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숍앤센터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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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작가의 『셸리 숍앤센터』는 제목부터 조금 낯설고, 설정은 더 낯선 소설이다.

이 작품의 배경에는 혁신적인 교통수단 ‘웨일홀’이 있다. 웨일홀은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술이지만, 일정 확률로 사람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그렇게 버려진 인체 기관들이 쌓여가자, 한 연구자는 그 기관들을 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그 존재가 바로 ‘프랑’이다.
프랑은 인간의 말을 배우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으며,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주문 제작된다. 하지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존재임에도 인간 사회에서 프랑은 사고팔 수 있는 ‘반려 생명체’에 가깝다.

필요할 때는 사랑받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버려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프랑들이 모이는 곳이 셸리 센터다.

이곳에는 인간 여자아이와 거의 구분되지 않을 만큼 인간과 똑같이 생긴 노엘과, 거대한 몸과 강한 공격성을 지닌 허슬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센터를 찾은 조해성이 노엘과 허슬을 함께 데려간다. 노엘에게는 센터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이지만, 조해성의 집에서 두 프랑은 자신들이 단순한 반려 존재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된다.

조해성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자 프랑의 능력과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노엘과 허슬을 있는 그대로의 생명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노엘과 허슬은 그의 집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자신들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로 취급되고 있는지, 그리고 인간과 프랑 사이에 얼마나 큰 권력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이 경험은 두 프랑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노엘은 인간과 거의 똑같이 생겼지만 프랑이고, 허슬은 인간과 전혀 다른 몸을 가졌지만 역시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다. 그런데 인간 사회는 그들의 감정이나 의지보다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버려진 인체 기관을 조합해 반려 생명체를 만든다는 설정은 꽤 독특하고 기괴하다. 그런데 막상 작품이 다루는 문제는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소유와 착취, 정상과 비정상,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 약자를 대하는 방식 같은 문제들이 ‘프랑’이라는 존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씁쓸했던 부분은 프랑들이 사람의 취향에 맞춰 주문 제작된다는 설정이었다.
예쁘고 귀엽고 특별하다는 이유로 선택받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버려진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학습하며 감정까지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인간에게는 결국 ‘내가 돈을 주고 산 존재’로 취급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특히 조해성이 노엘과 허슬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 점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겉으로는 둘을 선택해 데려가지만, 그 선택이 꼭 애정이나 보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말이 때로는 그 존재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소유하고 이용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씁쓸했다.

소설 속 미래 이야기인데도 지금 우리의 모습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는 동물을 대할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 판단할 때가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쓸모가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모습’에 가까운지를 기준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서 프랑이 필요할 때는 사랑받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소설 속 설정으로만 넘기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다움’이라는 말도 계속 생각하게 됐다.

소설 속 인간들은 오히려 프랑을 쉽게 사고팔고, 필요하면 이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버린다.
반대로 인간이 아닌 프랑들은 서로를 걱정하고, 상처받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정말 인간다운 존재는 누구일까.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누가 정하는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더 낮은 존재로 취급해도 되는지,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됐다.

버려진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 오히려 인간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야기였다.

나무옆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셸리숍앤센터 #설재인 #나무옆의자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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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이트메어
전건우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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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을 노리는 기자 최강우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과거에는 화평제약에서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 ‘힙노스’ 임상 실험에 참여한 적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집장에게 자극적인 특종 하나를 가져오라는 말을 듣고 나온 강우는 우연히 받은 부고를 보고 오수희를 떠올린다. 오수희는 예전에 힙노스 임상 실험에서 만났던 참가자였다.

장례식장에서 오수희의 남자친구 김철민을 만나게 되고, 그는 수희의 죽음이 뭔가 이상하다며 따로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 가 보니 김철민 역시 죽어 있다. 오수희와 김철민의 죽음은 모두 자살로 처리되는데, 이상한 점은 두 사람 모두 죽을 당시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것.

이 부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사람이 죽었는데 웃고 있었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섬뜩했다.

강우는 두 사람의 죽음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과거 힙노스 임상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오수희와 김철민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에서도 자살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힙노스를 향한 의심도 점점 커진다.

이 책은 귀신이 계속 나오거나 잔인한 장면으로 무섭게 만드는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 읽는 내내 은근히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오히려 사람의 마음과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그리고 정말 아무도 쉽게 믿을 수가 없다.
분명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치고,
이제는 이게 진실이겠지 싶으면 또 뒤집힌다.

읽으면서 나도 계속
‘이 사람 믿어도 되는 거 맞아?’
‘지금 이게 진짜야?’
하면서 의심하게 됐다.

이런 식으로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서 중간에 책을 덮기가 쉽지 않았다. 한 번 더 읽고, 한 장만 더 읽고 하다 보니 계속 넘어가게 되는 책이었다.

특히 죽은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설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래 웃는 얼굴은 좋은 느낌이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상하게 웃는 모습이 제일 무섭다.

그리고 결말은 정말…
“허걱.”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앞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그래서 이 책은 웬만하면 줄거리나 결말을 찾아보지 않고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 미리 알고 읽으면 확실히 재미가 줄어들 것 같다.

아무 정보 없이 최강우를 따라가면서 하나씩 진실을 확인해야 이 책의 반전과 긴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굿나이트메어》는 무조건 스포 없이 읽어야 하는 책.
반전 많은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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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의 핫 칙 샤먼
전효원 지음 / 반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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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LA에서 활동하는 단역 배우 스텔라 초이, 한국 이름 최별이다. OTT 드라마 〈보이지 않는 이웃들〉에서 젊은 무당 ‘이미치’ 역할을 맡으면서 갑자기 주목받게 된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연기였다. 촬영을 위해 무속인의 행동을 배우고, 카메라 앞에서 그럴듯하게 굿을 하고 귀신을 상대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이상한 일들이 계속된다는 것.

연기하면서 했던 행동이 현실에서도 묘하게 통하고,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본인은 어떻게든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사건은 점점 “이쯤 되면 진짜 아닌가?” 싶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설정만 보면 무겁고 음산한 퇴마물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책의 분위기는 꽤 다르다. 인물들이 지나치게 심각해지지 않고, 엉뚱한 대사와 행동이 툭툭 튀어나와 피식 웃게 된다.

그렇다고 계속 가볍게만 흘러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별이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가족과 종교 문제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고, 별은 그곳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오래된 상처까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러다 LA 코리아타운 지하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단순히 ‘귀신을 봤다’ 정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을 직접 겪게 된다.

배경인 LA 코리아타운도 꽤 인상적이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미국의 한인 사회에 한국식 무속과 교회 문화가 동시에 존재하고, 여기에 배우와 OTT 드라마 촬영장 이야기까지 더해진다. 미국 한복판에서 금줄을 치고 부적을 붙이고 굿을 하는 장면들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한국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무속 소재인데 장소가 LA로 바뀌니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배경 덕분에 흔한 오컬트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좋았던 건 별 주변에 ‘식구’가 하나씩 늘어나는 과정이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가족, 각자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강아지 위프까지.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고 각자 살아온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 사건을 함께 겪고, 밥을 같이 먹고, 서로를 걱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관계가 된다.

책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식구라는 게 꼭 피가 이어진 사람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상처를 알고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오컬트적인 사건보다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위프도 빼놓을 수 없다.
분명 무섭고 심각한 장면인데 강아지 하나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가 풀리기도 해서 읽으면서 몇 번 웃었다.

공포, 코미디, 가족 이야기, 성장물이 정신없이 섞여 있는데 이상하게 따로 놀지 않는다.

너무 무겁지 않은 오컬트 소설을 찾는 사람, 개성 강한 주인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팬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코리아타운의핫칙샤먼 #전효원 #반타 #오팬하우스 #오컬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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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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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밀실에서 누가 그를 죽였을까?

제목의 ‘후더닛(Whodunit)’이 ‘누가 범인인가’를 추리하는 미스터리를 뜻하듯, 《천 년의 후더닛》은 범인의 정체를 찾아가는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평범한 미스터리와는 다른 아주 특별한 조건이 하나 붙는다.

바로 ‘천 년’이라는 시간이다.

천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사이에 두고 과거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는 독특한 설정.

과연 여섯 사람은 천 년의 시간 속에 감춰진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천 년 뒤 깨어났더니, 한 사람이 죽어 있었다

인류 최초의 장기 냉동수면 실험에 일곱 명의 참가자가 자원한다.

그들이 냉동수면 장치인 ‘테그미네’에서 잠들어 있어야 하는 시간은 무려 천 년.

참가자들은 천 년 뒤 다시 눈을 뜨게 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긴 잠에 들어간다.

그리고 정말로 천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쿠란이 눈을 뜬다.

처음에는 그저 잠깐 잠들었다 깨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주변의 테그미네는 대부분 열려 있고, 함께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잠들었던 사람은 분명 일곱 명인데, 깨어난 사람은 여섯 명뿐이다.

나머지 한 사람인 시몬은 자신의 캡슐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그는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잠들어 있던 셸터는 천 년 동안 외부에서 누구도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렇다면 시몬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천 년 동안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던 밀실에서 살인이 일어났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궁금증을 제대로 자극한다.

‘누가?’에서 시작해 ‘언제?’까지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천 년 후의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읽다 보면 제목에서 ‘후더닛’만큼이나 ‘천 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통 추리소설을 읽으면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이 붙는다.

‘언제 죽였는가?’

모두가 천 년 동안 냉동수면 상태였다면 살인은 대체 언제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면 범인은 어떻게 시몬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시몬의 죽음에서 시작하지만 미스터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천 년 뒤 깨어난 사람들이 마주한 것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버린 세계다.

그들은 낯선 세계를 돌아다니며 과거의 흔적을 발견하고, 남겨진 기록과 단서들을 하나씩 맞춰나간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단순했던 질문이 점점 커진다.

누가 죽였을까?
어떻게 죽였을까?
언제 죽였을까?

SF + 밀실 미스터리 + 후더닛 + 천 년 후의 세계

처음에는 조금 낯선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이 조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천 년 뒤 깨어났더니 함께 잠들었던 사람 중 한 명이 죽어 있었다’는 설정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 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 그리고 그 시간 속에 감춰진 진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까지 더해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이야기였다.

그렇게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의문이 점점 더 큰 미스터리로 확장되는 과정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였다.

결말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 책은 정말 모르고 읽어야 재미있는 책이니까.

추리소설을 좋아하면서 조금 색다른 설정을 찾는 사람, SF는 좋아하지만 너무 어렵고 복잡한 작품은 부담스러운 사람, 그리고 작가가 던져놓은 단서를 하나하나 의심하며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밀실에서, 누가 그를 죽였을까?”

이 질문의 답이 궁금하다면 책이 출판되면 직접 확인해보시길.
사전서평단이라 너무 행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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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의 여름
루시 스티즈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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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조지프 애들레이드는 한때 파리 미술계를 휩쓸었지만 오랫동안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유명 화가 에두아르 타르튀포, ‘타타’를 취재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을 찾는다.

타타는 괴팍하고 변덕스러운 인물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지프를 자신의 그림 모델로 세우고, 조지프는 그의 집에 머물며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그 집에는 타타의 조카 에티도 함께 살고 있다. 에티는 어린 시절부터 타타와 함께 지내며 집안일과 식사를 챙기고, 그의 작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왔다. 타타의 생활과 그림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아온 인물이지만, 정작 에티 자신의 삶과 욕망은 오랫동안 타타의 뒤편에 가려져 있다.

조지프는 타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점차 에티에게도 관심을 갖게 된다. 에티가 그림과 색, 빛을 바라보는 감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도 그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티 역시 조지프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오랫동안 외면해온 감정과 꿈을 조금씩 돌아보게 된다.

한편 조지프 역시 전쟁과 가족에 대한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타타의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과거와 기억을 다시 마주하고, 예술가의 삶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타타와 에티의 관계, 에티의 과거, 그리고 타타의 작품 세계를 둘러싼 여러 비밀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에티는 자신이 평생 타타의 조카이자 조력자로만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각과 욕망을 따라 새로운 삶을 선택할 것인지 갈등하게 된다.

『에티의 여름』은 한 유명 화가를 취재하러 온 기자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점차 한 여성이 자신의 삶과 예술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사랑과 가족, 전쟁의 상처, 예술가로서의 욕망과 인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타타가 정말 답답하고 싫었다. 에티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불편해하고, 집 밖의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으며, 심지어 에티가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반기지 않는 모습이 너무 짜증났다.

타타가 에티를 의지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애정이 결국 에티를 자기 곁에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불편했다. 에티가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에티의 가능성을 막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에티의 엄마를 향했던 애정이 어떤 식으로 비뚤어져 에티에게까지 이어진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됐다. 어느 쪽이든 에티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 때문에 끝까지 타타에게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묘사가 정말 좋았다. 햇빛과 풀, 과일, 음식, 피부의 온기, 물감의 색과 질감 같은 것들이 눈앞에 바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했다. 문장을 읽는데 색이 보이고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여름 풍경이나 음식, 빛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정말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웠다. 이야기 자체는 전쟁과 상실, 억압처럼 무겁고 답답한 부분이 많은데도, 책 전체에는 이상할 만큼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래서 오히려 햇빛이나 과일의 색, 따뜻한 피부, 음식의 향 같은 평범한 감각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전쟁과 상실, 억압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계속 빛과 색, 음식과 식물, 몸의 감각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에티가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단순히 어떤 결심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다시 보고 느끼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타타 때문에 몇 번이나 속이 답답했지만, 그만큼 에티가 자기 삶을 조금씩 찾아가는 순간들이 더 반갑고 벅차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줄거리 자체보다도 햇빛, 초록빛, 과일의 색, 물감의 질감 같은 장면들이 오래 남는 책이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끝까지 푸릇푸릇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에티의 여름』의 가장 큰 매력처럼 느껴졌다.

@gbb_mom @dasanchaekbang @dasan_story
♥<단단한 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어요.

#에티의여름 #루시스티즈 #다산책방 #단단한맘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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