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의 꽃 1
최정원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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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발랄 조선연애활극 묵호의 꽃.


때는 조선 모왕시대에 오랑캐들과 사이비?종교가 범람하는 시대이다.(사실 태평성대의 시대에는 국력 또한 튼튼해서 함부로 오랑캐들이 처들어오지도 못했고, 사이비?종교들 또한 기승을 부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자들의 욕심이 가득한 시대에는 국력이 약해지는 시기여서 앞 뒤로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백성들을 괴롭히고, 약탈해가고, 하늘마저 백성들을 버리는지 농사 또한 흉년이 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왕에 대한 믿음은 바닥으로 치닫고 권력자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범람하고, 굶주림과 전염병 또한 그들의 삶을 파괴하기 이른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그 시기에 사이비? 종교는 그 약한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물론 그들의 교리대로, 말대로 모두가 평등하고 잘 사는 이상적인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세상은 그렇게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간혹 정말로 괜찮은 종교(내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동학'이 가장 좋은 종교?였으나 결국 처음 좋은 취지로 되었어도 일본과 권력자의 눈에는 곱게 안보였고, 나중에는 교주?가 종교를 이용하는 경우가 생겨서 망하게 된다.-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 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종교' 그 자체는 순수하지만 결국 그 '종교'를 믿는 자가 문제인 것이다. 사교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여기는 종교를 논할 자리가 아니므로 총총.-물론 개인적으로 나는 무교. ^^)


어린시절부터 무술의 달인이었던 서민훈은 자하원?이라는 사교에 의해 여동생을 잃고 자신 또한 크게 다친다.(오른팔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 후로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기생집에서 지낸다는 소문을 달고 다니는 한량이 되었는데, 알고보니 그건 위장이고 서민훈은 낮에는 기생집의 한 켠에서 무술을 연마하고(오른팔의 힘을 기르고) 밤에는 온통 검은 옷으로 도배를 하고(그래서 저승사자로 불리운다) 자하원의 그림자를 뒤쫓는 삶을 산다. 그러다 동식물들의 말을 알아듣는(소통하는) 이 솔(평민)을 만나 새로운 세상(뭐 연애가 아니겠수!)에 눈을 뜨지만 굳이 고개를 저어 외면하지만 가는 길목마다 이솔이 버티고 서 있으니 차조남(차가운조선남자)은 어디가고 이솔의 무대포같은 사고뭉치에 같이 휘말려 이마에 '빠직'을 달고 다니는 짜증남이 되어간다. 게다가 이 솔의 옆에는 서민훈뿐만 아니라 신비롭고 잘생기고 부드러운 조선남정네가 두 명이 더 있으니(이거 역할램물아녀?! 물론 천하의 절세미인 기녀인 채란과 역시나 절세미인 민훈의 정혼녀 시호도 있지만 그녀들은 그저 꼽사리일 뿐이라-아무도 관심이 없다. ㅜㅜ) 이솔을 따라가다보면 독자는 눈요강은 실컷 하게 되지만 서민훈은 그녀 덕에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과연 서민훈과 이솔의 연애는 평안하게 끝날 수 있을까?


사극을 보면 아무래도 그 시대의 시대상이었기에 여성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고, 신분의 차이 또한 거대한 벽이기에 신분차이의 사랑이야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묵호의 꽃'에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통통 튀는 이 솔이라는 캐릭터는 이런 상식을 뛰어넘는다.

신비한 능력(동식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하지만 아직까지는 동물들과도 소통이 그리 원활하지 않는다. 수양을 더 쌓아야할듯 ^^;;; 게다가 동물들도 자신들의 일들이 있는데 한낱 인간에게 귀기울이지 않을듯. ^^;;;)을 가진 이 솔은 궁금하면 못참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볼기짝을 맞을지언정 내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가씨이다.(스무살인데 소녀는 좀 그렇지 않나? 게다가 조선시대에 스물이면 노처녀인데...ㅡㅡ 나이 설정이 좀 아쉽다. 18세 정도로 하시지. ㅋㅋㅋ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남성캐릭터들과 터무니없이 나이 차이가 나서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명랑소녀는 아닌듯. 명랑아가씨 정도가 아닐까요?)

여튼 이 발랄깜찍한 명랑아가씨 이 솔 덕분에 책은 술술 읽히고 미소를 짓게 만든다.

비관주의자보다는 낙관주의자가 좋지 않는가.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이 솔은 상처받아도 그것을 금방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다. 그런 그녀의 에너지가 언젠가 죄책감으로 똘똘뭉쳐 자신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서민훈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스산한 가을날 이 솔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묵호의 꽃'을 권한다.

로맨스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을날 차가운 가슴에 촉촉한 물을 주는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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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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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미 느와르 경찰소설을 읽었다.

읽는내내 어둠이 추적추적 내리는 뒷골목에서 야쿠자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오가미가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 2과 반장 오가미 쇼고는 폭력단을 단속하는 형사이다. 하지만 그는 기존의 형사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스타일로 수사를 하고 온갖 소문을 달고 다닌다. 심지어는 야쿠자들과도 상당히 친해보이는데. 그의 밑으로 배속된 히오카 슈이치는 자신의 가치관마저 흔드는 오가미 쇼고에게 반감과 동시에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폭력단 계열 금융회사 직원의 실종사건이 큰 사건으로 번지자 금방이라도 구레하라 시는 야쿠자들의 항쟁으로 인해 민간인들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커져가는데, 과연 고독한 늑대 오가미는 이 사태를 피해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필요악'

욕망에 가득한 인간들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더러운 일들을 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이 만들었으면서도 결국 그 존재가 인간을 위험에 빠지게 하거나 통제하지 못해서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결국 끌려가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밥줄을 완전히 끊어버리겠다고? 폭력단이 사라지면 우리 밥줄도 끊겨."

억지 논리다. 히오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가미는 담배를 피우면서 말을 이었다.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히오카는 할 말을 잃었다. 기껏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급한 농담 따윈 듣고 싶지 않았다.

오가미가 술병을 들어 히오카의 잔을 채웠다.

"우리의 임무는 야쿠자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야. 나머지는 도를 넘는 녀석들을 없애기만 하면 돼."]

                                                                                         - p  213~214 중에서

 

내가 중,고등학교때 홍콩느와르 영화가 붐이었다. 우리나라의 첫 컬트현상이라고 할 정도로(길거리엔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걷는 이가 얼마나 많았던가?) 홍콩느와르 영화는 대부분 몇번씩 보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조금 비뚤어진 성격(지금은 많이 둥글둥글해졌다) 탓에 유일하게 본 홍콩느와르 영화가 열혈남아 하나였다. 그 뒤 우리나라에서도 조폭?영화가 마구 만들어졌고, 일본문화가 개방되면서 일본 야쿠자 영화도 상영했다. 뭐 그전에 일본 야쿠자 만화도 등장했지만서도.

여튼 나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싫어한다.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의리'라는 말에도 진절머리를 낸다.

10층에서 떨어져 죽으나 15층에서 떨어져 죽으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그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내가 생각하는 '폭력'의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무장항쟁단체를 결성해 일본에 대항했던 수많은 우리나라의 독립군들의 모습을 일본의 우익단체나 우리나라의 몰상식한 인간들이 폭력단체로 깎아내리는 것처럼.

모든 '폭력'이 '잘못'인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 '폭력'이 '무엇'을 '지키려'하는 것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많은 성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려고 했던 것을 '비폭력'으로 지켜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이 그것을 '폭력'으로 지켰다고 해서 그 일이 비난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말'은 '인간'에게만 통용되는 것이다.)


좀 거창하게 되었지만 나는 이 책 '고독한 늑대의 피'를 읽으면서 자신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더러운 일도 서슴치 않는다면 그것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예를 들어 전세계적으로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어려운 생활을 한다. 하지만 내부고발자는 대부분 사회와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서 내부고발을 한다.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아야 할 그들이 과연 '배신자'인가?!)


이 책은 야쿠자에 대해서도, 경찰에 대해서도 그 어떤 연민과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 오가미 반장이 너무 그리웠다.


이번 년도에 읽은 일미 중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

스산한 가을날 고독한 늑대 오가미 반장을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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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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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을 너무 재미있게 본 탓인지 이번 신간 '풍선인간'은 다소 실망한 소설이다.

물론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글이라 내 취향이 아니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소네 케이스케의 '암살자 닷컴'과 비교해서도 사실 찬호께이의 이번 '풍선인간'은 같은 킬러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네 케이스케의 '암살자 닷컴'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찬호께이의 '풍선인간'은 독특한 캐릭터설정은 재미있었다.

['나'는 3년 전 놀라운 초능력을 얻었다. '타깃'을 정하고 머릿속으로 그것이 풍선이라고 상상하면 대상의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몇 시 몇 분 몇 초에 심장이 풍선처럼 터진다, 라고 머리속으로 입력하면 타깃이 된 상대방(물론 상대방과 반드시 접촉이 있어야 한다)이 그 시간에 죽게 된다.


하지만 독특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풍선인간'의 킬러 이야기는 왜?가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직업적으로 청부살인을 하는 킬러에게 무슨 왜?가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독자로서는 이유를 묻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 아니겠는가.


요새는 '돈'만 있으면 사람을 사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세상이다.

어쩔 때는 이런 생각마저 든다.

사람의 목숨이란 그저 '돈'의 무게만큼이 아닌지.

'악의'란 무슨 커다란 증오심과 분노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우연찮게 누군가의 발을 밟고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지나쳤는데 그 누군가는 그날따라 그런 내게 '악의'를 품게 되었다. 게다가 그 누군가는 '돈'이 있었고, 킬러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전혀 나와 상관없는 킬러는 그렇게 돈을 받고 나를 죽인다면?!

나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죽는다면?!


독자 누군가의 말처럼 요새들어 '킬러물'이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현실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씁쓸하다.

누군가를 죽이는 데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윤리없이 그저 '직업'으로서의 '일'이라니.

끔찍하다 못해 서글프다.

결국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물건'이 되어버린거나 마찬가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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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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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보다 '유리망치'로 맨 처음 기시 유스케의 소설을 만났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십년도 넘은 것 같다 ㅜㅜ) 읽은 탓인지 '유리망치'의 범인의 범죄유형은 기억나지만 그 책에 나온 변호사 준코와 방범 컨설턴트(전직 도둑)인 에노모토 케이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미스터리 클락'은 준코와 에노모토 케이가 사건(특히 밀실트릭)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이야기이다.

물론 유리망치를 읽지 않고서 이 책을 읽어도 무방하다. 에노모토 케이나 준코의 과거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까지 일미(일본미스터리)를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다(물론 개인적으로. ^^). 일미 중에는 유독 밀실트릭을 다루는 작품이 꽤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김전일 스타일이나 코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런 추리스타일을 본격추리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코난 스타일(홈즈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단서를 미리 독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해결부분에서 모든 것은 내 손바닥에 있소이다 식이어서 내 취향은 아니다) 보다는 김전일 스타일(아가사 크리스티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서를 곳곳에 숨겨두고 전체적으로 사건의 동기에 많은 부분을 부여하는 식이어서 내 취향이다)을 좋아한다.

뭐 어쨌든 간에 사회파소설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 가뭄의 단비같은 본격추리라니, 반가웠다.

하지만 어렵다. ㅜㅜ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본격 추리는 나에게 너무 버겁다.(해설편이 꼭 있어야 한다. ^^;;;)


본격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쌍수들고 환영할 4개의 초밀실 이야기!!!!

(어우, 정말 맨 처음것만 빼고는 정말이지 이해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 원래 이런 이야기는 범인은 먼저 밝혀지는데 어떻게 밀실트릭을 사용했는가,가 중심이기때문에 특히 어렵다)


기시유스케 하면 공포스럽고 독특한 소설을 쓴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본격 추리소설을 읽어보니 이쪽에 오히려 재능이 있으신듯. ^^

올해 나온 본격추리물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완만한 자살'은 밀실트릭의 맛보기라면 '거울나라의 살인'과 '미스터리 클락',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은 뇌를 풀가동해야만 풀 수 있는 트릭이다.(물론 나는 처음부터 못풀었다. 친절한 해설편이 좋은 나. ^^ 고마워, 에노모토. 하지만 준코는 짜증-싫어하는 캐릭터지만 에노모토와 캐미가 좋다. 유머담당인듯.)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가 될 듯해서 여기에서 이만 총총.


여튼 본격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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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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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해서 모든 이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행운의 연애편지같은 책이다.

공기처럼, 하늘처럼, 별처럼, 물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언제든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누구에게? 물론 헌법에게.

아니 존재하는 것 조차 몰랐다. 왜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아마도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배웠을 것이다.

이제는 막 말을 배우는 아이들도 그 추운 겨울날 노래도 불렀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항상 학교든, 사회든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않는가.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아무리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인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갑질에, 권력에 두 주먹 불끈쥐며 울고 싶은 것을 이를 악물며 참아내지 않았나. 돈없는 것이 죄라고, 권력과 돈의 세계는 우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인간들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인가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불행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세상사 불행해지지 않는 것조차 녹록치 않더라.

그래도 난 언제나 꺼질듯한 희망을 부여잡고 아둥바둥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을 학교 다닐때 알았다.

우리는 소위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버리라고 배웠다. 개인적인 것은 나중에 해결하라고, 개인적인 행복은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잠시 접어두라고 그렇게 희생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나의 모든 가치관을 흔들어놓았다.

결코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나라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지 국민이 나라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 또한 존재하지 못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그 추운 겨울날 손이 곱아가며 촛불을 든 이유는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다.

각자 다른 이유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각기 다른 이유들이 모여서 커다란 촛불 혁명을 일으켰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정치가 존재하는 사회안에서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서 '좋아요' '싫어요' 이렇게 누르는 것조차 정치적인 행위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한 법 '헌법'.

누군가가 그랬다.

이 '헌법'만 제대로 실행된다면 이 나라는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조금 더 큰 바램을 갖게 되었다.

'헌법'이 제대로 실행되는 아름다운 나라에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덤 - 당신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을 위해서였든, 아이들을 위해서였든, 아니면 그저 남들 다하니까 호기심에 했든, 그 자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당신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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