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랙 푸들 ㅣ 래빗홀 YA
우신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8월
평점 :
처음 《블랙 푸들》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강아지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이 책은 피아노, 친구, 질투, 경쟁, 중독,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청소년 성장소설이었다.
주인공 표우수에게는 탁수현이라는 친구가 있다. 수현은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한다. 가까운 친구이지만 우수에게는 자꾸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부러워하면서도 괜히 미워지는 마음.
우수는 수현을 바라보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친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흔들리기도 한다.
그런 우수 앞에 어느 날 블랙 푸들의 모습을 한 메피스토가 나타난다. 그리고 초록색 알약 하나를 건넨다. 그 약을 먹으면 자신이 질투하는 사람의 재능과 매력, 능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위험하지만 굉장히 유혹적인 제안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의 능력을 그대로 가질 수 있다면.
늘 나를 비교하게 만들던 사람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면.
남들보다 앞설 수 있다면.
우수는 결국 그 유혹에 흔들린다.
하지만 이 계약에는 조건이 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것.
처음에는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 같다. 집중도 잘되고, 능력도 좋아지고, 내가 원하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계속 의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를 끌고 가게 된다.
잘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남보다 앞서고 싶어서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왜 달리고 있는지도 잊어버린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달리는 힘이 아니라 멈출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마음.
잘해야 인정받을 것 같은 불안.
남보다 뒤처질까 봐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마음.
그런 감정을 무조건 없애야 할 것으로 밀어내는 대신, 우수는 조금씩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오각형’의 이미지는 이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혼자서 완벽한 오각형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하나의 오각형을 만들 수 있다.
혼자 완벽해지는 것은 어렵지만, 관계 속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는 친구를 질투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재능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부족함 때문에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결핍을 알고, 손을 내밀고, 함께 바라볼 무언가를 찾으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청소년 성장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다.
경쟁과 비교,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 약물과 중독, 성공에 대한 욕망까지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지친 사람에게 더 빨리 달리는 법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법을 이야기해 주는 소설이었다.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블랙푸들 #우신영 #래빗홀 #소설추천 #책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