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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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영희 선생님을 잘 알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길래 이 끝을 모르고 솟아나는 ‘빛 동그라미’같은 사랑의 기운은 무엇이며, 포기와 좌절이 당연한 환경 속에서도 그 누구보다 큰 발소리를 내며 이름 석자를 목에 걸고 당당하게 걸었던 이 분이 누구일까, 초록색 검색창에 그의 이름 석자를 입력하고 기다렸다.

생후 1년만에 소아마비로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평생을 차별과 싸우며 편견에 맞서야 했던 사람. 하지만 자신만의 기개를 잃지 않고 숨이 멎는 순간까지도 희망을 바라보았던 사람, ‘누군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 라고 되뇌일 줄 아는 사람.

/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자 했으나 입학 시험조차 보지 못하게 하는 차별 탓에 공부할 대학교가 없었다. 아버님인 장왕록 서울대 교수가 로마 가톨릭 예수회 대학교인 서강대학교의 영문과장이던 브루닉 신부를 찾아가,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브루닉 신부는 “무슨 그런 이상한 질문이 있습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는 것이지, 다리로 보나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라며 그를 받아주었고, 그 후 장영희는 학위를 마치고 다른 대학교에 가서 박사 학위를 공부하려고 하니 또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그날 부로 영어공부를 해서 그 다음해 뉴욕 주립대학교 올버니로 유학길에 올랐다. (출처: 위키피디아)


사지가 멀쩡한 사람도 이렇게 진취적인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교는 옳지 않지만, 그에 비하면 건강한 신체를 갖고도 ‘죽을만큼’의 노력이라는 것을 과연 해본 적이 있나 싶은 내 삶이 마치 유죄같았달까. 검색한 결과에서 보여진 그의 사진을 보면 어쩜 하나같이 그렇게 밝게 웃고 있는지, 그 웃음 뒤에 감춰진 눈물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밝은 웃음 이면의 뜨거운 눈물이 더 가슴아팠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는 그녀가 짚고 있던 목발도 눈에 띄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펜을 들고 사색하듯 글을 쓰는 모습, 8할이 웃는 모습을 담고 있던 수 많은 사진들이 뇌리에 깊게 박히는 순간이었다.

장영희 선생님의 글은
사랑과 희망에 대한 찬양이 가득하고,
문학이 어떻게 그의 삶을 성장시키고
마음의 정원을 풍요롭게 가꾸어줬는지,
작고 작은 단어들로 가득 채워진 삶의 찬가였다.

길지 않은 단상들이 품고 있는 의미는
길이보다 깊이를 가늠하게 하고,
언제 어디서나 손이 가는 페이지를 펼쳐서
조용히 사색하기도 좋은 글들이다.

“ 행복, 성공, 사랑—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벅차다. ” | 살아있음, p170

“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병을 통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사랑을 배우고, 조금 더 착해진 장영희가 바로 오늘 성공적으로 항암 치료를 끝내고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늘 반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 ” | p168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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