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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필사를 해서 모든 이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행운의 연애편지같은 책이다.
공기처럼, 하늘처럼, 별처럼, 물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언제든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누구에게? 물론 헌법에게.
아니 존재하는 것 조차 몰랐다. 왜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아마도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배웠을 것이다.
이제는 막 말을 배우는 아이들도 그 추운 겨울날 노래도 불렀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항상 학교든, 사회든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않는가.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아무리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인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갑질에, 권력에 두 주먹 불끈쥐며 울고 싶은 것을 이를 악물며 참아내지 않았나. 돈없는 것이 죄라고, 권력과 돈의 세계는 우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인간들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인가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불행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세상사 불행해지지 않는 것조차 녹록치 않더라.
그래도 난 언제나 꺼질듯한 희망을 부여잡고 아둥바둥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을 학교 다닐때 알았다.
우리는 소위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버리라고 배웠다. 개인적인 것은 나중에 해결하라고, 개인적인 행복은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잠시 접어두라고 그렇게 희생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나의 모든 가치관을 흔들어놓았다.
결코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나라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지 국민이 나라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 또한 존재하지 못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그 추운 겨울날 손이 곱아가며 촛불을 든 이유는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다.
각자 다른 이유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각기 다른 이유들이 모여서 커다란 촛불 혁명을 일으켰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정치가 존재하는 사회안에서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서 '좋아요' '싫어요' 이렇게 누르는 것조차 정치적인 행위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한 법 '헌법'.
누군가가 그랬다.
이 '헌법'만 제대로 실행된다면 이 나라는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조금 더 큰 바램을 갖게 되었다.
'헌법'이 제대로 실행되는 아름다운 나라에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덤 - 당신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을 위해서였든, 아이들을 위해서였든, 아니면 그저 남들 다하니까 호기심에 했든, 그 자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당신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