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밤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 보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표정을 보면 정말 예뻐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별 거 아닌 것에도 깔깔 웃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만큼 건강해 보이는 것도 없지요. <달밤>에 나오는 아이들도 번쩍 날아다니면서 즐겁게 놀아요. 사자 덕분에 달밤에 모여 힘차게 뛰어 다니지요. 사람 잡아먹는 사자가 짠하고 나타나서 아이들을 몰고 다니면서 놀다니...앞으로는 사자를 달리 생각하겠어요. 친근하고 재미있는 친구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아파트 촌은 제 눈에도 답답해 보여요. 까만 세상에 불빛만 찬란하게 반짝일 때, 절로 외로움이 느껴지지요.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만 혼자 남아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 생각도 궁금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으니 고향처럼 여겨질까요. 글쎄요. 아파트가 편하고 좋은 점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땅만큼 좋은 곳도 없는 듯해요. 주말에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겨울에도 땀을 흘리면서 뛰어 다녀요. 아랫집 생각해서 조용히 놀라고 잔소리 듣다가 실컷 뛰어 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니 ..얼마나 신나고 즐거울까요.
그림책 <달밤>에 나오는 사자는 아이들을 끌어모으는 멋진 친구예요. 심심해 하던 아이가 사자를 보고 밖으로 나와요. 무서워서 도망갈 것 같은데, 역시 아이들의 호기심은 못 말리지요. 사자의 갈기는 정말 화려해요. 아이들을 끌어내기 충분하지요. 털을 휘날리면서 이리 저리 휙휙 다니는 사자의 움직임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마치 속도를 멈추지 못할 듯, 엄청 빠르게 움직이지요. 쌩쌩 달리고 날아다니는 순간이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요. 펜으로 반복해서 그려진 손길이 아이들과 사자의 엄청난 움직임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어요. 그림책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어떻게 그런 속도감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신기해요.
사자와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건가요. 사자와 신나게 놀던 아이들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지네요. 고요해지고 어두워지면서 다시 침묵의 도시가 됩니다. 언제 정신없이 뛰어 놀았는지, 꿈만 같지요. 아이에게 다시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지만, 아이는 꿈 꿀 것 같아요. 또 다시 사자를 만나고 친구들을 모아 신나게 놀아보고 싶은 꿈이요.
<달밤>에 나오는 사자의 모습을 살펴보면 정말 귀여워요. 처음에는 콧구멍이 점인 줄 알고 아이가 깔깔 대면서 웃었어요. 사자의 표정이 어찌나 순박하고 착해보이는지..만만한 친구처럼 보였어요. 갑자기 털을 세워 날아다니면서 아이들과 어울릴 때는 힘 세고 멋진 형님 같기도 했어요. 아이들을 지켜주고 이끌어주는 동네 형님이요.
그림속에 속력을 느낄 수 있는 힘이 숨어 있어요. 이혜리 작가의 다른 그림책 <달려>의 그림을 봤는데요,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그림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달밤>에서는 속도 뿐만 아니라 섬세한 움직임과 발랄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붓과 펜으로 살아있는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진진 해요. 조용하면서도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쯤 상상속의 동물,너무 무서워서 감히 친구라 여기기 힘든, 사자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행복해 하는 것 같았어요. 사자처럼 씩씩하게, 친구들처럼 밝고 활기차게,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떠들고 웃고 신나게 즐기면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