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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고통 -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이기병 지음 / 아몬드 / 2023년 2월
평점 :
작가는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에서 3년간 근무 후, 환자의 고통과 진찰 사이의 간극을 깨닫고 인류학을 공부했다. 근무하며 만났던 환자들의 기록과, 돌봄, 진료, 고통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다. 의학+인문학이 같이 섞인 느낌의 책이라 재밌으면서도 조금 어려웠다.
꾀병인 줄 알았던 여성의 진단 결과는 갑상선암이었고, 하느님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치료를 거부하는 HIV 환자와는 연락이 끊겼다. 진드기병의 일종인 옴이 조선족 노동자 쉼터에 퍼졌지만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자주 실신하는 노동자를 보며 어떤 처방을 내릴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찰하며 삶과 죽음의 이분법적인 사고, 그 경계에 있는 '고통'에 대해 깨닫는 과정이 담겨있다.
환자의 사연과 상황을 재현하는 느낌이 들어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사례는, 환자의 몸은 하나여도 각 전공의에 따라 진찰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는 부분이다. 자주 실신해서 병원을 찾아온 이삿짐센터 외국인 노동자에게, 정형외과 의사는 아픈 허리를 주로 보고, 물리치료사는 코어근육을 이용한 짐 나르기 기법을 알려주며, 내과 의사는 미주신경성 실신을 의심하고, 신경외과에서는 뇌출혈을 의심한다.
질병과 치료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문제와도 관련 있다는 사례를 읽다 보면 왜 제목이 '연결된' 고통인지 알 수 있다. 외국인이기에 받았던 차별과 낙인, 트라우마 등이 질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환자의 상황을 다 들어주고,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사를 보니 감동이면서도, 이런 의사가 얼마나 많으려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