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우리나라 좋은동화
김재복 외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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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봄 우리나라 좋은 동화

 

10명의 젊은 작가들이 만든 동화가 담긴 동화집이다.

 

열림원어린이에서는 한국 아동 문학의 자랑스러운 우수성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작가들의 활발한 창작에 동기 부여가 되고자 매해 우리나라 좋은 작품선집을 펴내고 있다.

 



이번 2023봄 우리나라 좋은동화에 실린 작품은 다음과 같다.

 



보라       엉터리 산신령

윤동희    엄마의 뚜껑

박혜선    손님찾기

김현경    안녕을 말하는 시간

성현정    착한 아이 학교

은경       눈싸움

이지은    부우의 쉬는 시간

정연혜    루나와 미오

경린       사라진 몸

이반디    마녀 포포포

 

각 이야기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엉터리 산신령은 


산신령이 된지 1년 밖에 안된 초보 산신령에게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서 소원을 말하며 잘 되게 해달라고 말하는데, 사실 초보 산신령은 둔갑술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산신령이다. 그래서 산신령이 된 후 폭포 뒤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게 하는 일의 전부이다. 그런데 열 살먹은 대수라는 아이가 매일 찾아온다. 엄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늘 같은 소원을 빈다. 소원만 들어주면 콩도 먹고 버섯도 먹겠다고. 왕딱지를 훔쳐간 준영이도 용서하겠다고. 대수가 100일째 찾아온 날도 대수의 소원은 엄마를 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수가 사탕까지 놓고 소원을 빌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초보 산신령은 자신이 얌체가 된 기분이 든다. 차라리 왜 소원을 안들어주냐고 소리라도 쳤다면 덜 찝찝했을텐데 말이다. 멀어져가는 대수를 향해 산신령은 네 소원은 못들어줘. 헛수고하지 말고 그만 와!”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말 다음날부터 대수는 보이지 않는다. 산까치를 보내 알아보니 대수가 아파서 못오는 것이었다. 아픈 대수에게 초보 산신령은 감기에 좋다는 은행 몇 알을 가지고 대수에게 간다. 땀을 흘린 채 눈을 꼭 감고 있는 대수 머리맡에 은행을 놓고 가려던 차에 다시 초보 산신령은 대수 엄마로 변신한다. 아직 변신술도 완벽하지는 않아 얼굴만 대수엄마로 변했고 몸은 반달곰 모습이다. 엄마 목소리까지 연습한 후 산신령은 창문으로 얼굴만 쏙 내밀고 대수를 부른다. 대수는 눈을 뜨고 촉촉한 눈으로 엄마얼굴의 산신령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한다.


엄마 나 많이 컸지? 벌써 3학년이다. 학교도 혼자 가. 엄마랑 약속한대로 울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 근데 아빠 말은 잘 알듣는다. 할아버지 말도. . 왕딱지 사건은 오해였어. 내 건 서랍 밑에 있더라. ”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다음 날 대수는 산신령을 찾아와서 소원을 들어주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 하고 돌아간다.



둘째 아이에게 읽어주었는데 산신령과 산까치가 나누는 대화가 웃긴지 깔깔거리기도 하고 대수가 왜 엄마를 보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비는지 처음에는 짐작을 못했는지 왜 그런 소원을 빌지? 설마 엄마가 없나? 어디 갔나? 궁금해하기도 했다. 말미에 대수가 엄마인줄 알고 산신령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엄마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런거였나? 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신 것 같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는지 슬픈 표정도 함께 지었다.

 

나는 내가 엄마여서 일까? 대수를 남겨두고 떠난 엄마마음은 어떨까? 하늘에서 대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대수가 기특하면서도 얼마나 슬프고 또 슬플까? 아이를 남겨두고 특히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 가는 부모의 심정이 되어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눈물이 맺힐걸 보니 아이도 덩달이 조금 더 슬퍼진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꼭 안아주었다.

 

건강하자! 건강하자! 아이와 함께 더 오래 살다가자! 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엄마의 뚜껑은 


제목만 보고 예상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전개에 놀랐다. 가정폭력.

엄마의 뚜껑이 열리면 재빠르게 대문 밖으로 나오는게 가장 안전하다이런 내용이 초반부터 나온다. 그리고 말미엔 술병이 내 발 등에 떨어지면서 깨졌다.”는 표현도 나온다


난 아빠처럼 엄마 두고 어디 안 가요.”

엄마가 병원에서 치료받겠다고 했다. 너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

엄마가 다 나을때까지 밥 펑펑 먹으면서 기다려 주는 게 진짜 사랑이야.”

알코중독인 엄마가 술을 마시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고 오히려 폭력을 행사하지만 아이는 엄마를 사랑한다. 이미 아빠도 떠났지만 아이는 자신마저 엄마를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조금 거슬렸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는 이 이야기 속의 아이가 그래도 엄마를 사랑하는구나! 엄마가 엄마답지 못해도 아이에겐 엄마가 우주고 세상의 전부라는 말이 맞구나! 아이가 엄마에게 보여주는 절대적인 사랑에 눈물이 난다. 저런 엄마도 엄마라고.

 

그런데 아이에게는 이 이야기를 읽어주지는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가 저런 부모도 주인공 아이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알게 모르게 강요받을까봐서이다. 부모를 사랑한다면 저정도로 부모가 엉망이어도 사랑해야지! 그래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거야~ 이런 압박감을 은연 중에 심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런 상황이라면 부모가 미울 수 있고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 맹목적을 부모를 사랑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은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를 믿고 그래도 좋아한다. 그런 부모라도 믿어주고 싶고 따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 서글프고 안타깝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20페이지 정도의 짧은 동화로 내용도 재미있고 소재도 다양하다. 4학년 첫째 아이말로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활동이나 과제를 일찍 끝낸 경우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럴 때 읽기 딱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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