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봉천동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원동웅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가게 주변에 제44 은하계 환승터미널이 생기면서 예상치 못한 삶에 휘말린다.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지구인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사연과 특성을 지닌 다양한 외계 존재들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설정이 너무 독특해서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SF 코미디일 줄 알았다. 봉천동 구멍가게에 은하계 환승터미널이라니, 상상 자체가 엉뚱하고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또 은근히 마음을 건드리는 이야기였다.
주인공 원동웅은 처음엔 투덜거리고 까칠한, 전형적인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 안에 있는 세심함과 다정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특히 말없이 미숫가루를 건네는 장면은 정말 별거 아닌데도 오래 남는다.
등장하는 외계 존재들도 단순히 특이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 속 다양한 ‘다름’을 떠올리게 한다. 소통이 어려운 존재, 고향을 잃은 존재, 차별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존재들까지… 읽다 보면 이들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들처럼 다가온다.
책 속에서 원동웅이 ‘외계인’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손님’으로 바꿔 부르게 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름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장처럼,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
외계인이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하고, 지구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냥 사람’인 자신.
이 문장이 괜히 오래 남았다. 결국 이 이야기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엄청 큰 사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고, 괜히 한 번쯤 다시 펼쳐보고 싶어지는, 그런 따뜻한 이야기였다.
해피북스투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은하계환승터미널구멍가게 #배인경 #해피북스투유 #판타지소설 #책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