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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 악에 대한하기위한 악: 폭력 -
영화 <엑소시스트>에 보면, 첫 부분에서 신부가 악마를 상징하는 조각을 보며 "Evil against Evil..."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보는 폭력의 시각이 대체로 비슷하다. 이 책의 서문격인 1장에서 홉스의 '리바이어던
Liviathan을 인용하면서, 개인적 폭력이 난무하던 그 시절부터 합의를 통해 질서를 만들고 다시 무너뜨리는 과정을 그대로 설명한다. 무차별적 폭력을 피하기위해 무질서에서 질서를 합의해 냈지만, 오히려 이제는
질서가 폭력을 행사하는 모순을 지적하며 폭력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다.
- 폭력에 대한 성찰: 그 시발점들 -
이 책은 전체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도입부인 1장 질서와 폭력, 맺음말인 12장 문화와 폭력을 제외하고는 폭력의 속성 또는 발현에 대하여 하나씩 고찰을 한다. 이 10개의 장은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하나의 흐름에 따라 나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장은 서로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키는 것부터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 읽은 뒤에 다시 한번 차례를 보시라.
각각이 주장을 담아내기보다는 기존의 사실, 장면을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고 있으며, 각 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장면들은 가장 그 주제를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예제들로 이루어져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다만 조금 잔인하게 느껴질수 있다),
어떤 주장을 하기보다는 장면을 보여주며, 그로부터 사실을 전달하는 이 서술 방식은 그 자체로서 어떤 설득을 하기보다는 그 장면으로 부터 폭력의 속성을, 그리고 그 발현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서술은 폭력에 대한 생각을 할 기초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 말할수 없는것에 대한 침묵 -
1장에서 서술한 폭력의 진행 순서에 따라 10개의 장을 배열하고, 각각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그 서술은 폭력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폭력의 희생자를 서술한 4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폭력의 행위자인 가해자를 중심으로 이야기 되고 있으며, 따라서 폭력에 따라붙는 두 가지 속성 중 가해자의 도취에 비하여 피해자의 고통에는 상대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있다. 사디즘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면서도 그에 상대되는 개념인 마조히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고, 피해자의 굴종과 무력함 보다는 가해자의 안도와 쾌락에 더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런 침묵은 정당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폭력은 앞에서 말한것처럼 '만인에 대한 민인의 투쟁'에서 '복종과 질서'를 지나 다시 무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만을 이야기 하고 있기 떄문이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순간 폭력에 대한 고찰은 문화와 체계를 넘어 너무나도 거대해져 하나의 흐름으로 담아둘 수 없을것이며, 각각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담아두던 이 책의 서술은 개별에 묻혀 소실될 것이다.
- 순환의 완성, 비대칭적 결론 -
11장에서 사물에 대한 파괴까지 서술이 끝나는 순간, 혁명은 완성되었고, 새로운 질서를 향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1장에서 말했던 움직임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앞서는 인용을 통하여 거시적인 흐름에 따랐지만, 이번에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앞의 본론들에서 서술했던 흐름과 맞물려 개별적인 가해자에게 돌아갈 비난의 화살들을 문화로 돌리려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비대칭적 이야기를 위해 홉스로 시작하여 프로이트로 결말을 내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명시적으로 개진하지 않고, 그 둘의 인용으로 양 끝을 장식한다는 것은 어쩌면 독자 스스로에게 판단을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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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개인적으로는 원제를 직역한 "폭력에 관한 논고" 가 더 어울린다 싶지만 좀 딱딱한 감이 있다. 약간 도발적이기도 한 역서의 제목도 나쁘진 않다.
덧2. 4장에 설명되는 그림 '십자가형을 위한 세 개의 습작'을 보고 싶거든 아래 url의
<Francis Bacon, "Three Sudies for a Crucifixion" (1962)>을 참조하시라.
[from:
http://www.askyfilledwithshootingstars.com/wordpress/?p=971 ]
덧3. 역자는 좌와 우를 넘어서는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는 사상가 라고 이야기 한다. 이것이 책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찾아보는것도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