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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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1900년부터 1945년까지의 물리학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100년 전 물리학자들은 지금까지 믿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세상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어느 날 알게 되었고, 그들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해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1900년부터 1945년까지 물리학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정말 차례를 보면 그 시기 중요한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소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리학의 이론에 대한 소개라기 보다는, 이 당시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살면서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새로운 이론을 세우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운 물리학의 이론들이 소개되고 나오지만 이야기로 접근하고 있기에 설령 물리학 이론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읽는데는 문제되지 않는다.





 

1903년 6월 어느 여름밤파리 13지구 켈러만 거리의 한 정원창밖으로 쏟아지는 불빛이 잔디밭을 환히 비춘다문이 열리고왁지지껄 쾌활한 목소리들이 먼저 들려오고 그다음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자갈길로 몰려온다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 한복판에 검정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있다그의 이름은 마리 퀴리서른아홉 살의 물리학자다무표정했던 평소와 달리 얼굴에 화색이 돌고 기쁨이 번진다조금 전까지 박사학위 축하파티가 열렸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위대한 물리학자 마리 퀴리를 소개하는 가장 서정적인 글인 것 같다. 과학자들을 소개할 때는 그들의 업적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소개할 때가 많다. 설명의 방식을 통해. 그런데 이 책은 소설처럼 장면을 묘사하며 마리 퀴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물리학자 마리퀴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물리학 이론을 이해해야 하거나 이해까지는 못하더라도 장황한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것과 동일시 되었던 그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이런 시작이 새롭다.




 

책은 철저하게 시간 순서대로 챕터를 나누어 물리학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챕터별로 장소와 인물이 바뀌고 큰 연계성도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마치 1900년부터 1945년까지 주요한 인물과 주요한 사건을 부분적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점만 고려하면서 읽어나간다면 크게 저항감은 없다. 누가 먼저 어떤 발견을 하였고, 그에 영향을 받은 다른 누군가가 또 다른 발견을 하며 이 시기의 놀라운 물리학적 발견들이 이루어졌기에 시간 순서에 따라 단막극마냥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912년 북대서양 무요류성 타이타닉의 침몰 이라는 챕터가 나온다. 챕터의 제목을 보고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것과 물리학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절로 생겼다. 이 챕터는 한 장으로 구성된 짧은 이야기인데, 무선전신 발명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물리학자 굴리엘모 마르코니도 타이타닉호의 승선 초대장을 받았지만 거절했단다. 더 빨리 대서양을 건너기 위해 타이타닉호가 출발하기 3일전에 다른 증기선을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타이타닉호의 통신 설비를 구축했고, 그의 회사 직원이었던 무선통신수 잭 필립스와 해럴드 브리이드는 타이타닉호에 승선했었는데, 그들은 통신실이 물에 잠기는 순간까지도 SOS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신호 덕분에 711명의 목숨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전자기파 이론이 생명을 구했다고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전자기파의 이론은 모르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통해 무전통신기술이 없었다면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한 사람들도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야. 과학에 대한 고마움이 든다. 그리고 어렵기만한 과학이 실제 우리 삶에서 작용한 이야기들이 참 재미가 있다.






 

처음에는 겉표지와 책의 두께만 보고 나름 결심을 단단히 하고 책장을 펴야겠구나! 생각했었다. 불확실성의 시대, 여러 과학자들의 사진들, 상당한 두께. 어려운 과학이론들을 엄청 설명하면서 나에게 이해해보라고 하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정모관장님의 추천사를 읽으니 더욱 이론들에 대한 소개인 것으로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중도포기하지 않도록. 그리고 추천사에서 연도별로 누가 무엇을 발견했고 그로 인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는지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추천사의 이 부분이 1900년부터 1945년까지 물리학사의 발견 중심으로 요약한 것만 같다. 막상 책의 첫 챕터는 ‘1900년 베를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소제목으로 소설처럼 시작한다.

 

어려운 물리학사를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이론이야기가 싫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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