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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법 - 생존을 위한 두 가지 요건에 관한 이야기
장혜영 지음 / 궁리 / 2024년 5월
평점 :
사회를 구성하는 토대이자,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요건,
#사랑과법 #장혜영 #궁리출판사
18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던 장혜영작가. 이 글속에서 사랑과 법의 본질, 그리고 문학 작품속에 녹아든 삶에 대한 성찰을 전한다.
‘남의 일’이기도 하면서 어느 순간 ‘나의 일’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들 속에서 결국 그 이야기의 끝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과 법.
나는 글 속에서 작가가 검사의 임무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내 ‘사랑’이라는 부드럽고 온화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변사자들에게는 사랑하는 대상이 없거나 없어지거나, 사랑하는 마음 내지 사랑할 의지가 없거나 적어진 게 아닐까. 자살이나 고독사로 인한 변사 기록을 볼 때 마다 기록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랑의 부재’라는 공통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같은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었다. | 25
피해자의 고통은 탄원서의 작성이나 제출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가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가 자신을 수년 동안 강간 및 추행한 사람을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그 상황 자체에 있다. 아마도 그건 ‘영혼에 금을 긋는’ 것과 같은 고통일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정도가 다른 상처를 준다. | 153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겁부터 났다.
‘이 책 검사님이 쓰신 책인데,
법이라니, 법에 ㅂ자도 모르는 내가?’
법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가깝고도 멀다.
그런데 알고보면 법은 우리 생활속에 촘촘하게
스며들어 우리는 이미 법이라는 토대위에
살고 있지만 아무리 친해지려고 해도
‘법을 들먹거리는’ 상황과는
결코 친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나에게 법이란 그런 존재다.
가깝지만 한 없이 먼 존재.
그런 법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그 흔한 사랑처럼, 어쩌면 사랑보다 더 가까이.
변사, 책임, 사기, 학대, 합의, 중독, 시효 처럼 무거운 주제들 속에서도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가는 힘을 주었던 것은 때때로 곁들어진 아름다운 시들과 문학 작품의 인용, 인상깊은 영화속 장면들을 줄곧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작품이 소개되었을 때는 더더욱, 반가움에 책장이 넘어가는 줄도 몰랐다.
실제로 검사로 일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작가는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고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가 실재하는 세상에서의 결말이 결코 영화와 같을 수 없음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삶이지 않겠냐며 어깨를 토닥여준다.
문학을, 시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법률용어들, 법률적 해석들이 낯설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좋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단계를 거쳐서 판결을
내리는구나, 이런 구성 요소들이 필요하구나’ 처럼
알아두면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식들도 많았고, 뭔가 나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수준의 말들을 읽으면서 나의 지혜가 아주 조금은 성장한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법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점.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