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이지은 지음 / 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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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책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이 온다.


보통 책을 고르거나 책을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접하는 존재는 

표지에 제목과 함께 가지런히 적힌 이름이 작가이므로 읽는 이들도 '내 이야기를 써 볼까'라는 작가가 되는 상상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읽은 책의 수와 시간이 더 늘어나 '덕후'의 자리까지 오게 되면 우리(네, 제가 책 덕후임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는 작가를 넘어 그 책을 펴낸 출판사와 출판 업계에 대해서까지 궁금해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오게 되고, 여기서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결국 출판업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기도 한다.


- 책 한 권 만드는 데는 알면 알수록 참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갔다. 출판 에이전시, 번역가 그림 작가, 외주 교정자, 디자이너, 제작 담당자, 인쇄소 기장님, 물류 담당자 등. 파는 일까지 더하면 책이 독자의 손에 쥐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치는지.(본문 p70-71 중)


모든 일이 그렇듯 책도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출간되어 한 사람의 손에 오롯이 들어오기 까지 그 뒤에는 책 안의 글자 수 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존재한다. 그 모든 존재들 사이에서 어쩌면 가장 큰 존재이면서 가장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나는 '편집자'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편집자'로 15년간 여러 출판사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며 책 뒷편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이지은 편집자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SBI(서울출판예비학교)에 들어가 이후 작은 출판사부터 대형출판사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국내소설, 에세이, 요리책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기획하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 굉장히 세세하게 적혀있다. 본문을 넘어 각주와 본문 중간 중간 괄호()속에 조금 더 사심이 담겨져 표현된 문장들을 보자면 단순히 읽는 독자에게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느낌을 넘어 자신처럼 책에 애정을 가지고 출판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선배로써 건네는 애정과 진심이 가득 담긴 조언처럼 느껴졌다.


- 출판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아직 상상되지 않을 누군가에게 나는 그래도 힘주어 말하고 싶다. 책을 만든느 일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책을 만드는 일에는 헤어날 수 없는 마성이 있다고. 그러니 첫걸음부터 신중하게 택하는 게 좋을 거라고 넌지시 알려주고 싶다. 한 사람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만드는 일, 그렇게 만들기 위해 작가와 신뢰를 쌓는 일, 책 한 권이 탄생하기 위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로 성을 쌓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뿌듯하고 기쁘다고. 그중 제일 좋은 건 세상에 없던 책이 탄생하면서 내 인생의 마디를 하나씩 채워넣는 일이라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당신을 이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p35-36)


작가(창작자)와 출판사(회사) 사이, 더불어 하나의 책을 만드는 과정 속 수많은 상황과 관계의 한 가운데에서 각자의 의견을 오해없이 전달하고 조율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작가님의 내공이 짙게 드러나는 문장들은 분야를 떠나 '업'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되면서 담백하지만 다정하게 위로가 되는 부분들이었다. 


- 맞다. 매일 잘할 수 없는 게 일의 세계이고, 나의 기대에 맞춰 모든 사람이 일정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게 책을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여덟 시간 동안 앉아 일을 하기 위해 내 몸을 아프지 않게 돌보는 정도로도 내 몫은 충분하다. 사실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일을 앞세우지 않기.

자신을 돌보는 걸 미루지 않기. (p18)


- 일상으로 돌아와 일하다가 문득 '이렇게까지 애써야 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나를 다독인다. 회사보다는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방법을 탐색한다. 일을 잘되게 하는 일이 나를 위한 일. 인생을 길게 볼 때 내가 만든 책들이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매일 깨닫고 있다.

지금 당장 힘들게 느껴지는 이 과정을, 한계에 다다른 듯한 일을 꾸역꾸역 무사히 통과하면 우리는 더 멀리에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애써 누군가에게 마음을 쓴 선의는 다른 누군가로 전달되어 뜻밖의 좋은 일을 만들어준다.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은 내 삶에 경험치로 쌓일 것이고, 그건 내일의 나에게서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단단한 자신감이 될 것이다. (p180-181)


-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어렵더라도 오랜 시간 들여다보며 이번이 아니면 다음번에라도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 고민하기로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정성을 들이는 긴 시간이야말로 내 인생임을 잊지 않기로 다짐하며. (p81)



이 책을 통해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놓치거나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이 책 이후에 읽는 책들은 책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좋은 책을 독자에게 건네기 위해 자신의 진심어린 마음과 시간을 쏟았을 많은 이을 한 번씩 더 떠올리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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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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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은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9년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된 '파묘'였다.

 이후 '파묘'를 포함해 발간된 '연년세세'를 읽고 이번이 세번째 작가님의 글을 접하는 것인데,

 책을 읽으며,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아, 예상만큼 가볍지 않네. 였다.


 흔히 에세이, 산문을 떠올리면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다뤄 공감하기도 쉽고 가볍게 읽고 읽히는 접근성이 좋은 분야라는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쿠키를 먹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일기를 목적하고 썼다. 

  내용으로 읽히지 않고 입에서 발음으로 부서져도 괜찮은. (p.151 중)

 

 작가님도 그런 가벼운 글이 되길 어느 부분에서는 원하신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에세이란 이 책의 제목처럼 어느 누군가의 '일기'이다.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작가의 말 중)


 라는 말처럼 에세이는 작가의 개인적이고도 사사로운 글이기 때문에 호와 불호로 나뉘기 쉽다고도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이야기면서 '구조', 한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과 그 속에서 일어난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이 언급된다. 가깝게는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실직 문제와 가정 폭력부터, 고 변희수 하사 사건과 세월호 사건까지. 

 드러나거나, 대놓고 보여지진 않았지만 느낄 수 있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혐오들에 대해 작가님은 본인의 스타일대로 세밀하면서도 꾸밈없이 써주셨다. 


 이처럼 결코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어떤 이에겐 이 무게감이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 무게감이 작가님,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일. 이것을 작가님은 조심스럽지만 강단있게, 강요가 아니라 본인의 삶을 드러내는 용기로 보여주셨다. 


 '타인의 삶과 죽음을 자기 삶의 지표로 삼는 일에 나는 반대하고 있지만, 어떤 삶과 죽음은 분명 신호이자 메시지이고 그것을 신호이며 메시지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삶은 늘 있다. 이때 발신자는 살거나 죽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사회다. 오늘 발견된 죽음 근처에서 고립되어 취약한 상태에 있을 사람들이 이 밤과 낮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p74 중)


 '내가 얼마나 후회를 하건 얼마나 따가운 말이건 내게,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여전히. 7년이 이어지는 내내 그리고 오늘도. 어떻게 지내십니까.' ( p111 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마음들을 나도 사랑합니다.

 다들 평안하시기를.' (작가의 말 중)

 

 

 무엇보다 이 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진심은 담백하고, 진솔하면서 따듯하다. 그렇기에 나도 글을 끝까지 써 내는 용기를 내 주신 작가님에게  같은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싶다.



 건강하시기를.(책의 시작)

 다들 평안하시기를(책의 끝)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진행한 '에세이&'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 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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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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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작가 블라인드 서평단으로 미리 읽어 볼 수 있었던 책 '나나'.


얼핏 한 사람의 이름처럼 보이는 이 책의 제목인 '나나'는 타인과 세상에 보여지는 외부적인 모습에서의 '나', 반대로 외부엔 보여지지 않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가끔은 자신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나', 이렇게 두 모습의 '나'를 뜻하는 듯하다.


k-영어덜트 소설, 쉽게 말하자면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는 이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글을 읽을 때 십대 특유의 발랄함과 꾸밈없고 솔직한 성향들을 인물들간의 대화나 이야기가 흘러가는 속도, 문체에서 많이 느낄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이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해주면서 글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주제, 의미의 여운과 묵직함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나'도 그랬다.


몸을 빠져나온 '영혼', 그리고 그 영혼들을 수거하러 온 '선령'과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추상적이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에겐 혹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어 기피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주인공들이 영혼인 '나'는 왜 본체인 '나'를 빠져 나왔는가. '나'는 왜 '나'에게 돌아가지 못하는가. 저기에 있는 '나'는 '나'를 왜 거부하는가. 와 같이 '나를 찾기 위해 관찰하고 탐구하고 다가가는 과정'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생에 한 번씩은 모두 깊이 생각해보았거나, 누군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을 굉장히 본질적이면서 현실적인 과업과도 같은 부분이라는 것이다.


'영혼',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자신이 되어 밖에서 제 3자의 시선으로 편집되지 않거나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게 하는 이 장치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을 환기시키게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은 각 장의 부제가 둘 씩 묶여 진행된다.

'잃어버린 영혼' 과 '내버려둔 영혼', '오해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 '미안한 나에게'와 '외면한 나에게', '깨달음의 선물'과 '마지막 선물'

두 주인공의 경우 보여지는 성격이나 지내온 환경, 상황을 받아드리고 대처하는 방향 등이 굉장히 상반된 편인데, 각 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인공의 특징과 이야기의 느낌을 잘 잡아낸 것 같았고, 각 장을 읽고 난 뒤 부제를 다시 살펴보는 재미와 더불어 다른 듯 닮은 두 주인공의 모습을 명료하게 나타낸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영혼은 진정으로 느끼고 알아 가는 거야." "······."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거지."

모든 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살아간다.

그 속에서 부디 자신을 잃지 않기를,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자신의 내면을 보듬어주고 아껴주며 살아가기를 이 책을 빌려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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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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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가끔 상기시켜줘야 할 다짐과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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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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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문장과 그림체가 가슴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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