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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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마침표가 없다는 이 극적인 인상은 나를 주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시작도 끝도 없이, 희붐한 안개속을 걷는 것처럼. 발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진지한 걸음걸음으로, 이야기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글.

그런데 또 그게 뭐라고. 그러면 좀 어때.
어느 순간 모든게 대수롭지 않아졌다.
그 마침표가 없는 문장들이 묘하게 운율을 타고, 반복되며
‘바임’으로, ‘순’으로, ‘엘리네‘라는 이름의 나무 배 위로
부지런히 나를 옮겨놓는 사이.
평범한 남자의 운 나쁜 하루로 시작되는 이 글은
글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거대한 삶의 조각들을 맞추어 간다.

한 여인을 오래도록 연모하며 그 여인을 위해 기꺼이
낯설고 준비되지 않은 미래로 걸어들어가는 남자,
“야트게이르”
그의 삶을 중심으로 엘리네와 프랑크가,
(결코 프랑크였던 적이 없는 프랑크가)
그들의 삶을 또 다시 이어나간다.

쉼표만 가득한 글처럼, 쉴새없이 삶의 굴곡을 따라 흘러
서로의 서사 속에 젖어들어 모든 이야기가 맞물려진다.

-
‘말로 규정되는 나는, 정말 나인가?’
이름은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 존재를 감추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간극, 언어와 존재 사이의 틈을 응시하고 있다.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어떤 존재의 그림자를 껴안는 일인지도 모른다.
197 <옮긴이의 말>

+
문학동네 <해문클럽>
세번째 도서였던 욘 포세의 <바임>.
어쩌면 나도 그의 글에 익숙해진 것인지 🥹
마냥 어렵다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조금 깰 수 있었던 작품이다.
욘 포세가 처음이라면 <바임>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초심자에게도 추천!

“ 삶은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지는 것. ”
그의 문장속에 수없이 찍혀있는 그 쉼표들은
단지 문장을 이어가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멈춤없이 흘러가는 삶이라는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
I.
나는 숨길 수가 없었다, 내 목소리에 깃든 떨리는 사랑 같은 것을, 혹은 갈망 같은 것을, 그토록 큰 갈망, 그토록 오래된 갈망이, 내 안에 쌓여 더는 안으로만 간직할 수 없었기에 내가 방금 막 엘리네라는 이름을 부를 때, 그 이름 속에 스며들었던 것이다
52

엘리네라는 이름이, 마치 공기 중에 맴도는 것 같았다, 영원처럼 오래도록, 이윽고 엘리네가 크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녀가 말했다,
네라는 말은 내 안으로 가라앉았다, 마치 내가 그 말을 삼킨 듯했고, 그 말이 내 뱃속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어떤 거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 같았으며, 여느 평범한 네 같지는 않았다, 그건 마치 바로 옆에 서 있는 그 사람과 결혼하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할만 한 대답이라고 내가 상상했던 그런 네에 가까웠다, 53

우리는 거기 그렇게, 손을 맞잡은 채, 갑판 위에 서 있는다, 지금, 반은 어둠에 잠기고 반은 빛 속에 잠긴, 이 한 여름 밤, 순의 부둣가, 나의 배 엘리네 위에서, 지금 우리는 서 있다, 손을 맞잡은 채, 마침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로, 58

-
II.
나는 팔을 들어 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해, 그도 팔을 들어 내게 손을 흔들어주는데 마치 이제 잘 지내고 있다고 기쁨에 넘쳐 말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바임 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흔들어, 야트게이르가 있다고 느껴지는 그곳을 향해, 그리고 모든 것이 딱 알맞은 느낌이야, 하지만 누가 이런 나를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어쨌거나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그래 야트게이르 말고는 134

-
III.
그렇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 내가 자주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이상했다, 그렇다 이건 내 묘비에 새겨도 좋을 것이다, 내 삶을 요약해야 한다면, 말 그대로 요약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면, 이렇게 들릴 것이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고 160

나는 그녀가 이상한 방식으로 내 삶에 들어왔고 역시나 이상한 방식으로 내 삶에서 떠나버렸다고 생각했다. 166

#해문클럽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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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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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나만 아는 단어, 나를 위한 단어 종종 우리는 기꺼이 그 단어 안에 고립되기를 선택한다. 내밀한 세계에 기꺼이 갇히기를, 나만 아는 기쁨과 나만 아는 슬픔 안에서 허우적 거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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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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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와 의미는 단단히 고정된 듯 보이지만, 그 위에 한 사람의 생애가 덧대지는 순간 의미는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 editor’s note

김화진, 황유원, 정용준, 임선우, 권누리
김선형, 김복희, 유선혜, 정수윤, 김서해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의 내밀한 단어집

-
어떤 단어에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이 담기는 순간
그 단어는 더이상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단어가 아니다.
나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단어가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그 단어는 지극히 나를 위한 단어이기 때문에
타인과 소통할 수 없고 세상이 이해해주지 못한다.

오로지 나만 아는 단어,
나를 위한 단어가 되는 것이다.

종종 우리는 기꺼이 그 단어 안에
고립되기를 선택한다.
내밀한 세계에 기꺼이 갇히기를,
나만 아는 기쁨과 나만 아는 슬픔 안에서
허우적 거리기를.

10명의 작가들이 말하는 단어들은
알았던 것도 있고 처음 들어본 것도 있었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내가 아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작가만의 사유와 성찰,
그가 지나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욱 의미있다고 여겨졌다.

-
생을 살면서 이런 나만의 정의가
하나 더 있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생각했다.
나의 시간이 온통 어떤 단어들로 인해 특별해지는 것.
울고싶은 날에는 그 울음을 멈추라며 토닥여주는 말
황홀한 아름다움을 마주한 날이면
이 날을 오래오래 기억하리라 다짐하는 말.
수 많은 사소한 순간에도 어떤 정의를 내리고
기록을 남겨 의미라는 고운 옷을 입혀주는 말들.

/ 반짝거리는 기쁨의 한 조각을 얻었기에
그 밖의 긴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 슬픔을 말하는 단어가 있을 뿐
슬픈 단어는 없는 것 같다.
/ 초 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직립해서
영원히 불타오르고 있는 것만 같다.

+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나는 #정용준 작가님의 글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극한 편애 ☺️🩵
‘ 포옹, 유령, 산책, 더듬다, 겨울 ‘
이 흔한 말들이 ’정용준’이라는 옷을 입고
전혀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 것만 같다.
아름다워 시간이 흐르는 줄 몰랐다.
글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울만큼.

그리고 #김선형 번역가의
poignant, iridescent and reflection
원래 번역가 선생님들의 그 지적 깊이가 무한함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단어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삶의 깊은 통찰을 담아내는 것이 능력이라면
그 발치에라도 닿고싶은 심정이랄까. 멋있다. 진짜-

-
적어 둔 문장이 참 많은데
이 좁은 페이지에 넣을 수 없어 아쉽다.
그러니 꼭 한 번 읽어봐요.
그리고 당신만의 단어들을 길어올리는
기쁨을 누려보기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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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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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형님 덕분에 닥치는대로,
손가는대로 마구마구
읽고싶은 욕망이 샘솟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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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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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살아 있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라. — p158
-
하나의 살아있는 책,
나에게 계속 말을 거는 책
에세이라는 틀로 이 그을 설명하기엔 좀 부족하다.
오직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여러 토막글을 모아둔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나’라는 세계로 떠나는 여행을 제안하는 글.

나는 분명 책을 들고,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고 있지만
나의 정신은 그의 말을 따라 아득한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공기의 세계, 흙의 세계, 불의 세계, 물의 세계에 이르는 동안
나는 책을 읽으며 그 안에 담긴 오늘의 문장을 오래도록 곱씹기도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완전히 비워지기도 하고, 관념의 세계에서 부유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킨다는 것의 의미를 파고들기도 한다.

책이란 나 스스로의 틀을 깨버리고
새로운 나로 진화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곁에 두어야 할 존재이다.
책 속의 활자들에 담긴 끝을 알 수 없는 세계.
내가 직접 겪고 있는 세상과는 또 다른,
상상 너머의 세계.
책을 읽어보지 않으면
결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사라져버렸을 세계.

책이 있어 나는 그 세계를 유영하며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내가 된다.

+ 어렵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 책은 정말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결과가 많이 좌지우지될 것 같은 책이다.
내면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멈추어 생각해보고 떠올려보고,
독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곱씹어보며 읽기를 추천한다.
공기? 흙? 불?… 이게 도대체 뭐임?
하는 순간 그저 하찮은 책 한 권이 될 수도 있다.

읽는 사람 그 자체를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책을 읽으며 깨달았던
그간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나는 아주 달달한 마음으로 읽었다.
베르베르형님 덕분에 닥치는대로,
손가는대로 마구마구
읽고싶은 욕망이 샘솟는 하루..😉

-
그대는 자신의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그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무지라고.
의심은 믿음보다 강하고, 호기심은 박식보다 강하다.
그대를 이곳에 올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그 의심과 호기심이다.
그에게 다시 말하라.
그대는 그대가 알아내고 찾아낸 모든 것으로
채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비우려 노력한다고.
그대는 스스로를 바보로 여기고 있노라고.
바보란 목발도 지팡이도 보호자도 없이
홀로 서서 걸어야 하는 사람이다.
바보는 비틀거리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홀로 나아간다.
바보, 그것은 그대가 들을 수 있는 찬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 62-63

불운은 잿빛 안개와 같다.
그것에 맞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그대는 안개가 그대를 덮쳐 와도
땅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있을 뿐이다.
그대가 움직이면
불운이 그대를 물어뜯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는 아무런 대응도 보이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린다.
불운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이 늘 승리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
불운은 어떤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라.
불운을 적으로 여기기보다는,
맑은 날씨를 더욱 잘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비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라.
불운은 그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그대를 발전시킨다.
불을 앞에서 그대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몸을 옹스리면서
불운이 그대 위로 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느끼라.
이번만큼은 싸움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전사다.
진정한 전사는 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패도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 112-113

-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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