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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살리는 환경 레시피
박현진 지음 / 마음의숲 / 2023년 4월
평점 :
내 아이를 살리는 환경 레시피
최근 기후이변들을 보면 더 이상 기후위기라는 말을 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작년엔 유럽은 가뭄으로 강바닥이 보이며 정부들이 물을 아껴쓰라고 매일 샤워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니 얼마나 극심한 가뭄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반면 파키스탄에서는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정도로 비가 퍼부었다. 사람들은 노아의 홍수를 떠올릴 정도였다. 또 세계 곳곳에서 불이 났는데, 몇 달씩 계속되어 그리스와 호주는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들리는 소식은 작년보다 더 안좋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 중에는 4월에 이미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은 곳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올해는 수퍼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폭염과 폭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제 5월인데도 30도가 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기후 위기라는 단어로는 지금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위기 정도가 아니라 이미 그 위험성 한 가운데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기, 위험이 급박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당장 내 생활이 달라지지 않으니 나의 생활에서의 노력도 미미하다.
텀블러를 더 많이 이용해야지! 물티슈는 되도록 사용을 줄여야지! 이를 닦을때는 물컵을 꼭 이용해야지! 샤워할때도 물을 계속 틀어놓지는 말아야지! 이정도 다짐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생활을 보면 이정도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하다.
뭔가 실천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또 나 한명이 조금 노력하는게 무슨 유의미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실천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내가 이 책 < 내 아이를 살리는 환경레시피 >를 읽고 마음도 바뀌고 생활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이자, 비건으로서 환경을 위한 작은 것들을 실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있는 이 책의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내게도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는 듯하다. 나도 태산 속의 티끌이 될 수 있다.
“ 나 한 사람의 선택은 쓸모없을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나 혼자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 같은 사람이 여러 명 있다면? 그때 얘기가 달라진다. 나의 선택은 흩어져 있는 티끌이 아닌 태산 속의 티끌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1부 내 아이를 위한 채식 레시피
2부 내 아이를 위한 환경 운동
3부 내 아이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
4부 엄마라서 채식합니다
1부에서는 12가지 채식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 당근라떼가 눈에 띈다. 당근과 우유의 만남? 정말 호기심이 생기는 메뉴이다. 어떤 맛이 날까?
2부, 3부에는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정말 너무 너무 많았다.
사실 나도 한살림을 이용하는 조합원인데, 솔직하게는 유기농제품을 구입하는 목적이 8할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목적인 2할도 안된다. 그래서 유리 용기에 들어있는 케첩 등에 대해서 살짝 불만도 있었다. 사용도 불편하고 무겁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마인드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모든 영역에 대해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 특히 플라스틱 제품은 되도록 쓰지 않기! 몇가지 지침을 스스로 만들고 모든 생활영역에서 지키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구나 생각되었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조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2부 내아이를 위한 환경운동 중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비누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소제목의 글을 소개하고 싶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생기지 않고 기능도 동일한 샴푸바가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여전히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샴푸를 쓰는 걸까? 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변화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걸 탐색하고 경험하는 건 에너지 소모가 꽤나 드는 일이다. 게다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먹을게 없어서 쓰레기를 뒤지고 뱃속에 플라스틱만 가득한 해양동물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뉴스기사를 접해도, 그게 당장의 나와는 무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CD플레이어가 나오자 워크맨이 사라지고, MP3플레이어가 나오자 CD플레이어가 사라지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자 MP3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샴푸바가 나왔으니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샴푸가 사라지길 기대하는건 너무 헛된 바람일까? 이 바람을 담아 노래를 흥얼거렸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비누향이 느껴진거야~”
작가는 사람들이 알고도 플라스틱 통에 든 샴푸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샴푸바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 ^^; 이 책을 보고 검색을 해보니 꽤 다양한 종류의 샴푸바가 있고, 설거지바도 나와 있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구나~ 그 변화를 이끄는건 개개인의 소비자의 실천적 소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한 살림에서 산 플라스틱 통에 든 샴푸를 쓰는데 쓰고 있는 것을 모두 사용하면 샴푸바를 사봐야겠다.
3부 내아이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에 소개된 여러 이야기는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도 꽤 있어서 스스로 너무 부족했다고만 생각하면 스스로 작아지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꽤 실천하고 있었네? 알게 모르게 말이야!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분에 소개된 내용이 그리 어려운 실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팬 사용하기, 자연소재로 된 물품 사용하기, 에코백과 텀블러 사용하기, 티백보다는 끓여먹는 보리차 이용하기 등등
4부에서는 채식을 하게된 이유와 채식하는 사람으로서 느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이라는 책이 많이 언급된다. 채식에 대해 나도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꽤 많았구나 하는 것을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작가가 이분야 전문가는 아니다보니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에서 전문가인 의사가 이야기한 것들을 근거로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탄수화물이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식단 70퍼센트가 탄수화물인 채식으로 암환자를 치료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도 위 책에서 다루고 있단다. 뭐 이런 경우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채식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가 4부 이야기를 읽으면서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다. 그래서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환경을 위한 실천적인 삶이 엄청 불편하고 어렵게 사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미 많이 실천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조금만 더 신경쓰면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살짝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간단한 것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지구를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