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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ㅣ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인류가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넘의 비리와 권력은. 아니면 인류가 '규칙(법)'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책의 첫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술에 만취한 노숙자차림의 한 남자가 커다란 여행가방을 무겁게 끌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보완검색대로 가면서 시작된다.
여행가방을 열라는 공안의 명령에 불복종하며 커다란 소란이 일어나며 주위에 있던 많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게시판에 올린다. 남자는 가방안에 폭탄이 들어있다며 더욱더 큰 소란을 피우고, 결국 폭탄제거반까지 등장해 가방 안을 여는데 그 속엔 알몸의 상태인 시신이 들어있었다.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뉴스화되었고, 그 소란을 피우고 시체를 유기하려 한 범인이 유명한 형사변호사인 장차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더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다.
장차오는 처음과는 달리 공안에 붙잡혀 들어가자 얌전히 자신이 '장양'(세간에 장양이라는 사람은 유망한 검찰원이었으나 뇌물수수로 감옥에 갔다 오고 백수처럼 지내면서 도박과 폭력인생을 살았다고 알려져있었다)이라는 제자를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자백하면서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되면서 장차오는 처음의 자백과는 달리 자신은 무죄, 즉 장양을 죽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장양이 죽은 시점에 장차오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로 인해 공안의 무리한 강압수사로 인해 장차오가 누명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특별조사팀이 꾸려지면서 사건의 내막에 접근하게 된다.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은 권력과 비리로 얼룩진 범죄를 밝혀내기까지 얼마나 긴 밤을 보내야하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처음에 범죄를 저지를때는 권력을 쳐다보지 않지만 어느 순간 권력에 빌붙게 되면 손쉽게 범죄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큰 힘, 더 큰 이득을 위해 전세계는 권력에 아부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권력은 어느 순간 바뀌지만 돈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권력과 손잡은 돈은 돌고 돌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랬던 점은 이러한 책(공안권력과 경제사범의 비리와 범죄가 거리낌없이 쓰여져있다는 것)이 중국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암흑기시절을 생각해보라, 그때에는 TV는 물론 소설에서도 함부로 다룰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스스로를 검열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어쨌든 중국이 많이 변화되었다고는 해도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소설이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한 예로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예렌커라는 소설가는 거의 모든 소설들이 중국에서 출간되지 못했다.) 물론 이 책을 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지명을 바꾸고, 옌랑이라는 캐릭터가 전작에서와 달리 가상대학의 교수로 바뀐다든지 등). 게다가 중국 현지내에서도 이 책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한다.(책을 읽으면서 모방송국에서 한 '비밀의 숲'이 생각이 났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돈과 권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건가하는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청렴한 '포청천'을 그리워하는 마음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눈부시게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국 또한 권력형비리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침묵'한다고 해서 그것이 '동의'라는 말은 아니다.
사는 것에 급급해서, 용기가 없어서, 두려움이 커서 등등 이러한 이유때문에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용기있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렇게 뒤에서 침묵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들의 '침묵'이 비리와 범죄를 눈감아주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그 추운 겨울날 침묵을 깨고 거리로 나왔듯이 이 책에서도 그 '침묵'을 깨기를, 그 '침묵'이 곪아터져 입밖으로 터져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바꾸기는 힘들지만 많은 이들의 힘으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썩은 부분은 도려내야지 남은 부분이라도 먹지, 손대기 싫다고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그 사과는 먹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