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 강세형의 산책 일기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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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산책을 하기로 한다.
산책, 그리고 현관문이라는 단어가 가장 우선순위였던 사람.
작가는 매일 그 문을 열고 나가 어디로든 걷기로 했다.
이렇게 매일이 될지 모르고. 이렇게 길어질지 모른채로.

이 사소한 시도로 그의 생각 속에는 어떤 변화가 일었을까.
떠오르는 말들은 글이 되어 차곡차곡 쌓여갔고 지금 여기 내 앞에 펼쳐지기까지의 여정에 수 많은 서사로 남겨졌다.
산책은 어느새 이야기가 되었다.

계절이 변해가고 발길이 향하는 길도 매일 변한다.
매일 새롭게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 상황,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감추었던 수줍은 얼굴을 드러내고 우리 삶이 선사하는 수만가지 오묘한 색을 내어보인다.
그리고 나는 산책을 마친 후에 이어질 그의 이야기가 또 다시 궁금해진다.

산책은 더이상 걷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책은 더이상 바깥 세상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해를 사는 동안 다양한 모습의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시간,
그것이 산책이었다.

“ 내 안에 있는 양면성 사이에서,
내가 부러 문을 닫고 보려하지 않았던 나를 만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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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얀 문 뒤의 세상.
하얀 표지에 담긴 하얀 문
아무 색도 드러내지 않는 텅 빈 공간
공기 속을 부유하는 비눗방울처럼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모든 색이, 모든 가능성이 담겨있다.
문 뒤의 세상에는 미처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수많은 색을 가진 세상, 사람의 고유의 삶이 존재한다.
모든 색을 품는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문.
매일 그가 걸으면서 마주한 기적은
이 문에서 시작되었다.

“ 내 삶의 어떤 특정한 시기에 그 모든 사소한 일들이,
우연과 같이 동시에 나를 찾아왔을 뿐이었다. ” | 391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이내 나는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을 멈출 수 없어진다.
조금은 달라진 내가,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이 사소한 걸음을 옮겨본다.

“ 매일 현관문을 열고 매일 걷는 동안,
수많은 단어들이 나에게 와 말을 걸었다, ”

“ 내가 너무 약해져 있을 때,
초라한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도,
나만 보는 사람, 나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나보다 약하고 작은 존재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을 테니까. ”
| 20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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