡을 자주봐서인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경찰, 살인사건, 미제사건을 다루는 다큐나 드라마를 평소에도 자주 봤어서 이 책도 영상 보듯이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범죄 장르나, 떡밥주듯이 실마리 하나하나 풀면서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가제본 서평이벤트라 1권만 받아봤는데 뒷 내용이 굉장히 궁금하다 ,, '야. 얘기를 왜 하다 말아.' 이런 느낌이다ㅋㅋ 1권에서는 전체적인 판이 깔아진 느낌이고, 본격적으로 사건이 매듭지어질 2권이 기대된다.

가보고 싶은 서점, 힐링장소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출판유통회사에 취직한 '오모리' 씨가 여러 서점을 방문하며,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유미코' 씨와 나눈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고바야시'는 일본의 성씨 중 하나다. 검색해보니 주로 서일본 쪽에 많이 분포한다고 되어있고, 책의 배경도 오사카이다.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주인공이 출판유통회사에 근무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봐야겠다'라고 고민하고, 책을 읽고, 독서회에 참여욕심을 내는 과정이 나랑도 좀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고를 하게 되고, 읽은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내용이 편안하고, 글도 어렵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다. 다 읽고나서 관련 기사를 좀 찾아보니, 책방의 주인인 '고바야시 유미코'의 이야기가 그대로 나와서 신기했다. 서점과 고객을 굉장히 사랑하는 분이신 것 같아서 나도 꼭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