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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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자주 ‘생각’한다.
어떤 사회적 이슈나, 개인의 삶과 연관된 선택을 해야하거나, 이런 모든 상황에 전제되어야하는 것은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했느냐‘ 일 것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말들이 떠돌아다닌다. 그것을 마치 내 생각인냥 비판없이 흡수하는 것과, ’나‘라는 필터를 거쳐 나의 고유한 견해를 갖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거칠고 엉성할지언정 시간과 공을 들여 나의 생각을 다듬어 견고하게 세우고, 그것을 삶이라는 지도의 곳곳에 배치해두는 것. 마치 지도 위에 여기저기 나만의 요새가 생기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 단단함은 나의 정신과 삶을 흐트러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마음 속의 올곧은 심지, 흔들리지 않는 의지 같은 것은 내가 그만큼 얼마나 자주, 깊이 내 삶을 들여다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나의 견해를 갖게 하는 마중물’
여기, 64가지의 주제로 정영진님의 생각이 거침없이 펼쳐져 있다.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이라는 ‘도전적인‘ 타이틀과 함께. (내 생각이 고발까지 당해야 하는 건가요..) 물론 논리적인 허점도 있을 수 있고 개인적인 견해일 뿐 이것이 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도 꽤..) 다만 그가 스스로 생각해온 시간의 가치,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신만의 의견을 구체화 시키고 어떤 배경 지식이나 그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공부하는 일련의 과정은 분명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평소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해왔던 모든 기록이 유튜브에, 이 책에 남겨져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온 나로서는 이 책의 한 가지 역할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스스로의 견해를 갖도록
‘생각‘하게 하려는 것.

이제는 타인의 견해에 대한 비판과 의문, 능동적인 질문을 할 차례이다. 아주 사소한 의견이라도, 나만의 목소리를 갖는 것에 주목하자.

‘나 아닌 다른 것을 탓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조악한 생각이나마 나누기 위해 그가 책을 썼듯이 이번엔 우리 차례이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그의 문을 두드릴 차례이다.

“ 생각하고 싸우자. 싸우고 또 생각하자. 생각이 끝나면 삶도 끝난다. ” — p9

+ 여기 아주 ‘순한맛’ 하나 남깁니다,
책에는 ‘마라맛‘이 훨씬 많아요.
평소 그의 말투가 자꾸 떠올라서
마치 오디오 지원되는 책을 읽은 것 같아요.
유쾌한 시간이었어요!

인간에게는 행복이 당연하지 않고, 힘들고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디폴트다. 가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때 행복한 순간이 잠깐 찾아오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당장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일상을 보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거다. 그리고 이 고통 앞에 무릎 꿇지만 않는 다면 결국 내 삶은 이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고통이 잠시 사라질 때 느낄 행복감을 놓치지 말고 충분히 즐겼으면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더 어렵다는 걸 알았다면, 내 불행이 꽤나 많은 사람과 함께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 66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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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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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책을 읽는데 음성지원이 자동으로 됩니다. 여러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번쯤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가 된것 같아요. 물론 책이 진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을 견고하게 다져보는것 자체로 의미있는 경험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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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 앓기, 읽기, 쓰기, 살기
메이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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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더 좋았던. 메이 작가님 정말 글을 잘 쓰세요. 모든 단어 가 적재적소에서 최선을 다해 각자의 역할을 하는데 그게 한폭의 그림 처럼 아름답습니다. 고통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위트있는 사유가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고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내내 궁금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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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 앓기, 읽기, 쓰기, 살기
메이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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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의 나를 비웃는다. 쪼그라든다. “짓지도 않은 죄”에 대한 자책감에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가고 싶다. 무엇보다 나를 찢어놓는 건 이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절망이다. — p11


고통이 왔다, 간다.
살 속을 파고드는 고통에 신음하며
어둠속으로 잠겨버리는 시간이
왔다, 그리고 간다.

그것이 가고 나면
다시 허리를 펴고, 숨을 뱉어내고
다시 읽기 위해, 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은 그 시작을 알 수 없을만큼 오래 전부터 그의 삶을 지배해왔다. 정확한 병명을 알지도 못하고, 치료법은 더더욱 알 수 없다. ‘힘을 써서 활동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병, 몸을 쓰는걸 몸이 못 견디는 병‘이라니. 근원을 알지 못하는 고통은 단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끝이 어디인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절망감이 더욱 크게 압도했을 것이다.

‘앓기, 읽기, 쓰기, 살기’의 진자운동같은 삶을 견디면서도 아프다는 것을 이토록 면밀하게 파고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누워야만 했을 때는 ‘내가 더 똑바로 살았다면 아프지 않았을까, 내가 저질렀을 (알지도 못하는)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오해와 원망은 나를 거쳐 세상으로 뻗어 나가기도 하고, 결코 탓할 수 없는 누구라도 붙잡고 힘껏 원망하며 악을 쓰고 싶다가도, 그렇게 엉망이 된 나를 다시 쓸어모아 닫힌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척도 없고 누구도 내 존재를, 이 고통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그 곳에서 철저한 객체가 되어 고립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영원할 것 같은 고립의 시간은 어느 순간 읽기와 쓰기로 치환된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앓기가 끝나면 마치 허기진 아이처럼 책속의 문장을 찾아 헤매고, 고통을 설명하는 보다 적절한 언어를 찾아 헤매었다. 이 책은 구구절절하게 ‘내가 얼마나 아픈지 보실래요?’가 아니라, 문학 속에 녹여진 고통의 언어를 찾아 그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 타인의 아픈 이야기에 내가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삶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빚어낸 언어들은,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사지가 멀쩡하고 아픈 구석 하나 없는 내가, 그의 글로 인해 치유를 받고 이해라는 선물을 받는다. 삶이라는건, 문학이라는건 어째서 이런 아이러니를 빚어내는 것일까? 내가 알지 못했던 앓는다는 것에 대한 이해를 넘어, 그런 삶이지만 그 조차도 사라져버리기엔 그는 이 삶이 소중하다 말한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아픈 삶이지만 그럼에도 이 삶이 나에게 준 선물, ‘되고싶은 내가 되어주게 한‘ 고통을 마냥 밀어낼 수만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밀어내지 않은 고통에 대한 그의 말이 좋았다. 삶을 가여워할 줄 알고 의미를 부여할 줄 알고 주도권을 잃은 채 몸에게 끌려다니는 삶 속에서도 그가 일궈낸 문학적 성취가 그 어떤 삶보다도 거대해 보였다. 이렇게 나는 또 한 겹의 막을 걷어내고 세상을 바라보는 또렷한 시선을 얻은 것이다. 이건 오롯이 그의 성취 덕분일 것이다.

-
질병의 충격과 영향 아래 오랫동안 살아갈 당신, 당신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 말을 만나길. 실낱같은 빛, 거의 무심해서 좋은 위안, 악몽으로 깬 이의 등을 쓸어내려주는 손, 다시 세상으로 끌어당기는 중력, 인간의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표시하는 작은 돌멩이들, 황무지를 헤맬 때 손에 든 나침반 같은, 그런 말들을 찾길, 아니 당신이 찾지 않아도 말들이 당신에게 올 테니 그 말들을 소중히 쥐길, 그 말들에 붙잡히길. 지금 세상 가장자리, 아주 먼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언젠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한 간절함을 담아 말들을 전한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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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오지영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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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무해하다‘. 이런 무해한 책은 늘 곁에 두어야해요, 우리. 그렇게 책으로 돌아가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따뜻한 품으로. 마치 따뜻한 사랑 영화 한편 본 기분. 모든 인물이 사랑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의미있고 담담한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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