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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도서협찬><서평단>
📚도서명 : 슬픈 호랑이
✏️저자명 : 네주 시노
🏢출판사 : 열린책들
📅출간일 : 2026년 03월 30일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한 저자가 쓴 자전 소설이자, 에세이, 회고록이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의붓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받게 된다.
그는 단순히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말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이유로 피해자에게도 같은 감정을 요구하며, 어린 주인공은 이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과 침묵 속에서 그 시간을 견디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주인공은 결국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곧바로 해결되지 않고, 여러 갈등과 과정을 거쳐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지고 결국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재판 이후에도 남아 있는 기억과 상처, 그리고 그 이후의 삶까지 이어지며 이야기는 계속된다. 또한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기보다, 기억과 사유가 뒤섞인 형태로 진행되며 다양한 문학 작품과 생각들이 함께 등장한다. 여러 문학작품이 소개되는데, 대부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라 🤭 나중에 하나씩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튜버님들이 많이 소개해 준 책이라 궁금했는데, 마침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당첨이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에게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무겁고 힘든 독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추게 되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쉽게 넘길 수 없는 순간들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의 시선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려 하는 장면에서는 불편함을 넘어서 묘한 혼란까지 느껴졌다.
“몇 년 동안 내가 그 마을에 돌아갈 때면 일부러 나를 알아보지 못한 척했지만, 그들이 나를 못 알아볼 리가 없다.
나는 마을에 대한 평판을 나쁘게 만들었다.
우리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치욕을 안겼다.” (p.296)
“그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나한테 그런 짓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고, 그의 가장 소중한 소원은 내가 그 대가로 자기를 사랑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에게 접근해 손을 대고 나를 쓰다듬기 시작한 것은 나와 더 긴밀하게 접촉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또 내가 다정한 모습을 보여 주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p.29)
가해자는 자신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하고, 그 사랑을 증명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같은 감정을 요구한다.
이 장면이 특히 불편했던 이유는, 폭력이 단순히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계속해서 정당화되고 반복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를 통해서 우리를 지배하려고 시도했다.” (p.100)
이 문장은 그 모든 장면을 설명해 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악을 무시할 수 없다. 악은 여기저기 도처에 있다.
악을 무시하거나 잊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 (p.350)
이 문장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도망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세계의 가장자리에서 버티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또한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털어놓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인상 깊었던 것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책 속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에게도 어떤 ‘취약함’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특히 어머니의 상황과 가족의 현실까지 함께 짊어지려는 모습에서는,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폭력은 단순히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 관계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말하는 순간 무엇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크게 다가왔다.
가족, 일상, 관계,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까지.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한다’는 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무언가를 포기하고 감수해야 하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말하게 되는 과정은,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부분 중 하나였다.
이 책은 읽고 나서도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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