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고등학교때까지는 컴퓨터가 이처럼 보급이 안된 시기여서 여전히 직접 펜을 들어 편지를 쓰는 펜팔이 성행했다.(심지어는 작은 포켓 노래책이 있었는데 그 뒤쪽 몇장이 수많은 사람들의 주소가 적혀있을 정도였다. ^^) 그러다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천리안, 나우누리 등 일명 PC통신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지금 사람들에게는 너무 낯선(혹 접속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286, 386 컴퓨터로 마치 비밀 접선하듯이 그렇게 누군가와 채팅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개인컴퓨터가 보급화되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채팅사이트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취미가 맞거나 혹은 친목 도모를 위해서 밤새워 채팅질?을 했다. 취미를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어받고, 같이 웃고 울고, 그리고 또한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익명'을 처음으로 담보받지 않았나싶다. 여튼 초창기 채팅은 아무리 '익명'이래도 적어도 '솔직'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익명'이어서 더욱더 자신에게 있어서, 타인에게 있어서 '솔직'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고민이 있으면 부모나 친구에게 말하는 것이 어려우면 오히려 익명의 채팅사이트에서 상담하기도 한다)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가지면 어색하고, 거짓을 내세우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사족이 길었다. 여튼 이 책은 채팅으로 만나 인연을 맺어 그 인연을 오프라인으로 이어가게 되는 '인연' 혹은 '사랑'이야기이다.

특히 이 책은 드라마작가가 쓴 책이다보니 이 책 또한 드라마로 만들어져 지금 절찬리 상영?중이다.

그래서 기대가 큰 탓인지 사실 이 책을 '로맨스소설'로 보기에는 조금 안타까웠다.

우선은 드라마와 원작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혹 '사랑의 온도'를 보시는 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듯 싶다. 물론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은 사랑은 '타이밍'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타이밍이 맞아야지만 서로 사랑을 할 수 있고, 그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사랑을 하더라도 미움이 생기면 우리는 사랑을 버려야할까? 혹은 미움이 커지고 커져 자신을 망가뜨리기 전에 용서를 해야하는가? (이 대목에서 나는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서로 사랑을 해서 이 사람이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뒤틀리고 서로 성격이 다르고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헤어진다. 과연 그것이 진정 '사랑'일까, 그러면 처음 그들이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유명한 영화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의 질문처럼 '사랑'은 변하지 않는데 결국 그 '사랑'을 했던 '사람'이 변하는걸까?)


마음의 방이 하나밖에 없는 여자 현수와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외로운 여자 홍아,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있는 부모님으로부터 온 정신적인 연좌제('사랑'의 징크스)가 있는 남자 정선, 그리고 현수의 등만 바라보는 남자 정우.

이들이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혹은 '사랑'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답답함을 선사할지도 모르지만 이 깊어가는 가을에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사족으로 예전에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무슨 이야기끝에 연쇄살인범을 사랑하는 여인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특히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살인범을 '사랑'할 수 없으며 그 혹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노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 어떤 '사랑'도 잘못은 없어. 물론 그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잘못은 그 '사랑'을 이용하거나 사랑이 아닌데도 '사랑'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오래전 나눴던 이야기를 생각해보며 나 자신에게 질문해본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