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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평점 :
벤자민 프랭클린이 꼽는 삶의 중요한 가치는 ‘쓸모’이다.
필요를 행하는 삶, 즉 쓸모있고 유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프랭클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내가 책을 ‘읽은’것이 아니고 ‘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의 저자 에릭 와이너 특유의 이야기 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프랭클린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을 찾아 직접 거닐어 보며, 장소에 대한 묘사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장소에 얽힌 프랭클린의 일화를 통해 작가 고유의 깊은 사유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다시 보면 프랭클린 여행기, 여행으로 더욱 깊어지는 삶의 고유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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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의 아버지, 100달러 화폐의 주인공, 작가, 출판인, 과학자, 정치가… 수 많은 수식어를 보유한 프랭클린이 실제로 받은 정규 교육은 약 10살 무렵 끝이 났다. 그가 결코 학교 교육을 통해 육성된 인재가 아니라는 것, 오로지 사회속에서 경험과 실험을 통해 그토록 풍부한 지성을 쌓아온 것을 보면 그가 말하는 쓸모라는 것은 그의 인생 자체를 대변하는 말이 된다.
독서를 끊임없이 강조하면서도 책 안의 텍스트에만 갖혀있지 않고 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으로 성취를 이뤄내려고 했다. 이 지독한 ‘경험주의자’의 삶은 늘 ‘실험’과 ‘경험’으로 가득했다.
당연하게도, 이런 삶의 태도를 갖다보면 자연스럽게 ‘모호한 내세의 행복’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의 행복,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영위하게 된다.
이게 바로 에릭 와이너가 말한,
“섭리를 의심하지 말지어다” 혹은 #될놈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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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프랭클린의 삶이 늘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상처와 실패가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이 바로 ‘수정 가능한 유연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 프랭클린의 오자 개념은 수정 가능한 유연한 세상을 내포한다. 그 무엇도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지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이 남긴 상처는 평생 이어질 필요가 없다. 우리는 상처의 총합이 아니다. 모든 오자는 교정할 수 있다. 그저 실력 있는 인쇄공을 만나거나 직접 수정해서 인쇄하면 된다. 저자는 실수를 바로잡아 신판을 낸다. 결국 우리는 자기 삶의 저자이며 우리 모두가 1인 출판사다. ”
| 152
늘 상처에 얽메여 스스로 뒷걸음질 치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가. 세상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면 그만이라는 것, 부족한 부분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순간 나는 그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내내 기억하고 싶은 삶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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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공 B. 프랭클린의 몸,
오래된 책의 표지처럼 닳고
글씨와 금박이 벗겨진 채로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 이곳에 잠들다.
그러나 그 내용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의 믿음처럼
저자가 고치고 수정한
더 완벽한 신판의 형태로
언젠가 재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 453, 프랭클린의 비문
가장 길고 가장 쓸모 있는 삶조차도 불완전하다. 우리는 실망과 후회, 무산된 꿈을 뒤에 한가득 남겨두고 너무 일찍 무대에서 퇴장한다. | 454
가장 길고 가장 쓸모 있는 삶조차도 불완전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프랭클린의 인간적인 이야기들은 평범함 속에서 그가 이뤄낸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한다. 내 삶이 불완전하다고, 늘 실수투성이에 늘 망설임 뿐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각자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흐릿할지언정 절대 사라지지 않는, 프랭클린의 발자국처럼 어떤 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해지는 그런 것 말이다.
‘ 나를 살살 밀고 물 위로 끌어올리면서,
함께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이에요. ’
| 461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