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 날 -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애니타 해닉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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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평생 수학부터 집수리까지 온갖 것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겪을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죽음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죽은 이를 어떻게 애도했는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은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단적 죽음 회피를 깨뜨리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 | 315

✔️‘조력 사망’은
말 그대로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스스로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존엄사’라는 말은 종종 들어봤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그것이 자살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 의료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의사의 처방과 간호사 및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합법적으로 ‘죽는’ 이 방법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우리는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죽는다니?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며 죽음을 말하는 순간 당장이라도 삶을 포기할 것 처럼 위태로운 사람이 되고만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는 잠을 자면서도 늘 죽음을 경험한다. 죽음은 늘 곁에 있고 언제 어떻게 나에게 당도할지 모르기에 죽음에 대한 유연한 생각과 닫힌 마음을 열어두는 노력은 우리의 평생 과제일 것이다.

🕊️ 그들은 왜 조력사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치유될 수 없는 병으로 더 이상 말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고통, 매일 진통제에 의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를 나답게 했던 자질 대부분을 잃고 다양한 기계에 의지한 채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역경, 극복해야할 고난의 수준을 넘어선다. 또한 나를 돌보는 가족에게도 원치 않는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일수도 있다.

누군가는 스스로 포기하는 삶을 ‘패배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자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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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서술 된 그들의 절박함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것을 삶이라고 할 수 있나? 인생은 아름답다지만 단 한 순간도 내 의지대로 움직일수도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시간이 결코 그들에게도 아름다울까?

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은 조력 사망 자격을 얻으려 고군분투하는 실제 환자들, 조력사망 선택을 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심도 깊게 연구해왔다. 전문적인 지식의 전달 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말 그대로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들을 우리에게 전한다.

아직은 조력 사망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질적인 허들이 많아 법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우리 모두에게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 죽음을 부정하는 것을 멈추는 것.

“ 죽음을 적으로 여기면 죽음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죽음을 회피하려 할 경우 그 불가피성을 직면하기가 지독하게 고통스러워진다. 죽음을 향한 침묵과 회피를 깨뜨리려면 나이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과의 관계를 탐구할 공간과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일찍부터 삶의 마지막을 두고 대화를 시작하면 죽음에 관한 사회적 지식을 되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삶의 무상함을 깊이 인식하고 애도 상담부터 호스피스 치료에 이르기까지 죽음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 | 307

더 많이, 더 자주 함께 이야기하는 것.
죽음에 대한 열린 마음을 준비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이제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방법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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