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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 달달하고 우아한 육아서도 좋지만 이렇게 팩트로 달달 볶아주는(?) 책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요? 같은 출판사의 #불안세대 와도 결이 잘 맞아 함께 추천해요!
“ 지금껏 혼자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
실패나 실수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아이들.
땅을 딛고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어 불안정하고 힘도 없는 두 다리로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대학으로 내던져지고, 대학 생활은 준비되지 않은 그들을 폭풍우처럼 강타한다. ” p69
#부서지는아이들
#애비게일슈라이어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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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수줍음 많은 아이는
‘사회불안장애’ 또는 ‘범불안장애’를 진단받았고,
언행이 이상하거나 판단이 서툰 10대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겪거나 적어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징후를 보이는’ 것이 되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우울증’이었고,
신체 행동이 서툰 아이는 ‘실행장애’였다.
‘편식하는’ 아이는 ‘음식회피증’
셔츠 뒤에 붙은 태그 때문에 피부가 따갑다고 징징대거나 소음 때문에 푹 잘 수 없다고 불평하면, 부모는 그냥 무시하라고 말하는 대신 태그가 없는 부드러운 고급 면 소재 옷을 사주고,
아이의 ‘감각처리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부드러운 수면음이 나오는 기계를 방에 설치해주었다.
글씨를 엉망으로 쓰는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며(난필증)
우울한 아이에게 새로운 동네나 학교에 적응하는 데는
원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주지 않았다(이사우울증)
여름방학 동안에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안심시키지 않았다(여름불안증)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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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인용이지만 그대로 남긴 이유는
내가 가장 충격적으로 읽은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여전히, 나는 충격에 휩싸여있다.
아이에게 이것 또한 스쳐 지나가는 잠시의 아픔이고
성장통일 수 있다고 말해주는 대신,
너무 쉽게 그것을 진단하고 치료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한 시도 참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정말 부모의 역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으니,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들으면 효과적으로 그 문제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이의 사소한 부딪힘일 뿐이라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그것을 정신적 장애라고 확대 해석하고 아이에게 나아질 기회와 스스로 부딪힐 기회를 박탈하며, 너에게는 문제가 있단다 라고 규정하는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괜히 긁어부스럼 만드는 건 아니고?
‘사랑에 대한 의문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아이에 대한 이 사랑에 대한 의심이 들었고,
그 사랑이 과연 옳은 방향을 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가 행하는 이 사랑이란 것을 아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되짚어보게 한다.
“ 우리는 진단 및 치료와 관련된 개념의 바다에서 너무 오랫동안 헤엄쳐온 탓에 이제는 물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한다. ” | 52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75년 동안 정신 건강 치료 및 서비스 사업 분야가 급속도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것은 전례 없이 정신적으로 약해진 젊은 세대들 뿐이다. 한국은 어떨까? 행동이 약간이라도 부산스러운 아이는 의례히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ADHD 진단을 받고, 약처방을 받는다. 주변에 이런 저런 이유로 약을 먹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회적으로 더 여유있고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왜 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는 것일까?
✔️ 이는 어쩌면 ‘정신 질환’의 위기가 아닐 수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가치관 및 세계관, 아이를 양육해온 방식, 아이들이 주변에서 받는 영향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아이에게 항불안제를 먹이는 대신,
아이의 행동을 트라우마로 정의하는 대신
햄버거의 참깨를 떼어주고 김밥에 당근을 골라주는 대신,
어느 정도의 정상적인 혼란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두어야 한다. 인생의 달고 쓴 경험을 하고 헤쳐나갈 줄 아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적당한 독립성을 지켜주고 일정 수준의 책임감과 자주성을 기르고 당연히 실패를 겪도록 두는 것이다. 작은 실패와 부상을 경험하며 그것을 통해 삶을 배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녀에게 해주는 모든 것의 약 3분의 1은 줄여도 된다.
아이들은 지금보다 뭔가가 더 적었을 때 훨씬 더 잘 컸다. 주의를 빼앗는 콘텐츠와 자극이 더 적었을 때, 관리와 개입이 더 적었을 때, 간섭을 덜 받았을 때, 교육적 배려를 덜 받았을 때, 부모의 시선을 덜 받았을 때 말이다.
내가 주는 사랑에 우리 아이가 부서지고 있다면
그 사랑이 과연 옳은 것인지 꼭 한번 따져봐야 한다.
이 책은 부모로서 나 스스로의 관점을 세우는데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실패를 겪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싶다. 우리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여 언젠가는 지난날의 본인 모습을 되돌아보며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뿌듯해하기를 바란다. 그런 날을 선물해주고 싶다.
▪️우리 아이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
▫️내가 주는 사랑에 우리 아이가 부서지고 있다면
▪️그 사랑이 과연 옳은 것인지 꼭 한번 따져봐야 한다.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