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흐르는 대로 -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해들리 블라호스 지음, 고건녕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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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익숙함 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 두려움을 뒤로하고, 영혼이 떠나는 길을 배웅하는 호스피스 간호사 ‘해들리 블라호스’가 전하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죽음’에 대하여. 에피소드 하나같이 눈물바람 ㅠㅠ 이 가을에 정말 읽기 좋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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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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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시작하기 좋은책 같아요. 다른 유명한 책들에 비하면 순한맛 입니다. 저는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감동도 있고 마지막엔 너무 슬프기까지. 덕분에 연휴내내 멈추지않고 후루룩 읽기 좋았어요. 스토리 흡입력이나 섬세하고 찌르는듯한 표현이 정말 압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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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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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이 꼽는 삶의 중요한 가치는 ‘쓸모’이다.
필요를 행하는 삶, 즉 쓸모있고 유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프랭클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내가 책을 ‘읽은’것이 아니고 ‘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의 저자 에릭 와이너 특유의 이야기 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프랭클린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을 찾아 직접 거닐어 보며, 장소에 대한 묘사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장소에 얽힌 프랭클린의 일화를 통해 작가 고유의 깊은 사유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다시 보면 프랭클린 여행기, 여행으로 더욱 깊어지는 삶의 고유성을 일깨워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100달러 화폐의 주인공, 작가, 출판인, 과학자, 정치가… 수 많은 수식어를 보유한 프랭클린이 실제로 받은 정규 교육은 약 10살 무렵 끝이 났다. 그가 결코 학교 교육을 통해 육성된 인재가 아니라는 것, 오로지 사회속에서 경험과 실험을 통해 그토록 풍부한 지성을 쌓아온 것을 보면 그가 말하는 쓸모라는 것은 그의 인생 자체를 대변하는 말이 된다.
독서를 끊임없이 강조하면서도 책 안의 텍스트에만 갖혀있지 않고 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으로 성취를 이뤄내려고 했다. 이 지독한 ‘경험주의자’의 삶은 늘 ‘실험’과 ‘경험’으로 가득했다.
당연하게도, 이런 삶의 태도를 갖다보면 자연스럽게 ‘모호한 내세의 행복’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의 행복,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영위하게 된다.
이게 바로 에릭 와이너가 말한,
“섭리를 의심하지 말지어다” 혹은 #될놈될 ?


그렇다고 프랭클린의 삶이 늘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상처와 실패가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이 바로 ‘수정 가능한 유연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 프랭클린의 오자 개념은 수정 가능한 유연한 세상을 내포한다. 그 무엇도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지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이 남긴 상처는 평생 이어질 필요가 없다. 우리는 상처의 총합이 아니다. 모든 오자는 교정할 수 있다. 그저 실력 있는 인쇄공을 만나거나 직접 수정해서 인쇄하면 된다. 저자는 실수를 바로잡아 신판을 낸다. 결국 우리는 자기 삶의 저자이며 우리 모두가 1인 출판사다. ”
| 152

늘 상처에 얽메여 스스로 뒷걸음질 치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가. 세상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면 그만이라는 것, 부족한 부분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순간 나는 그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내내 기억하고 싶은 삶의 조언이었다.


인쇄공 B. 프랭클린의 몸,
오래된 책의 표지처럼 닳고
글씨와 금박이 벗겨진 채로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 이곳에 잠들다.
그러나 그 내용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의 믿음처럼
저자가 고치고 수정한
더 완벽한 신판의 형태로
언젠가 재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 453, 프랭클린의 비문

가장 길고 가장 쓸모 있는 삶조차도 불완전하다. 우리는 실망과 후회, 무산된 꿈을 뒤에 한가득 남겨두고 너무 일찍 무대에서 퇴장한다. | 454


가장 길고 가장 쓸모 있는 삶조차도 불완전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프랭클린의 인간적인 이야기들은 평범함 속에서 그가 이뤄낸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한다. 내 삶이 불완전하다고, 늘 실수투성이에 늘 망설임 뿐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각자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흐릿할지언정 절대 사라지지 않는, 프랭클린의 발자국처럼 어떤 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해지는 그런 것 말이다.

‘ 나를 살살 밀고 물 위로 끌어올리면서,
함께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이에요. ’
| 461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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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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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 전기였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에릭 와이너’ 잖아요? 특유의 유머코드 잘 맞으시는분 강추합니다. 마치 여행을 하듯 프랭클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 진리와 깨달음, 새로운 시선, 모든 것이 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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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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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보자,
“ 살마의 남동생은 그때 고작 일곱 살이었다. 함자, 라는 이름의 그애는 세살 때부터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된, 반군 점령 도시인 알레포에서 살아왔으므로 언제라도 폭격기나 탱크가 집과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곳, 사람들이 끊임없이 피 흘리며 죽어가는 그런 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긴 채 짧은 생애를 마감한 셈이었다.
함자는, 그런 풍경에만 익숙했을 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해변과 놀이기구가 가득한 테마파크 같은 것은 끝내 경험해보지 못했다. 소리가 나는 장난감, 아이스크림으로 만큼 케이크, 피아노나 바이올린 선율 같은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 “ (p58)

지금 내 앞에서 한참 레고 장난감을 만들고 있는 나의 아이도 7살이다. 내가 평온하게 책장을 넘기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죽어가는 아이를 붙잡고 울부짓고 끝나지 않는 공습의 공포속에서 떨고 있겠지.

각각의 삶이 흘러가는 동안 누군가는 스노우볼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로부터 삶으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희망 한 가닥을 붙잡고 있다. 누군가는 그 외로운 이를 향해 자신의 수줍은 손을 내민다.


/ 부모에게 버림받고 방치된 아이였던 ‘권은’은 같은 반 반장이었던 ‘승준’에게 선물받은 카메라를 통해 다시 삶으로 연결된다. 시간이 흘러 권은은 주로 분쟁지역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승준은 기자가 되었다. 시리아 내전을 촬영하던 권은은 왼쪽 다리를 잃게 되고, 이제 막 한 아이를 기르게 된 승준은 다시 기억 속의 권은을 떠올리며 그녀의 삶 속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과 기억되어져야만 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조해진작가는 늘 따뜻한 글을 쓴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렇다. 생각하지 못했던 어두운 곳을 애써 들춰내서 내 시선이 그 곳에 닿도록 하고는 어느새 따뜻한 빛을 그 곳에 비춘다. 어느 한 광고에서나 봤던 전쟁 지역의 참상이 떠오르게 하며 어딘가에서 고통받을 누군가에 대해 기도하게 한다. 내가 그들에게 보내는 이 작고 하찮은 관심을 ‘호위’라고 칭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승준이 권은에게 준 카메라 처럼
장 베른이 알마에게 준 악보 처럼
그렇게 한 조각의 사랑이 모이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바라게 되는건
나도 어쩔 수가 없는 마음이다.

기억속의 장면들이 눈송이로 수렴되어 가고,(12)
마음은 또다시 난폭하게 헝클어진 채, (15)
감당하기 힘든 슬픔으로 응결될 테지만, (54)
이런 문장을 지어내는 사람의 글이라면
이 온기를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내 앞의 글자가 흐릿해져 더는 읽지 못할 때까지 끊임없이 그녀의 글을 찾을 것이다.


“ 세상이 지금보다 황폐해져
네가 기대어 쉴 곳이 점점 사라진대도,
네가 그것을 잊지 않는 한,
너는 죽음이 아니라 삶과 가까운 곳에
소속돼 있을 거야.
아무도 대신 향유할 수 없는
개별적이면서 고유한 시간 속에…
네가 어디에 있든.
언제까지라도. ”
| p247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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