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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독수리 오형제'
초등학교때 나도 유독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산과 들, 강으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 당시에 방영되었던 만화영화나 책 속에는 '모험'이 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모험'을 동경했다. 지금처럼 게임기가 없어도 세계를 연결하는 스마트폰이 없어도(그래도 무전기는 있었다. 물론 아동용으로) 매일매일 무에가 그리 즐겁고 신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왜일까? 그 찬란했던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말이다.
25년 전 광선리에 외롭고 불쌍한? 아이들 다섯이 뭉쳐 '독수리 오형제'를 결성해 찬란한 시간을 보낸 곳은 광선리 사람들이 절대로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했던 '솥뚜껑' 근처의 폐건물이었다.
리더 겸 학생회장인 창혁(마을 제일의 부자집 아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에게 맡겨져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온 삼팔따라지 민호, 손재주가 좋은 유민, 항상 배고프지만 힘이 센 길태, 달리기를 잘하는 명자.
다섯 중 가장 불쌍하고 착한 아이(왜 불쌍하면 착할까? 착하기 때문에 불행해지는걸까?) 유민은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술만 마시면 미친개가 되는 쓰레기 의붓아버지에게 매일 죽지 않을만큼 맞았다.
유민이 좀 덜 맞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유민의 처참함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솥뚜껑'에 산다는 그것 '물귀신'을 불러내서 유민의 의붓아버지를 데려가라고 소원을 빈다.
어쩌면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유민이 더이상 맞지 않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사 희망대로 되지는 않기에 유민의 의붓아버지는 기묘한 죽음을 맞이한다.(방안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된다-입안에서 저수지 물이 쏟아져 나온다. 물없는 곳에서 익사.) 게다가 아이들이 불러낸 '물귀신'은 한명의 죽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을 데려가기 시작한다.
미덥지 못한 남법사와 아이들이 '물귀신'을 부적으로 봉인하자 광선리에서의 죽음은 멈춘다. 하지만 더이상 아이들은 이전의 천진난만한 삶을 이어가지 못한다. 각자와 죄책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게 된다. 서로가 안보이는 곳에서. 유일하게 광선리에 남은 아이들은 유민과 길태였다.
25년 후 친구 길태에게 걸려온 전화
"유민이가 죽었다."
학교소사로 일하고 있던 유민은 자신이 기거하던 방안에서 기묘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의 의붓아버지 모습으로 죽었다. 물없는 방안에서 익사한 채로.
다시 시작되는 솥뚜껑 '물귀신'과의 숨바꼭질, 멈추지 않는 '물귀신'의 죽음의 춤바람은 광선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린다.
과연 폭주하는 '물귀신'을 어른이 된 아이들이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나 소재가 너무 유치하다고 말할 이도 있을 것이다. 하긴 요새 10~20대들에게는 어이없는 '물귀신'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어두운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친근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꽤 많은 분량의 페이지(531)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스피드하게 전개된다. 게다가 읽고 난 후가 더 좋다.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임에는 틀림없다.(저번에 '고시원괴담'을 읽었을때도 매력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는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은 '소용돌이'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우리네 현실은 광선리의 어둠처럼 절망스럽고 무기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독수리 오형제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한치 앞도 못보는 암흑속에서 잡아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상대방에게 살아갈, 살아낼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후기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절반은 어둠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빛이 깃들어있다.]
말이다.
어렸을 적에 읽은 창작동화책 속에서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아이에게 누군가가 방법을 가르쳐준다.
지구를 지키는 방법은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 + 1 > 지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이었다.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방법. ^^
참 희한하게도 '소중한 것'은 쉽게 잊히고, 잃어버린다. 마음 속에 블랙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또 쉽게 기억하고,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잠시만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말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작년에 동생이 들어보라고 했던 일본 가수 아마자라시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 노래의 마지막 부분이.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靴紐が解け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에
結びなおすのは苦手なんだよ 人との繋がりもまた然り
매듭을 고치는 건 서툴러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도 또 같아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少年が僕を見つめてい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ベッドの上で土下座してるよ あの日の僕にごめんなさいと
침대 위에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그 날의 나에게 미안합니다라고
パソコンの薄明かり 上階の部屋の生活音
컴퓨터의 희미한 빛 위층의 방에서 생활하는 소리
インターフォンのチャイム音 耳を塞ぐ鳥かごの少年
인터폰의 벨소리 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년
見えない敵と戦ってる 六畳一間のドンキホーテ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다다미 여섯칸짜리 단칸방의 돈키호테
ゴールはどうせ酷いものさ
골은 어차피 잔혹한 거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冷たい人と言われ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들었으니까
愛されたいと泣いているのは 人の温もりを知ってしまったから
사랑받고 싶다며 울고 있는 것은 사람의 온기를 알아버렸으니까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あなたが綺麗に笑う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당신이 아름답게 웃기 때문에
死ぬことばかり考えてしまうのは
죽는 것만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것은
きっと生きる事に真面目すぎるから
분명 살아간다는 것에 너무 성실하기 때문에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まだあなたに出会ってなかっ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직 당신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あなたのような人が生まれた 世界を少し好きになったよ
당신 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 좋아하게 됐어
あなたのような人が生きてる 世界に少し期待するよ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있는 세상에 조금 기대해볼게
출처 - 아마자라시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