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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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은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9년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된 '파묘'였다.

 이후 '파묘'를 포함해 발간된 '연년세세'를 읽고 이번이 세번째 작가님의 글을 접하는 것인데,

 책을 읽으며,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아, 예상만큼 가볍지 않네. 였다.


 흔히 에세이, 산문을 떠올리면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다뤄 공감하기도 쉽고 가볍게 읽고 읽히는 접근성이 좋은 분야라는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쿠키를 먹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일기를 목적하고 썼다. 

  내용으로 읽히지 않고 입에서 발음으로 부서져도 괜찮은. (p.151 중)

 

 작가님도 그런 가벼운 글이 되길 어느 부분에서는 원하신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에세이란 이 책의 제목처럼 어느 누군가의 '일기'이다.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작가의 말 중)


 라는 말처럼 에세이는 작가의 개인적이고도 사사로운 글이기 때문에 호와 불호로 나뉘기 쉽다고도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이야기면서 '구조', 한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과 그 속에서 일어난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이 언급된다. 가깝게는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실직 문제와 가정 폭력부터, 고 변희수 하사 사건과 세월호 사건까지. 

 드러나거나, 대놓고 보여지진 않았지만 느낄 수 있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혐오들에 대해 작가님은 본인의 스타일대로 세밀하면서도 꾸밈없이 써주셨다. 


 이처럼 결코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어떤 이에겐 이 무게감이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 무게감이 작가님,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일. 이것을 작가님은 조심스럽지만 강단있게, 강요가 아니라 본인의 삶을 드러내는 용기로 보여주셨다. 


 '타인의 삶과 죽음을 자기 삶의 지표로 삼는 일에 나는 반대하고 있지만, 어떤 삶과 죽음은 분명 신호이자 메시지이고 그것을 신호이며 메시지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삶은 늘 있다. 이때 발신자는 살거나 죽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사회다. 오늘 발견된 죽음 근처에서 고립되어 취약한 상태에 있을 사람들이 이 밤과 낮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p74 중)


 '내가 얼마나 후회를 하건 얼마나 따가운 말이건 내게,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여전히. 7년이 이어지는 내내 그리고 오늘도. 어떻게 지내십니까.' ( p111 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마음들을 나도 사랑합니다.

 다들 평안하시기를.' (작가의 말 중)

 

 

 무엇보다 이 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진심은 담백하고, 진솔하면서 따듯하다. 그렇기에 나도 글을 끝까지 써 내는 용기를 내 주신 작가님에게  같은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싶다.



 건강하시기를.(책의 시작)

 다들 평안하시기를(책의 끝)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진행한 '에세이&'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 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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