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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ㅣ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1
김종진 지음, 김종필 사진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매뉴팩트커피 #커피하는마음
#김종진 #김종필 #수오서재
“ 커피를 한다는 건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장거리 마라톤에 가깝다. 커피를 맛보고 향미를 떠올린다. 처음 알게 된 향미는 언어로 쓰고 말하면서 기억저장소에 하나씩 컵 노트를 쌓아간다, p19 ”
유튜브를 보며 서투르게 핸드드립을 한지가 벌써 5년째다. 처음엔 분쇄되어 있는 원두를 사다가, 그 다음엔 그라인더를 사서 직접 갈았다. 그제서야 느껴지는 분쇄된 원두의 향. 커피가 주는 기쁨은 그 순간부터 활짝 핀 꽃처럼 만발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팬심이 앞서,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줘버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끝끝내 벌어지고야 마는
결과들을 마주하는 심경 고백 같은 글’
휴학중에 커피숍에서 서버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곁눈질로 봤던 바리스타는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같았다. 호기심 반 진심 반으로 바리스타 일을 배워가며 그는 점점 ’커피하는 사람‘이 되어갔고, 매뉴팩트커피는 그렇게 호기심에서 출발한 머나먼 여정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 로스터는 열과 바람과 시간을 이용해 갑옷처럼 단단히 봉인된 성격을 열어 생두 속에 잠들어 있는 원두를 깨운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은 물과 압력과 시간을 다뤄 커피가 가진 본질을 드러내고 커피가 가진 또렷한 개성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커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손을 거쳐 우리 손에 쥐어진다. 좋은 커피는 공정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다할 때라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커피를 진지하게 하는 이유다. ” | p16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가지 일에 고군분투하며 얻게되는 것은 단지 ‘경력‘이 아니라 그 세월만큼 깊이 파고들어 일의 본질에 닿아본 경험일 것이다. 단순히 커피를 내리고 서빙하는 일이 아니라 커피의 효용이 문화가 되고, 누군가의 영감이 되고,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커피 한잔이 끼치는 이 선순환은 매뉴팩트 커피를 운영하는 두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발전해야하는 이유가 되었다. 매뉴팩트만이 갖는 고유한 정신을 위해 캐나다, 호주, 미국, 독일, 이탈리아 수 많은 커피 선진문화를 접하며 어떻게 매뉴팩트에 녹여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모습이 하나의 일에 몰두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경지를 보는 것 같았다.
때로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또 다시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슬픔을 흘려보내고 막막함 앞에서 미소지으며
해야할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힘.
“커피 정말 좋아요”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용기를 얻게되는 것.
매뉴팩트가 사람에게, 사람이 매뉴팩트에게.
이 ‘작고 단단한 마음’은 오늘날 그 자리에 있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에 대한 증명이고,
한 사람의 마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하고자 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
내가 겪어온 경험의 파편은 몸과 정신 어딘가에 떠돌다 제 쓰임을 다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해 보이는 경험도 다 쓸모를 찾아주었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고 체계가 정립되었다. | 53
베를린은 ’매뉴팩트가 가져야 할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수많은 예술가가 커피와 함께 작업 한 숱한 날들을 기억한다. 커피는 낱말로, 음표로 때론 세심한 붓질로 표현되어 작품으로 남겨졌다. 작품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영감은 우리 몸 어딘가에 맴돌다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작품에 녹아 세상에 나온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순환이야말로 내가 매뉴팩트를 통해 보 고 싶은 그림이다. | 140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