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조작의 비밀 -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왜, 사이비에 빠지고 마음을 지배당하는지, 그런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담은 책이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화두였던 JMS, 아가 동산 등 사이비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했는데, 작가는 이런 상황을 터널에 비유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외부와의 정보가 차단되어 있고 어두워서, 밝은 빛이 보이는 출구로 무작정 향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또한 옴진리교, 나치즘, 신체적인 고문 등의 사상 조작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여러 심리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왜' 심리 조작을 당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주체적이지 못하며, 주위 사람들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눈치 보는 '의존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심리 조작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유대감 회복과 자아의식 회복이 중요하며, 가족, 제3자, 국가의 개입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결국은 내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어쩌겠나. 내가 나를 지키고 방어해야지.


나도 요즘 사소한 가스라이팅 이슈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밤에 잠도 잘 못 잘 지경이었는데, 책 읽으면서 차분하게 환기시킨 것 같다. 내가 나를 지키고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잉반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끌벅적한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며 살기란 참,, 쉽지 않지만 자신만의 마음속 안전 기지를 굳건히 하자는 용기가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수의 꿈을 갖고 수영을 즐기는 주인공 ‘인챈티드’를 향한 그루밍 성범죄 소설로, 두껍지만 몰입감 있는 책이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뒤 가하는 성폭력을 말한다.

백인 중심의 학교와 마을에서 받는 미묘한 차별을 이겨내고자 모든 일에 열정적인 인챈티드는 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고, 슈퍼스타 ‘코리’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인챈티드는 11살 차이 나는 코리와의 가벼운 관계에서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 같은 짜릿한 착각에 빠지고, 머리를 기르거나, 몸을 드러내는 수영복을 피하는 등 코리의 입맛대로 바뀌게 된다. 자신을 통제하는 코리에게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던 중, 처음으로 방에 갇히게 되었을 때 무서움을 느꼈지만, 지속된 가스라이팅을 받은 인챈티드는 이마저도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고,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간다. ​

청소년을 향한 그루밍 성범죄의 심각성은 물론,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의 시선도 주목할 만하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집중하고,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그 시선을 이겨내고, 연대하는 작은 희망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청소년을 향한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이 따르기를 절실히 느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결된 고통 -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이기병 지음 / 아몬드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리봉동 외노의원 진찰의 상황을 재현해낸 작가의 회고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결된 고통 -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이기병 지음 / 아몬드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에서 3년간 근무 후, 환자의 고통과 진찰 사이의 간극을 깨닫고 인류학을 공부했다. 근무하며 만났던 환자들의 기록과, 돌봄, 진료, 고통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다. 의학+인문학이 같이 섞인 느낌의 책이라 재밌으면서도 조금 어려웠다.

꾀병인 줄 알았던 여성의 진단 결과는 갑상선암이었고, 하느님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치료를 거부하는 HIV 환자와는 연락이 끊겼다. 진드기병의 일종인 옴이 조선족 노동자 쉼터에 퍼졌지만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자주 실신하는 노동자를 보며 어떤 처방을 내릴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찰하며 삶과 죽음의 이분법적인 사고, 그 경계에 있는 '고통'에 대해 깨닫는 과정이 담겨있다.

환자의 사연과 상황을 재현하는 느낌이 들어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사례는, 환자의 몸은 하나여도 각 전공의에 따라 진찰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는 부분이다. 자주 실신해서 병원을 찾아온 이삿짐센터 외국인 노동자에게, 정형외과 의사는 아픈 허리를 주로 보고, 물리치료사는 코어근육을 이용한 짐 나르기 기법을 알려주며, 내과 의사는 미주신경성 실신을 의심하고, 신경외과에서는 뇌출혈을 의심한다.

질병과 치료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문제와도 관련 있다는 사례를 읽다 보면 왜 제목이 '연결된' 고통인지 알 수 있다. 외국인이기에 받았던 차별과 낙인, 트라우마 등이 질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환자의 상황을 다 들어주고,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사를 보니 감동이면서도, 이런 의사가 얼마나 많으려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F 장르가 유명해지면서 비슷한 느낌의 SF 소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책은 뭔가 더 독특하다. 자음이나 어미(語尾), 판소리 등 언어를 소재로 한 단편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시간이 양방향으로 흐른다면, 시제는 어떤 식으로 변형될까. 단편 '미래과거시제'에서는 특이한 어미 '암/엄'을 사용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먼 미래에 사용하는 언어는 지금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롭게 읽었다.
로봇화로 생산량이 급증하며, 반대로 수요만 하는 로봇이 탄생한 세상 '수요곡선의 수호자', 우주선 안에서 종이접기를 통해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이야기인 '접히는 신들' 이 제일 참신하고 재밌었다.
ㅊㅋㅍㅌ 를 쓰지 않은 단편이라던가 ,, 판소리 SF라던가 ,, 이해가 아예 안 가는 단편도 있었다.

영감을 받은 소재, 단편을 적은 시기 등이 <작가노트> 형식으로 매 단편 끝부분에 실려있다. 단편 여러 개를 읽다 보면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는 느낌도 있는데, 작가노트가 있으니 단편 사이를 확실히 끊어가는 느낌이라 읽기 편했다. 각 단편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 그때그때 떠오른 단상을 풀어낸 메모장 느낌이 들어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