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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숲길 - 일주일에 단 하루 운동화만 신고 떠나는 주말여행
박여진 지음, 백홍기 사진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살았던 행운덕에 나는 걷는 것에는 이력이 나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뒷동산으로, 들로 나가서 수많은 식물들과 곤충들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었다. 그때만 해도 아스팔트는 커녕 시멘트 길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도시를 가본적이 없었던 터라 모든 길이 그렇게 흙과 돌로 이루어졌을 거라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깔리고 난 후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이 얼마나 땅과 맑은 물과 공기에 위로받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의 발과 몸은 시멘트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와 미세먼지에 쩔어서 매일매일 피곤하고 지쳐있다.
물론 나뿐이겠는가. 현대인이라면 모두들 삶에, 현실에, 사람에, 건물에 치여 매일매일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새장 속의 새처럼 밖을 그리워하고 눈물 흘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찰나에 이 책 '토닥토닥, 숲길'은 나에게 아주 쉬운 힐링방법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필자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치 않는 산책을 알려준다.
가볍게 그냥 마치 잠시 이웃집에 마실가듯 쓩, 하니 나가 터벅터벅 길을 따라 걷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자 아주 오래전부터 얼마나 내 자신이 숲을, 나무를, 흙을, 강을, 호수를, 비를, 낙엽냄새를.... 그리워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렸을 적엔 당연하게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 버렸다는 것이 너무 서글펐다.
(춘천만 해도 그렇다.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을 보냈던 춘천은 - 지금은 부모님이 계시는- 내가 사랑하는 곳 중 하나인데 춘천의 가장 좋은 점은 새벽의 고요함이었다. 게다가 차없어도-버스나 택시도 포함해서- 터벅터벅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작은 도시 중 하나였다. 얼큰하게 취해서 새벽에 그 고요한 춘천의 거리를 걷노라면 '적막'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이 책에서도 풍물장터가 나오는데 원래는 약사풍물거리였다. 하지만 도로확장공사때문에 몇십년을 장터가 있었던 곳을 온의동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래서인지 사실 춘천시민들은 예전의 약사풍물거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이제는 춘천의 변두리쪽에 아파트와 상가들이 들어차서 더이상 터벅터벅 걷기에는 너무 넓어졌다. 가장 아쉬운 점이다. 배를 타고 갔던 중도 또한 이제는 길이 생겼고. 청평사가는 길 또한 많이 상업적으로 변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왼발이 디딘 땅은 오른발이 나갈 수 있느 힘이 되고, 오른발이 밀어낸 오르막길은 왼발이 지탱할 길을 다져준다. 두 발이 쉼 없이 움직이며 과거에서 걸어 나와 미래로 들어가게 한다. 이 걸음은 인생을 지탱해주는 힘이다.] -p 10
요즘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이 책을 읽노라니 당장이라도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 노랗고 빨갛게 변한 낙엽들을 밟으며 깊은 나무의 향을 맡으며 걷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짝꿍과 여행가기 위해 모아두고 있는 돼지저금통을 아쉽게 바라보며 바쁜 일이 일단락되면 가까운 곳이라도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