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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가수의 꿈을 갖고 수영을 즐기는 주인공 ‘인챈티드’를 향한 그루밍 성범죄 소설로, 두껍지만 몰입감 있는 책이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뒤 가하는 성폭력을 말한다.
백인 중심의 학교와 마을에서 받는 미묘한 차별을 이겨내고자 모든 일에 열정적인 인챈티드는 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고, 슈퍼스타 ‘코리’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인챈티드는 11살 차이 나는 코리와의 가벼운 관계에서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 같은 짜릿한 착각에 빠지고, 머리를 기르거나, 몸을 드러내는 수영복을 피하는 등 코리의 입맛대로 바뀌게 된다. 자신을 통제하는 코리에게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던 중, 처음으로 방에 갇히게 되었을 때 무서움을 느꼈지만, 지속된 가스라이팅을 받은 인챈티드는 이마저도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고,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간다.
청소년을 향한 그루밍 성범죄의 심각성은 물론,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의 시선도 주목할 만하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집중하고,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그 시선을 이겨내고, 연대하는 작은 희망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청소년을 향한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이 따르기를 절실히 느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