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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ㅣ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11개의 단편이고, 표지에서도 보이듯이, 뇌에 관련된 챕터가 대부분이었다. 사고당한 남편의 뇌를 자궁에 넣어 키우는 <적절한 사랑>, 의뇌를 이용해 감각과 생각을 조절하는 <내가 행복한 이유>,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대뇌 임플란트 기술을 이용하는 <행동 공리>, 뇌 속에 내 모든 것들을 복사한 ‘루비’가 있어서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내가 되는 법 배우기>, 알 수 없는 감염병의 경로를 추적해나가는 <실버파이어> 등 흥미로운 첨단의료기술 소재가 많았다. 생명과학관련 용어들이 자세하게 나와서 중간중간 멘붕왔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 그리고, 생각보다 섹슈얼한 부분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 ㅋㅋㅋㅋ 맥락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달까.
모든 챕터에 흥미로운 소재와 무한한 상상력이 가득했지만, <적절한 사랑>과 <내가 되는 법 배우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적절한 사랑>에서는 기차사고를 당한 남편의 새로운 몸을 만드는 2년 동안, 남편의 뇌를 아내의 자궁에 넣어 임신 중인 상태처럼 보관한다. 임신 10개월도 힘들텐데 무려 2년동안,,! 소재가 독특하고 꽤,, 괴상했지만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며 읽었다.
<내가 되는 법 배우기> 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진짜’ 나는 무엇인가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 만약, 내 뇌를 똑같이 복제해놓은 뇌가 있다면, 생명을 다 해가는 인간의 뇌를 위해 복제해놓은 인공 뇌를 점차 옮겨놓는다면, 그때도 나는 내가 맞는지, 나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인공관절이나 인공디스크 처럼 내 뇌의 일부를 인공 뇌로 바꾸는건 ? 그렇게 바꾼 인공 뇌로 생각하고 감각하는 나는 여전히 나인지. 여러모로 신선한 고민을 해볼 수 있었다. 어릴 때 복제인간 영화인 ‘아일랜드’ 보면서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또 생각났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은데, 진짜 일어날 것 같아 무서운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