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19살 다린은 특출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사고가 나기 전, 다린의 엄마는 센트 아일랜드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기 복합 연구 단지에서 책임자로 일했었고 엄마의 후각 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연구소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었고, 그 사건은 사고로 밝혀졌지만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런 엄마에게 자신의 딸이 같은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것도 이해가 되었다. 꿈으로 가득한 아이에게는 오로지 환상적인 보랏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센트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면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에너지가 결국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는 것도 엄마는 알았겠지.
“ 어느 책에서 봤는데, 사람이 가장 불안해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는 거래. ” | p218
다른 어느 페이지보다 이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가장 불안한 사람은 오히려 꿈을 잃은 사람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어둠으로 가득한 미로를 걸을지언정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린이 꿈을 깨닫고 스스로 시련을 극복해가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나이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단단하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시련 속에서도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 같았다.
19살의 나이에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다만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수 많은 경험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분명히 알게되는 세상이 내뿜는 그 비밀스러운 향기를 하나씩 찾아가기를.
마지막 장을 덮으며,
조심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보며,
다음 책의 제목은 뭔가요? ㅎㅎ
_모든 공간에는 향이 있고,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통해 그 향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음표 하나에 여러 악기가 더해져 풍성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공간 역시 마찬가지죠.
저희는 그 포개진 향을 분할하여 악보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공간으로 악보를 옮겨 더 극적으로 향을 연주하는 사람들이죠. | 130
_엄마의 목소리에 그리움이 깔려 있었다.
당시 엄마는 센트 그룹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태양이 중천에 떠 있을 때, 가장 햇볕이 따사로운 그 시각에, 엄마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순간에 차가운 어둠을 맞이하고야 만 것이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을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을까. | 322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 꿈이 있는 한 네 몸에 밴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
“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열아홉살 학생들의 ‘꿈’ 그리고 ‘향’ 이야기 “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