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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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할머니는 국민학교 재학 중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졸업도 하지 못한 채로 시장에서 돈을 벌며 가족을 위해 일했다. 행자 할머니의 아들은 엄마가 집에서 쉬며 손녀도 봐주기를 바랐지만, 행자 할머니의 학구열을 막을 순 없었고, 샛별야학 전단지에 이끌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등교한다. 유인물 글씨가 너무 작다고 투덜대는 할머니도 있는 반면, 행자 할머니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국어와 영어를 배우게 되고,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게 현장실습도 떠나지만, 평소 문제 많았던 엄필숙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들이 싸우게 되며 균열이 생긴다. 이후 학교가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바뀐 건물주가 퇴거 요청을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방법 위반이나 교통위반 등으로 지자체에서 민원신고가 들어오며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아들 부부도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나며 손녀를 봐달라고 넌지시 부탁하는 상황에서, 행자 할머니는 자신과, 가족과, 졸업라는 꿈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


어린 나이에는 남존여비 사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돈을 벌어야 했고,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할머니로 살아야 했던 행자 할머니가 야학에 도전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정말 어디 가지 않는지 역시나 여러 사람 모인 곳에는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인가 ,, '나는 못 배운 년이지만 내 아들은 외제차 끌고 다니는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엄필숙 할머니가 미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전체적으로 책이 심심하긴 하지만 표지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라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행자 할머니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할머니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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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 별의별 퀘스트를 다 깨는 에디터들의 인생 성장기
오한별.유승현.김희성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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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나와 정 반대 상황인 프리랜서들의 일상과 열정이 궁금해서 읽어봤다. 난 진짜 게을러서 9to6도 겨우 지키는데,, ㅎ,, 요즘 주변에서 휴직, 퇴사 얘기가 많이 들리던데, 나도 회사가 마음에 안 들거나 더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다면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다. 물론 지금 하는 거 잘 해내는 것도 용기다. 주 5일 민원응대? 엄청난 용기야.


세 명의 잡지 에디터가 프리랜서를 하게 된 계기와 장단점, 자신만의 규칙들과 삶을 적었다. 인간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과 일상의 구분이 어렵고, 스승을 찾기 어렵고, 책임을 많이 져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단점을 극복하고자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과 아침 줌 모임으로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도 하고, 취미생활이나 마감시간을 확실하게 정해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들이 불안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였다.


세 에디터의 글을 읽다 보니 각자의 특징이나 성격이 확연히 차이 나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 작가는 자유로움과 소확행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느꼈고, 두 번째 작가는 배움에 갈망이 있으며 효율적인 성격이라고 느꼈다. 또, 세 번째 작가는 시간을 매우 알차게 쓰고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요즘 일하면서 차분함을 잃어가길래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은데 열심히, 꾸준히 삶을 가꾸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나도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행복한 일들과 효율적인 버팀목은 뭐가 있나 생각해보게 됐고, 잊지 않으려고 다이어리에 적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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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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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신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메디움' 후안은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기사단'에게 몸도, 마음도 이용당하고 아들 가스파르만은 꼭 지키고자 한다. 아들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비정상적인 애정으로 이어져 아들이 칭얼거려도 뺨 때리고 모질게 굴며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자의 삶을 산다. 후안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가스파르는 자신도 모르게 쌓아왔던 반발심과 굴욕감을 드러내게 되고,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아빠와, 아빠의 비정상적인 애정 속에 트라우마를 받아 가는 아들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인상적이다.


2권은 후안의 과거와 기사단의 추악한 모습들로 시작한다. 기사단은 메디움인 후안을 소유하기 위해 그의 부모를 차례로 죽여왔으며, 피와 정액 냄새로 가득찬 그들만의 의식, '성적 마법'이라며 강간하는 잔인함을 보인다. 기사단과 메디움의 잔인한 관계를 알아가며 청소년기를 맞은 가스파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트라우마, 유전적으로 받은 메디움의 능력을 갖고 어떻게 기사단과 대립할지 결말이 궁금해지는 내용이다. 


1권은 비밀이 많아 혼란스럽고 갑갑한 느낌이었다면, 2권에서부터는 스토리가 하나씩 풀려 읽는 재미가 더 있었다. 2권 합해 약 1000쪽 분량이라 양은 상당하지만 기사단, 어둠의 신, 저주, 소환술 등 오컬트적인 요소나 잔인한 묘사들이 자극적이라 계속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남미 소설은 처음인 것 같은데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배경을 안다면, 아는 만큼 좀 더 재밌을 것 같다. 애플TV에서 영상화 확정이라고 한다. 책 읽는 내내 어두침침한 방 안에서 읽는 기분이었는데, 어떻게 영상화 될 지 궁금하다. 오컬트, 고딕 소설, 음험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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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홍콩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로 만든 홍콩 여행 가이드 총정리,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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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도시 홍콩에 대한 최신 정보를 한권에 담은 여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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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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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관심이 많지 않아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다. 일반적인 고전 책보다는 좀 쉬울 것 같아 도전해 봤는데 분량도 내용도 딱 적당했다. 1장에서는 헤세가 연구해왔던 사상들과 종교, 2장에서는 헤세의 믿음, 3장에서는 1910~1916년 동안 기록한 고찰들이 나와있다.



1장에서 힌두교, 고대 인도 철학, 중국 사상 등 다양한 분야의 종교에 대해 헤세가 연구하고 느낀 바가 나와있는데 종교가 없는 나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힌두교는 특정 사상에 뿌리 두지 않고, 규율이 없는데도 새로운 형태로 모습을 바꾸며 유지된다는 특징이 있고, 고대 인도 철학은 유머 넘치는 신화나 악마, 우주 등 다채롭고 신비로운 느낌이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 사상가들은 실질적으로 삶과 가족, 국가에 도움 되는 정신 수련이나 나라 통치와 관련된 문장들이 많다. 다양한 종교가 품고 있는 문화적, 지리적 특성이 쉽게 쏙쏙 읽힌다.



2장에서는 헤세가 가장 흥미로워했던 '인간 성숙의 3단계'와 ‘인간의 두 가지 근본적인 유형’이 나온다. 인간은 순수함에서 시작해서, 선악을 깨닫고, 문화와 도덕에 융화되어 종교나 인류 이상의 것에 믿음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선악을 깨닫게 되면 이전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또한, 인간은 현실적인 인간과 종교적인 인간이 존재한다고 봤으며, 각 유형의 특징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다. 나는 어떤 쪽에 속하는 인간일까 고민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



3부에서는 1910~1916년 동안 기록한 고찰과 편지 모음으로, 종교의 믿음과 가치, 철학적인 사유, 권력다툼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있다. 짧은 글 모음이라 읽기도 편하고, 아침저녁으로 한 문단씩 읽으면 마음 정리하기도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종교에 빠지기보다는 여러가지 종교와 신에 관심을 가졌던 헤세의 연구가 신기했고, 나는 믿는 종교는 없지만 신화 이야기를 좋아해서 고대 인도 철학이 관심 갔다. 종교가 있다면 다른 종교는 어떤 문화를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종교가 없다면 헤세가 왜 ‘믿음’을 강조했고, 종교적인 인간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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