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의 가능성 - 삶은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
김병규 지음 / 북스톤 / 2025년 1월
평점 :
“ 삶은 슬프지만 내 마음은 슬프지 않다. 내 시간은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마음을 품고 지금 형을 만나러 간다 ”p222
와튼스쿨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학계에서 받기 어렵다는 상도 여럿 탔고,
전공 관련 책도 여러 권 썼고,
성공한 학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
그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24년 전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평생 중환자로 살아가고 있는 형과
희귀암 환자인 아버지,
자신의 삶도 포기한 채
늙도록 가족을 간병하시는 어머니,
수도 없이 응급실을 방문과 입원, 투석,
강의가 끝나면 병원으로 기저귀를 사다 나르고,
병원 식당에서 끼니를 떼우는 사람.
쉬는 날에는 아버지 방에 놓아드릴
환자용 침대를 조립하고,
형의 투석을 위해 병원을 다녀오고
오후 서너시가 되어서야 집에서 한 숨 돌리는 이, 또한 같은 사람이다.
강의를 할 때의 그와 가족 안에서의 그는 철저히 다른 세계를 살아왔다. 이런 삶의 줄다리기 속에서 그를 지배했던 가장 큰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아픈 형과 형을 간병하는 부모님을 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은 가족의 오랜 투병 속에서 함께 시들어가는 대신 살아 숨쉬기를 선택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 선택의 댓가로 평생 죄책감을 짐 처럼 어깨 위에 얹고 다녔다.
이토록 무겁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삶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모순같은 삶의 진리를 보여줬다. 그의 어깨를 짓누른 죄책감을 삶의 가장 큰 선물이라 여기며 가족을 떠난 이후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도록 자신을 갈고 닦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하루의 가능성’
하루살이처럼 살더라도 그 하루가 분명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매일매일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바로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나는 그저 ‘오늘 하루‘의 가능성을 믿었다. 하루는 가능성을 실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루는 거창한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일 테지만, 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것들에 강하게 집착했고, 이런 집착은 시간에 대한 내 관점을 바꿨다. 하루는 아침에 눈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대략 16시간 정도의 시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이제 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되었다. ” p38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나는 어떤 하루를 상상했을까. 막연하게 어제보다 더 나아지기를 희망하고, 어쩌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로 가득 채우고자 하는 것은 나 또한 늘 희망하는 삶의 모습이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하루라는 시간의 의미와 그 가능성이 마냥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삶에 져버리는 대신 내가 추구하고 바라봐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이 하루의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상을 살다보면 이건 나의 의지를 떠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의식적을 책을 찾아 읽거나 책 속의 문장에서 길을 찾곤 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이곳에 남기며 내가 지나온 시간을 바라본다. 이곳에는 어떤 가능성이 숨겨져 있을까. 나는 여전히 읽고 쓰며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오늘 하루의 가능성에 울고 웃으며 나의 하루를 반복한다. 끊임없이 반복하며 나의 시간을 쌓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가 한 말 처럼 언젠가 시간의 모퉁이에 다다른다고 느낄 때에도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있기를 바란다.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