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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이유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북아일랜드 분쟁은 1170년 영국군이 아일랜드 북부 얼스터 지방을 침략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7세기에는 영국의 식민지가 된 아일랜드 북부에 영국 개신교도를 집중적으로 이주시켰다. 그 결과 영국의 개신교도가 기존에 북아일랜드에 거주하던 가톨릭교 신자들을 밀어내고 인구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들의 후손들은 지금도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수백년 동안 영국에서 이주해 온 개신교인들에게 차별과 억압을 받았다. 이에 아일랜드 가톨릭교도들은 20세기 들어 아일랜드 공화국 군(IRA)을 창설하여 폭탄 테러, 게릴라전 등을 벌이며 격렬히 반발하였고, 1969년부터 30년간 양측의 유혈 충돌로 3,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6년 6월부터는 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 체결 협상이 개시되어, 1998년 4월 북아일랜드 평화 협정이 타결되었다. 아일랜드 공화국 군(IRA)은 2005년 9월 26일 무장해제 완료를 공식 선언하였고, 2007년 공동 자치 정부가 출범하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 위키백과에서
내가 기껏해야 접한 북아일랜드 분쟁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 '크라임 게임'과 '거미여인의 키스'를 통해서였다.
그래서 그저 IRA는 영국의 정치범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얼마나 뿌리깊은 갈등인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속속들이 모르는데 기껏해야 중고등학교때 배운 세계사 중 북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배운 적이나 있겠는가, 혹 선생이 이야기해줬다고 해도 주입식 교육의 산물로 나의 머리 속에 있는 지우개가 깨끗이 지워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북아일랜드의 투쟁기는 낯설고 어려웠다. 하나하나 파고 들었다가는 한달이 지나도 페이지가 나갈 것 같지 않아 나무들은 그저 스쳐지나가고 숲을 보려고 노력했다.
혹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간단히라도 북아일랜드 분쟁을 알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첫머리에 다음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글을 발췌했다.
물론 나처럼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읽는데는 그리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도 하나의 페미니즘 아래에 수많은 파가 있다. 과격한 파서부터 온전한 보수파까지. 거의 모든 이념들이 그러하지 않은가? 정치처럼 말이다. 꼴통서부터 극진보까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 그런식으로 이해하면 쉽지 않을까?(물론 혹자는 썰렁썰렁 대충대충 한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여튼 줄거리로 들어가면 공사중인 지하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것도 잔인하게 처형방식으로(식스팩이라는 처형방식이었는데 상상하니 너무 잔인했다) 살해당했다.
남자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점점 미궁속으로 빠지는데(게다가 알고보니 살해당한 남자는 그 유명한 범죄자 캐퍼티-존리버스가 감방에 보낸-의 알려지지 않은 아들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드러나는 유령같은 조직과 필뮤어(우리나라로 따지면 엄청난 달동네인데 불만으로 가득찬 반정부집단의 메카? 경찰도 두려워하는 곳?)라는 곳에서 젊은 애들과의 갈등 등 온통 깊은 숲길처럼 시종 진지하고 어두웠다.
결국 존 리버스는 SCS(스코틀랜드수사반)으로 착출되어 고독한 늑대처럼 진실을 파헤친다.
여러 갈래길을 왔다갔다 하다 결국 숲을 빠져나왔을때에야 그 모든 갈래길이 하나의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결국 모든 골목길이 통하는 것처럼-물론 막다른 골목길도 있지만 말이다)
"난 당신 같은 사람들이 무서워요." 리버스가 냉담한 톤으로 말했다. 진심이었다. 콜록거리는 다드 수터는 열 명의 캐퍼티보다도 훨씬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바뀌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입. 누구도 그의 정신을 건드릴 수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운영진이 모두 퇴근해버린 가게나 다름없었다.
-p368
나는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다. 10년의 세월 속에서 우리 곁 곳곳에서 보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명분이라는 것이 자신들을 이용해먹은 껍데기일 뿐인 허수아비 '권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맹목적인 그들을 보면 처음에는 한심하고 어이없었지만 이제는 '무섭다'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들이 믿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도 그들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리버스의 '무섭다'는 말이, 그 참담한 말이 이토록 이해되었던 적은 없었다.
이번 책은 어떻게 보면 시리즈 중 재미가 덜할 지도 모르지만 (브라이언 홈스와 쇼반 클락의 활약이 덜하다보니 존 리버스의 유머가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해리홀레 시리즈의 레드브레스트를 읽은 느낌이었다)
아주 작은 부분이었지만 어두운 북아일랜드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고, 이제는 모든 이념과 정신마저도 '돈'으로 바꾸는 인간들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리버스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다음번의 리버스가 알콜중독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