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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더 포스 1~2 세트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당신이 겪은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동료 경찰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나도 이해해. 당신네 경찰들은 모두 프레디 그레이나 마이클 베넷을 죽였다고 비난받는 것이 괴롭고 억울하겠지. 하지만 자신이 프레디 그레이거나 마이클 베넷이라서 비난을 받는 건 어떤 느낌인지 당신은 절대 몰라. 당신은 당신 직업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증오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나라서 사람들이 나를 증오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당신은 그 파란 경찰 재킷을 벗을 수 있지만, 난 이 피부 속에서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이렇게 살고 있어.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신이 백인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나라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의 ....... 무게야....... 그 어마어마하게 진이 빠지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눈을 피곤하게 해서 가끔은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아파.]
-p 더 포스 1권 239 중에서
지금 이 세계는 거대한 '혐오'의 바다에 빠져있는 듯하다. 물론 개인적인 내 생각이긴 하지만.
남성 혐오, 여성 혐오, 젊은이 혐오, 노인 혐오, 어린이 혐오, 맘 혐오, 아줌마 혐오, 아재 혐오, 노동자 혐오, 정치인 혐오, 이슬람 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혐오에 갇혀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버거운데 오히려 제자리에서 맴돌다못해 뒤로 돌아가고 있으니 뿌리깊은 오해의 늪에서 빠져나올 생각조차 없다.
아,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야, 괜찮아질거야, 라고 하기에는 미디어에서 당당하게 쏟아내는 비열하고 혐오섞인 발언들은 듣고 있기엔 참을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그 혐오의 마음을 이용하는 무리들. 그리고 그 혐오의 마음으로 인해 대통령까지 된 미국이라는 나라.
사실 40대를 보내고 있는 나로서는 어렸을 적엔 국민 전체가 마치 아메리칸 드림에 빠져있었더랬다.
마치 미국에 가면 무슨 길바닥에 금이라도 깔려있는듯이 말이다.
하지만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혐오'로 세워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닐까?
수많은 인종들이 살지만 그들은 처음에는 아메리카의 주인인 인디언들을 몰살했고, 그 다음에는 아프리카에 가서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을 끌고가 자신들의 노예-이들에게 노예란 인권도 인간존엄성도 없는 존재였다. 그저 물건처럼 사고 팔고, 죽을때까지 소유하는 재산인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옛 시절의 노예와 같은 위치였다.-로 삼았고, 그들이 자신들도 인간임을 주장하자 전쟁을 벌였고, 죽였고, 그 후로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혐오를 멈추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뿌리'를 읽고서(드라마도 있었지만 소설이 더 좋았다) 미국의 이중성(자신들이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영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지금은 무기와 달러의 권력으로 지구촌의 모든 나라들을 자신의 발 아래로 놓고 공기놀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결코 자신들이 지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혐오로 세워진 나라답게 그 안은 얼마나 썩고 곪아있는지 많은 학자들이 미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미국이라는 국가가 없어지고 각 주마다 국가가 되어버리는 상태가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다)
여튼 너무 사족이 길었는데 이번 책 돈 윈슬로의 '더 포스'는 뉴욕의 할램가를 담당하는 경찰 데니 멀론의 이야기이다.
-선을 어떻게 넘을 수 있냐고? 한 발 한 발 가다보면.-
중독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데니 멀론은 경찰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경찰이 되었다기보다는 어느 순간 자신의 천직은 경찰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경찰이 된 케이스이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은 소방관이 되었지만 불행히도 911테러때 죽었다. 그 때 이후부터였을까? 아니면 그것이 계기가 되었을까? 데니 멀론은 좋은 경찰이 되고 싶었다. 처음 어느 가난한 노파를 턴 강도를 체포했던 것처럼 그저 멀론은 좋은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의 공짜 커피, 한번의 공짜 샌드위치가 점점 굴려지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좋은 경찰이 되고 싶었던 멀론이 정반대의 '부패경찰'이 되어버린 계기는 특별수사대(마약폭력범죄전담반)가 설립된 초기 멀론의 정보원인 내스티 애스(그의 삶 또한 너무 서글펐다.)가 신고한 사건이었다.
온 가족(부모와 어린 세자녀)이 죽어있었다. 처형방식으로. 멀론은 그 사건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처리했다. 멀론 스스로 그의 영혼이 죽게 된 사건이 되었다.
아무리 마약상들을 가두고 쫓아내도 또 다른 마약상들이 멀론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멀론은 그저 어린 아이들이 죽지 않고 서로 총을 쏘아 죽이지 않기를 바랬다. 결국 멀론은 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마약범들과 타협을 하고 정치인과 검사와 변호사와 협상을 했다. 게다가 자신과 팀원들의 미래의 돈까지 챙기는 수고까지. 마약범에게 돈을 받아 시장과 시의원과 시청공무원과 경찰 내 간부들에게까지 돈을 찔러주기까지 한다. 이른바 '부패경찰'이 되어버린 멀론.
하지만 너무 많은 선을 넘은 멀론은 마지막 '선'까지 넘어버리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많은 부패들(심지어 유치원에서까지. 하긴 옛말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작은 마을의 작은 구멍가게도 비리가 있다고 말이다.)이 오버랩 되었다.
모두들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어느 누가 처음부터 비리를 저지르려고 마음을 먹었겠는가.(물론 사이코같은 인간도 있겠지만)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
아마도 모두들 바라는 사회일 것이다.
전쟁도 없고, 부패도 없고, 굶주림도 없는 평화로운 사회.
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그 길에서 벗어나있다. 다시 되돌아가려면 인류가 멸망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인간이기에 결코 그러한 사회는 이루어내지 못하는 그저 이상향으로 끝나지 않을까?
결국 '적정선'을 넘지 말아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 사는 곳에는 부패와 비리가 깨끗함과 공정함 속에 같이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엔 그것이 뇌물이라면 '콩' 한쪽도 받아서는 안된다고 난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그 '콩' 한쪽을 받아서 상대방의 마음이 편해지고, 또 다른 누군가를 구원해준다면 그것을 단순히 '나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나는 더 포스의 왕 데니 멀론을 좋은 경찰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감상을 소설가 장강명씨의 말을 빌린다.
[정말 X나게 재밌지 않은가.
이게 바로 돈 윈슬로다! 폭력과 간지의 폭풍 카리스마 ........ 그의 작품을 읽을 때면 늘 불X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