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수리 오형제'

초등학교때 나도 유독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산과 들, 강으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 당시에 방영되었던 만화영화나 책 속에는 '모험'이 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모험'을 동경했다. 지금처럼 게임기가 없어도 세계를 연결하는 스마트폰이 없어도(그래도 무전기는 있었다. 물론 아동용으로) 매일매일 무에가 그리 즐겁고 신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왜일까? 그 찬란했던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말이다.



25년 전 광선리에 외롭고 불쌍한? 아이들 다섯이 뭉쳐 '독수리 오형제'를 결성해 찬란한 시간을 보낸 곳은 광선리 사람들이 절대로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했던 '솥뚜껑' 근처의 폐건물이었다.

리더 겸 학생회장인 창혁(마을 제일의 부자집 아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에게 맡겨져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온 삼팔따라지 민호, 손재주가 좋은 유민, 항상 배고프지만 힘이 센 길태, 달리기를 잘하는 명자.

다섯 중 가장 불쌍하고 착한 아이(왜 불쌍하면 착할까? 착하기 때문에 불행해지는걸까?) 유민은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술만 마시면 미친개가 되는 쓰레기 의붓아버지에게 매일 죽지 않을만큼 맞았다.

 유민이 좀 덜 맞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유민의 처참함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솥뚜껑'에 산다는 그것 '물귀신'을 불러내서 유민의 의붓아버지를 데려가라고 소원을 빈다.

어쩌면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유민이 더이상 맞지 않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사 희망대로 되지는 않기에 유민의 의붓아버지는 기묘한 죽음을 맞이한다.(방안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된다-입안에서 저수지 물이 쏟아져 나온다. 물없는 곳에서 익사.) 게다가 아이들이 불러낸 '물귀신'은 한명의 죽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을 데려가기 시작한다.

미덥지 못한 남법사와 아이들이 '물귀신'을 부적으로 봉인하자 광선리에서의 죽음은 멈춘다. 하지만 더이상 아이들은 이전의 천진난만한 삶을 이어가지 못한다. 각자와 죄책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게 된다. 서로가 안보이는 곳에서.  유일하게 광선리에 남은 아이들은 유민과 길태였다.


25년 후 친구 길태에게 걸려온 전화

"유민이가 죽었다."

학교소사로 일하고 있던 유민은 자신이 기거하던 방안에서 기묘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의 의붓아버지 모습으로 죽었다. 물없는 방안에서 익사한 채로.

다시 시작되는 솥뚜껑 '물귀신'과의 숨바꼭질, 멈추지 않는 '물귀신'의 죽음의 춤바람은 광선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린다.


과연 폭주하는 '물귀신'을 어른이 된 아이들이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나 소재가 너무 유치하다고 말할 이도 있을 것이다. 하긴 요새 10~20대들에게는 어이없는 '물귀신'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어두운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친근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꽤 많은 분량의 페이지(531)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스피드하게 전개된다. 게다가 읽고 난 후가 더 좋다.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임에는 틀림없다.(저번에 '고시원괴담'을 읽었을때도 매력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는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은 '소용돌이'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우리네 현실은 광선리의 어둠처럼 절망스럽고 무기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독수리 오형제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한치 앞도 못보는 암흑속에서 잡아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상대방에게 살아갈, 살아낼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후기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절반은 어둠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빛이 깃들어있다.]

말이다.

어렸을 적에 읽은 창작동화책 속에서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아이에게 누군가가 방법을 가르쳐준다.

지구를 지키는 방법은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 + 1 > 지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이었다.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방법. ^^


참 희한하게도 '소중한 것'은 쉽게 잊히고, 잃어버린다. 마음 속에 블랙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또 쉽게 기억하고,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잠시만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말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작년에 동생이 들어보라고 했던 일본 가수 아마자라시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 노래의 마지막 부분이.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靴紐が解け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에

​結びなおすのは苦手なんだよ 人との繋がりもまた然り

매듭을 고치는 건 서툴러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도 또 같아​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少年が僕を見つめてい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ベッドの上で土下座してるよ あの日の僕にごめんなさいと

침대 위에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그 날의 나에게 미안합니다라고​

パソコンの薄明かり 上階の部屋の生活音

컴퓨터의 희미한 빛 위층의 방에서 생활하는 소리

​インターフォンのチャイム音 耳を塞ぐ鳥かごの少年

인터폰의 벨소리 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년​

見えない敵と戦ってる 六畳一間のドンキホーテ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다다미 여섯칸짜리 단칸방의 돈키호테​

ゴールはどうせ酷いものさ

골은 어차피 잔혹한 거야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冷たい人と言われ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들었으니까

​愛されたいと泣いているのは 人の温もりを知ってしまったから

사랑받고 싶다며 울고 있는 것은 사람의 온기를 알아버렸으니까​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あなたが綺麗に笑う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당신이 아름답게 웃기 때문에

​死ぬことばかり考えてしまうのは

죽는 것만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것은

​きっと生きる事に真面目すぎるから

분명 살아간다는 것에 너무 성실하기 때문에​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まだあなたに出会ってなかったから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직 당신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あなたのような人が生まれた 世界を少し好きになったよ

당신 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 좋아하게 됐어 

あなたのような人が生きてる 世界に少し期待するよ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있는 세상에 조금 기대해볼게

                 출처 - 아마자라시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에 많이 듣던 말 중의 하나가 '사연없는 무덤은 없다'라는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작디 작은 무덤 속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의 인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역사책 속의 인물처럼 이름을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이들 덕분에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빛이 있어야 어둠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시원기담'은 한평짜리 작은 공간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간(작가말에 따르면 고시원에 한달만 살아보면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고 한다.)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은 많고 살 곳이 부족한 시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수많은 고시원 중의 하나인 '고문고시원'은 원래 '공문고시원'이었지만 어느날 태풍에 ㅇ이 떨어져나간 이후로 '고문고시원'이 되었다. 처음부터 사연도 많은 터에 지어진 탓에 이런저런 풍문을 매달고서 지내왔지만 이제 거의 죽을 날짜를 받아놓은 초식동물처럼 기력이 쇠한 '고문고시원'에는 몇명의 사람들만 머물고 있다. 그것도 1층, 2층은 폐쇄하고 3층에만 사람들이 기거한다.


303호에 사는 홍(공무원시험공부중), 313호에 사는 편(취업준비생), 311호에 사는 최(매일죽는남자), 317호에 사는 정(여고생킬러), 319호에 사는 펭귄, 316호에 사는 깜(외국인노동자), 305호에 사는 양아치, 그리고 310호에 사는 어둠(뱀사나이).


홍은 어느날 옆방 304호의 권이라는 남자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날 사라지고 만 권으로 인해 홍은 권을 찾기 위해 고시원을 탐문?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비어있다는 304호. 그렇다면 홍은 누구와 이야기한 것일까? 조금씩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순간 위험에 빠진다.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평소에는 그저 유령처럼 존재하고 스쳐지나갔던 고시원에 기거하는 이들이 하나로 뭉친다. 과연 '괴물'을 처리하고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고시원기담'은 각자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사연은 결코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 우리들 이웃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가슴졸이고 서글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슴 따뜻했기도 했고.



[괴물은, 괴물이에요. 이무리 인상이 좋아도, 아무리 잘 웃어도,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아무리 예의 바르다해도 괴물 같은 인간들은 변하지 않아요.]

                                                                                                            -p 343중에서

'괴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괴물'이 아닌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것에 가까이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점점 '괴물'이 많아지고 있다. 원래 많았는데 드러나지 않은 것인지, 없었는데 많이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괴물'의 씨앗이 있는 것인지도.



[<고시원 기담>은 장르를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생각하는 장르를 붙여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구성으로 글을 썼다. 물론 나의 정체성인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는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대책 없이 착하고 선한 인물들이 기꺼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모습 역시 그대로 등장한다. 사악한 사람만 등장하고 절망만 가득한 이야기를 쓰기에 나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거침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달려드는 만화나 동화 속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고시원 기담>은 내 이십 대 중반의 경험과 그때 머릿속을 떠돌던 이야기들, 그리고 한평생 전하고 싶은 메시지, '어둠이 있으되 빛도 있다'를 적절히 섞어 놓은 작품이다. 나는 그저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고.

그러니까 이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위해서 다양한 장르를 빌려왔을 뿐이다.]

                                                            -p 427, 작가후기 중에서 발췌


작가의 말대로 나도 항상 믿고 있다.

'어둠'의 씨앗이 있듯이 '빛'의 씨앗도 있다고. 무엇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원 - 2019년 북스타트 선정도서, 2019년 책날개 선정도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27
우미정 지음 / 책고래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 내가 자랐던 곳은 깡촌 중에 깡촌이었다. 앞에도 산, 뒤에도 산, 옆에는 강, 또 옆에는 밭, 논, 들.

그렇게 자연 속에서 흙 속에서 자랐던 나는 중고등학교때 도회지로 나오면서 언제나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보는 색이 '초록'이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흔하고 흔한 '초록'. 하지만 이제는 과연 '초록'이 그렇게 흔한 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구는 병들고 아프다.

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멀어져버린 산들, 길가의 나무들은 자동차로 인해 어느새 거뭇거뭇하게 변해버렸고, 더이상 내가 밟는 곳에는 흙이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사람들이 항상 피곤해하고, 분노해하고, 무기력해진 이유가 아마도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하지 못해서 그런것은 아닐까?


처음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호소록 짙은 암사자의 눈빛에 매혹당했다.

우미정 작가님이 오랜 시간 한획한획 힘주어 그린 그림은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초원'

어느 동물에게는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곳이고, 어느 동물에게는 삶과 죽음의 장소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어떤 동물에게도 꼭 필요한 그곳이 바로 '초원'이다.

누군가는 '초원'을 보며 한가로워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이 부럽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초원'은 한가로운 곳이 아니다.

식물들은 수많은 초식동물들을 위해 열심히 싹을 틔우고,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곳이 바로 '초원'이다.

그래서일까?

'초원'을 바라보면 가장 편안해 보이지만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치열한 법이니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알지 못했을 뿐 혹은 알아채지 못했을 뿐.


오랜시간 우미정 작가님의 '초원'을 들여다본다. 조금이라도 그리움을 삭히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드 럭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백설 공주 살인 사건

작가
미나토 가나에
출판
재인
발매
2018.01.16.
평점

리뷰보기


 

 

 

 

 

 

 

'고백'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그 후로 미나토 가나에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았지만(리버스만 아직 안 읽었다) 여전히 '고백' 이후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소설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대이하인 소설 또한 없었다.

미나토 가나에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편지형식, 인터뷰형식, 독백형식 등 기존의 소설 형식과는 다른 개성이 있다.(이런 식의 독특한 형태의 소설은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대표적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재미는 있지만 대화체여서-희극도 아니면서- 한순간 맥락을 놓치면 도대체 누가 한 말인지 놓쳐버린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가노 리사코라는 여인이 자신의 회사 선배가 살해당한 사건을 잡지기자인 친구에게 전화하면서 시작된다.

시구레 계곡에서 열군데 넘게 칼에 찔린 데다 석유를 뿌리고 태우기까지한 살인사건이었다. 가노 리사코는 살해당한 사람이 자신이 너무 동경하던 선배 미키 노리키라는 여성이었다. 게다가 미키 노리키라는 여성은 회사내에서 가장 미인이었던 탓에 더욱 이슈가 되었다. 피해자의 얼굴을 공개한 이후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였다.  전화를 받은 기자는 특종의 예감을 가지고 사건을 자체적으로 파헤치기로 하면서-사실 거의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였다.- 피해자의 주변 이야기를 인터뷰하게 된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보노라면 과연 우리가 '누구'를 안다고 했을때 정확하게 그 '누구'를 아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나 또한 그 '누구'에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게 되니까 말이다.


요새는 가짜뉴스도 많고 '아니면 말고'식의 기사들도 넘쳐난다. 발로 뛰고 여러 검증을 거친 기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 기자들의 기사들을 보노라면 '어둠'이 느껴진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결국 조금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이게 되는 것이 본능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정하면 좋을텐데 그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허세와 허영의 이야기이다. 또한 남의 험담 하지 말기!!!! (예전의 어느 콩트에서 세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한 친구가 화장실을 가니 두 친구가 그 친구를 헐뜯고, 다시 다른 친구가 화장실을 가니 남은 두 친구가 또 화장실 간 친구를 헐뜯는다. 그러자 마지막 한 친구가 화장실을 가고 싶지만 만약 가게 되면 자신을 헐뜯게 될 것을 알기에 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하드 럭

작가
야쿠마루 가쿠
출판
북홀릭
발매
2015.11.20.
평점

리뷰보기



야쿠마루 가쿠 작가도 내가 애정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처음 '천사의 나이프'를 읽고서 팬이 되어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아직까지 기대감을 계속 충족시켜주는 작가님이시다.


[실직과 사기로 순식간에 빈털터리 노숙자가 된 아이자와 진, 절망한 그는 불법 사이트에서 만난 익명의 네 사람과 카루이자와의 고급 별장을 털기로 한다. 그런데 범행 중에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 기절한 진. 깨어나보니 별장은 불에 타고 있고 동료들은 모두 사라졌다. 황급히 달아났지만 어느새 진은 별장의 주인내외와 또 한명을 죽인 살인방화범으로 수배가 되었다. 진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임을 알고는 스스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범인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줄거리 발췌 인용 및 수정


일본도 그러하지만 우리나라도 실직이 가장 큰 문제이다. 아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너무 심각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불법적인 일들. 대포통장, 보이스피싱사기, 마약 등 먹고 살기 위해 맨 마지막 바닥까지 간 사람들을 유혹하고 이용해먹는 유령같은 존재들에 상처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진의 절망과 분노를 이해한다. 그가 불법적인 일들에 손을 대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바닥으로 떨어졌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의 선택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 또한 벼랑 끝에 매달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만 하니까. 살기 위해서.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범죄가 정당화될 수 없다.)


[너희들의 절망은 나에 비하면 별 것 아니야-.]


이 마지막 말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말 '아프니까 청춘이다'.

찬란하게 빛나야 하는 청춘을 아프게 만든 사회와 사람들.


더이상 힘들게 사는 모든 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아프더라도 죽지 말기를....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년 전

조용한? 마을 숲길에 머리가 없는 여러 부분으로 훼손된 시체가 발견된다. 이 시체를 발견한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이곳으로 이끈 '초크맨'!

왜 '초크맨'은 아이들에게 시체를 발견하게 했는가? 그리고 왜 '머리'를 가져갔을까?


에디 먼스터 - 아버지는 프리랜서 기자, 어머니는 의사(산부인과의사인듯, 그 시대엔 낙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물론 종교적인 관점에서. 그래서 교회목사와 부모님은 갈등관계에 있다).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었지만 아버지가 40대에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가족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장 무난한 성격이지만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다. 취미는 수집벽?!

뚱뚱이 개브 - 술집을 하는 부모님 덕에 마을에서 부유한 집 중 하나이다. 부모님이 파티도 좋아함. 모든 마을의 가십이 오가는 곳. 개브는 의리가 있고 싸움도 잘하지만 욱, 하는 성깔이 있음.

메탈 미키 - 부모님은 평범하지만 형 션은 못말리는 말썽쟁이로 불량 아이들과 어울려다니면서 에디 패거리들을 못살게 군다. 하지만 션이 불행한 사고로 죽고나서 메탈 미키는 패거리와 멀어진다.

호포 - 어머니(청소부 일을 하신다)와 단 둘이 사는 호포는 반려견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얌전한 아이. 가장 에디와 친한 친구이다.

니키 - 어머니는 사라졌고, 교회목사인 아버지와 산다.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니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난 후 돌아온 어머니와 마을을 떠난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게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p 375 중에서

'초크맨'은 이 아이들의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만 아는 은어, 행동, 비밀을 공유하고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가면 좋겠지만 어린애들 사이라 할지라도 시기와 질투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은 어느정도는 순수하다.

'인과'

어떤 행동을 했을때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안다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결과를 알겠는가.


마을을 떠나 연락이 없던 미키가 갑자기 에디에게 연락을 해온다. '30년 전 초크맨 살인사건'의 범인을 안다고 에디에게 제안을 한다.

하지만 다음날 미키는 시체로 발견되며 마을은 아니 에디 패거리들은 다시 한번 사건에 휘말린다.

과연 미키는 정말 범인을 알았을까?

미키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에디 패거리들이 숨기고 있었던 각자의 비밀은 무엇일까?


[예전에 누가 그러더라. 비밀은 똥구멍이랑 같다고. 없는 사람이 없다고. 남들보다 더 더러운 사람만 있을 뿐.]

                                                                                                             -p 245 중에서


이 얼마나 적절한 말인가.

거짓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그것이 얼마나 더 더러운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에디와 친구들의 기억들과 뒤섞여 스피드하게 전개된다.

흩어졌던 조각들이 조금씩 모아져서 하나의 뚜렷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에디는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그 '진실'이 너무도 잔인하고 혹독한 '진실'이지만.


[ "저희 아빠요, 저희 아빠는 머리에 문제가 생겼어요. 목사님하고는 달라요. 아빠는 모든 게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게 문제였어요. 물이 새듯, 아빠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어요. 기억도 언어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목사님은 반대일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게 갇혀 있겠죠. 어딘가에. 저 깊숙한 곳에. 그래도 남아 있긴 하겠지만."

그렇든지 아니면 지워지고 파괴돼서 영영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의 생각, 우리의 기억은 어딘가에 저장이 될 수밖에 없다. 아빠의 생각과 기억은 조금씩 흘러나왔을지 몰라도 엄마와 내가 열심히 수습하려고 했다. 아빠를 대신해서 기억하려고 했다.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을 우리 머릿속에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복원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벌어졌던 사건, 누가 한 얘기, 사람들이 입었던 옷 아니면 그들의 생김새가 점점 흐릿해진다. 과거 자체가 오래된 사진처럼 희미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길이 없다.]

                                                                                              -p 332~333 중에서


...그때에 조금만 더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어른들은 쉽게 무시하고 모른척한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을 하는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