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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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노트북>이 떠오르는 로맨스도 한 스푼, 현실과 기억을 오가는 스토리라서 완독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한번 되짚어 보기를 추천! 마치의 기억을 따라가듯. 정한아 작가는 기가막히게 장면 장면 속에 어떤 흔적을 남겨둔다. 그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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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행복은 찾아올 거야
도연화 지음 / 부크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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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닮아가는 여정,

#결국행복은찾아올거야
#도연화
#부크럼


“ 행복은 형체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진정한 모습을 띱니다.
경직되지 않은 가벼운 어깨와 희고 맑은 미소가
우리의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행복이라는 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행복은 찾아올 것입니다. ”
| prologue

행복은 목표하는 한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이 길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
길가에 떨어진 행복을 송이송이 건져올리는 것이
행복을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
늘 알고 있지만 쉽게 잊혀지는 사실.
그럴때일수록 또 읽는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읽어내려가면
언젠가는 마음 깊은 곳 까지 닿겠지
다 알지만 듣고 또 듣는것.
끊임없이 행복에 젖어든다.

여기, 도연화님의 행복 가득한 에세이 한 편

묵직하고 짓눌리는 듯 답답한 일상 속에서
내 마음까지 상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단하게 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나에게도 그 행복이 미치는 것 같다.

/ 결국 눈부실 날들이라서
/ 결국 누구보다 소중한 나라서
/ 결국 함께 걸을 인연이라서
/ 결국 변치 않을 사랑이라서,


“ 작은 감탄과 함께 “아, 행복하다-“라고
소리 내 말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아픔은 지나가도 내내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되지만,
행복은 잠시 머물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픔은 흉터를 남기기 때문일까요.
행복은 우리에게 무엇도 각인시키지 않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행복을 돌아보지 않는 이유는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p274

결국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며
우리는 늘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여정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지어내는 의미있는 시간들이 결국
우리를 그 곳에 데려다줄 것이다.

우리가 약속해야하는 것은,
지치지 않기 그리고 나를 믿기.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더욱 깊어지기.


“ 사랑하면 닮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하기 위해 끊임 없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맞춰 간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자연스레 생각의 결이 맞아 가고 취향이 비슷해진다. 너와 나라는 원이 만나 우리라는 교집합이 생긴다. 서로의 세계가 커질수록,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질수록 교집합의 면적도 넓어진다. 너로 인해 평소에 좋아 하지 않던 것들을 경험하게 되고, 나를 챙기는 너의 모습을 보며 사람을 챙기는데 서툴렀던 내가 다정의 방식을 배운다. 너는 비가 와도 아랑곳하지 않는 나를 신기해했지만, 이제 우리는 함께 비를 맞는다. 여전히 다르나 닮아가는 우리를 보면 사랑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
| 241

이 글을 읽으면서도 난 우리를 떠올려.
늘 부족하지만 늘 곁에 있는 당신을 떠올려.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닮아가는 이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감사한지,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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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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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치’는 예순살의 배우다.
3월에 태어나 ‘마치’라고 이름지어진 그녀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명을 고수하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 특별한 이름으로 배우로서의 명성을 쌓아간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몸무게를 재어보니 밤 사이 어떻게 4kg이나 늘어난 것인지 의아했다. 병원 예약 시간에 맞춰 택시에 올라탔는데 이번엔 가방이 텅 비어있다. 지갑, 선글라스, 핸드폰 아무것도 없는 가방을 들고 요금 낼 궁리는 하던 중에, 택시기사는 때마침 이마치의 오랜 팬이라며 알은 채를 한다. 그리고 요금 대신 싸인을 해달라며 지폐 한 장을 내민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촬영 중에 문득 대사가 생각나지 않거나,
길을 잃고 헤매는 증상이 잦아지면서, 마치는 알츠하이머를 의심하게 되고, 알음알음으로 저명한 뇌과학자 ‘제제’를 찾아가 기억을 재생하는 치료을 시작하게 된다. ‘기억 수집 및 재현’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뇌를 자극하여 그 기억이 더 오래 남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간 과거는
늘 어딘가 뒤틀려있고, 현실에 고문당한 채 가까스로 숨쉬고 있는 그녀가 있을 뿐이다. 마치의 의식 속에는 도대체 어떤 시간이 새겨져 있는 것일까.

VR속의 가상 세계인지 현실 세계인지
뒤죽박죽 섞여버린 그곳에서,
이마치는 12월에 태어났으나 곧 죽어버릴지도 몰라
3월이 되어서야 호적에 이름이 올려진 아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지폐 위에 싸인을 해달라던 택시기사 고기석은
마치가 필요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마치 앞에
택시를 세우는 사람이었다.

- 정말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고서야 알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인생이 이렇게 슬픈 거야. 축축한 거야.
우울한 당신 곁에 나도 웅크리고 누워서 작고 단단한 당신의 등을 봐. 그리고 생각하지. 그래도 이렇게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이것만은 정말 좋다고.
p113

“ 평생에 걸쳐 멸망과 재력을 그러쥔 배우, 이마치
세월의 흐름에 기억을 유실하기 시작한 그녀를 위해
인생 전체가 오롯이 담긴 특별한 세트장이 제작된다. ”

표지와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듯 하다. 어딘가 어긋나고, 희미해져가는 글자가 바로 책 속의 ‘마치’ 그 자체 같았다. 황혼으로 물드는 붉은 바닷가에서 파도가 철썩이고, 점점 옅어지고 조각난 채 부유하는 그녀의 기억처럼, 이 가여운 여자는 도무지 자신을 놓아주는 법이 없다. 고통의 손길을 스스로에게 뻗는 이 가여운 여자. <3월의 마치>는 어느 예순살의 여배우의 삶 속에 감춰진 상흔을 드러낸다. 치유되지 못한 채 곪아버린 상처는 그대로 마치의 기억이 되었고, 이 기억은 지리멸렬하게 그녀를 따라다니며 곪아버린 상처에 생채기를 낸다. 아물줄 모르는 고통은 늘 그녀의 발치에 머물지만 아무도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없다. 타인의 고통은 결코 타인의 껍데기 바깥으로 새어나오지 못하니까.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기억은 유실되며 마치 커다른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세월 속으로 점점 사라져간다. 의식도, 신체도 내 것이었던 적이 없는 것 처럼 낯설게 변해버린다. 마치가 기억하는 자신은 이제 예순살의 배우이지만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녀는 이미 중증 알츠하이머로 투병중인 일흔이 넘은 노인이다.

흩어져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을
퍼즐 맞추듯 힘겹게 이어가며
마치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그녀가 꿈꾸는 이야기는 어떤 엔딩일지 궁금하다.
그래서 마치는 행복했을까, 평안했을까
그 끝이 하염없이 궁금했다.


+ 근래 읽었던 장편 중에 감히 최고라며. 저는 너무 좋았어요.
정한아 작가의 짜임새있는 탄탄한 글 ㅠㅠ
마치 <노트북>이 떠오르는 로맨스도 한 스푼 끼얹어 있고,
현실과 기억을 오가는 스토리라서 완독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한번 되짚어 보기를 추천해요. 마치의 기억을 따라가듯.
정한아 작가는 기가막히게 장면 장면 속에 어떤 흔적을 남겨둬요. 그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그리운 사람이 손짓하는 것 처럼, 평안을 마주하는 것 처럼,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내 발치에 반짝이는 보석을 찾아낸 것 처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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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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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가지 시선 ”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도’. 누군가의 죽음은 마지막까지 찬란한 빛을 받으며 그 가치가 드높여질 때, 누군가는 소리소문없이 죽어간다. 찬 서리를 맞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오래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불행을, 이 우연한 사고를 안타깝다고 말할 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알려지지 않은 고통과 상실을 정말 안다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왜 어떤 죽음은 다른 죽음에 비해 유독 많이 보이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더욱 쉽게 죽어가며, 때로는 그 죽음이 셈해지지도 않은 채로 소멸하는가? 왜 우리가 아닌 그들이 죽어야 했으며, 그 죽음은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반복되는가? (p194)

<애도의 미학>은 전쟁에서의 무차별 살인, 이민 정책 갈등, 아동 학대, 젠더 폭력 등 해마다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 그리고 피해자인 약자들의 삶을 철학자 9인과 예술가 14인의 시선으로 분석한 예술 에세이로, 잔인하고 소외된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외된 죽음을 다양한 예술적 방식으로 재조명하는 사람들과 그 기저에 깔린 철학적 사유, 문학적 견해를 폭넓게 제시한다.

그들의 작품은 사회적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또는 아무도 관심갖지 않고 사라졌을지라도 이렇게 책 속의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 글은 독자로 하여금 낯설고 황망한 죽음을 의식속에 깊이 각인시킨다.

- 시시각각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는 취약하고도 위태로운 존재의 삶, 애써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도 애도하지 않을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묵념이다. (p24)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 비눗방울.
천장에서부터 떨어지는 비눗방울은 소리 없이 파열하고, 공기 속에 미세한 분진을 남겨준 채 사라진다. 사람들은 이 작고 연약한 파열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내 작가는 이 비눗방울들 하나하나가 하나의 신체라고, 누군가의 시신이라고 말한다. “어째서죠?” 왜냐하면, 부검할 시신을 닦은 물, 그것으로 만들어진 비눗방울이기 때문이다. 이 예기치 못한 테러에 비눗방울은 아래를 향해 조용히 하강하고, 웃음은 사라진다.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공기 속에서>)

그제야 사람들은 피부 위에 닿는 누군가의 죽음을 인식한다. 나의 것이었을지도 모를 죽음을 누군가 감내했다는 것, 우리가 살리지 못했던 죽음을, 다시는 재회할 수 없는 죽음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연결의 감각을 느낀다.

-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뒤늦게 다정해서 무력하게 아름답다. 그 안에서 갈피를 못 잡는 우리, 흔들리는 시야, 머뭇거림과 주저, 마침내 결단을 하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는 사람들. 우리는 모두 비눗방울의 흔들리는 궤적을 따라 걸어간다. (p28)

생소한 사건 속에 파뭍힌 억울한 죽음들을 읽어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왠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아무런 설명 없이 그 예술가의 작품을 봤다면 아마 나는 이토록 깊이 조응하는 감각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천천히 글 속으로 스며들어가 마주하는 잔인함은 더이상 피하고 싶지만은 않은, 두려움 너머의 ‘연결된’ 세계를 보여주었다.

- 기억하고, 되찾고, 기록하고, 옮겨담음으로써 체화되는 어떤 존재들의 흔적을 부각하는 일. 그렇게 연약한 몸이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남겨지는 물건과 그 물건을 종이 위로 붙잡은 이중의 흔적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더 이상 이곳에 없지만 사실은 모든 곳에 있었던 당신을 되찾는다. (p137)

- 자율성 없는 체계 속을 굴레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다정해지는 것, 알아차리는 것, 그럼으로써 누군가를 살려내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은 그 마음이 간절한 마음으로 구원을 기다리는 자를 살게 한다. 시선 하나, 손짓 한 번 사이에서 이뤄지는 연명. 온도 높은 손의 어루만짐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인간은 이다지도 취약하며 강인하다. — p9

애도의미학
한선아
미술문화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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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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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사건 속에 파뭍힌 억울한 죽음들을 읽어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왠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예술적 차원으로 바라본 애도. 고유한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책. 문장들도 너무 좋아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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