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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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 ”
이제부터 우리는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질 것이다.
70대 노인 운전자의 차에 치인 10대 소녀가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서 즉사 했으며 사고를 낸 운전자는 불구속 기소 상태다.

/ 김혜정, 사고를 당한 아이의 엄마
여느 때와 같이 아침 도시락을 챙겨 학교에 갔던 아이가 오전 10시경 별안간 서늘한 주검이 되어 나타났다. 내 아이가 죽었다. 찡긋 하는 웃음이 찬란했던 내 아이가 가슴이 짓눌리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잠을 자고 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꿈일 것만 같았다. 무슨 낮잠을 그렇게 자느냐며 연희가 웃어줄 것 같았다”, p40

/ 노균탁, 가해자
저렇게 예쁘고 찬란한 아이가 죽었다. 그저 나를 덮쳐오는 무언가를 피해 핸들을 꺾었을 뿐인데. 분명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기억이 희미해져도 피를 내뿜던 그 아이의 얼굴만은 생생하다.

하지만 현실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합의금을 내고 풀려나거나, 징역 1-2년이 고작이다. 내 아이가 더 이상 펼쳐보지도 못한 꿈을 뒤로하고 죽었는데 세상은 이 돈을 받고 다 잊으라고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이 들어나는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가에 대한 정답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정해연 작가는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그 덕분에 우리는 그 안에서 더욱 더 흔들린다. 피해자의 엄마 김혜정의 무례함은 자식이 앞서 보낸 사람이기에 늘 이해받아야만 할까, 가해자 노균탁은 운전을 하고싶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지만 해야만 했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다.

✔️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다.
다 읽고나면 마치 숙제를 한아름 받은 기분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 #홍학의자리 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눈여겨 보았는데, 짧은 분량이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하여
양쪽의 입장에 모두 푹 빠져서 읽었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할 수가 없다.
등장 인물 저마다의 서사가
우리가 쉽게 일반화 시킬 수 없도록 한다.

/ 어떤 결론을 바란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이 책은 철저히 나의 사유에 기반하니까.
내가 생각하므로 그제서야 결론 내려진다.
그래서 당신의 결론은?


-
당신이 살아갈 세월하고, 우리 연희의 시간하고 같아? 우리 연희가 뭐가 될 줄 알고? 우리 연희는 좋은 애로 컸을 거야. 대학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 은 일을 찾아갔겠지. 연애도 했을 거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아이였다고! | 50, 김혜정

우리는 불행해질 것이다. 아니 이미 불행하다. 혜정은 자신에게 느닷없이 덮친 이 불행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 90, 김혜정

저렇게 예쁜 아이였다. 저렇게 찬란한 아이였다. 자신이 죽인 그 아이의 미래가 다시금 균탁을 짓눌렀다. 균탁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차에 깔려 피를 토하던 그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67, 노균탁

균탁은 좌절 속으로 내던져졌다. 자신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단단한 생각 하나가 균탁의 가슴에 기둥을 세웠다. 필요했던 계기가 이제야 생겼다. | 88, 노균탁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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