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오지영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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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그게 옳다고 여겼던 시간.
내가 주는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던 시간.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지었던 시간.
그렇게 사랑으로 충만하고, 사랑을 자신하고,
사랑밖에 없던 시간이 이토록 하찮게 빛바랠 수 있나.
시간은 잔인할 만큼 진실을 비춰주는 것일까.

사람과 관계속에서 무르익어가는 동안,
말로 다 못할 긴 시간과 경험이 나를 관통하고 지나간 후에야
그것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랑인줄 알았던 자만의 모양이었는지,
닿을 수 없는 슬픔의 모양이었는지,
새로운 문을 여는 용기의 모양이었는지.

이 책의 등장인물들 보다는
조금 더 삶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때때로 쓴소리나
수더분한 토닥임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자주 들었다.
+ 등장 인물 ‘준’아, 아무리 바빠도 민이한테 전화할 틈이 왜 없니, 그리고 사랑한다고 왜 말을 못하니 밥은 먹었냐니. 민이가 독심술을 하니, 텔레파시가 있니,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아니, 말을 안하면 절대 알 수 없단다, 내가 맨날 다섯살짜리 아들에게 하는 말이야 있잖아..

이 책을 읽을 누군가가,
혹시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누군가‘ 라면,
그거 아무 일도 아니더라.
따뜻한 계절이 반드시 돌아오듯이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좋은 계절이 너를 반길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 모든 모습이 아니라 ‘많은’ 모습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말이 좋았다. ” | 152

“ 도움받을 일이 없는 인생이란 애초에 없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순간의 연속이니까. 과거에 없었다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관계가 얽히고설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함께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뒤늦게 알았고, 뒤늦게 안 만큼 진심을 다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놓친 순간까지. ” | 216

“ 사랑을 주고받고 영원을 노래했던 시간, 모든 것이 무너지던 시간. 그래서인지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 놓아주는 것,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 이미 지쳐 있는 당신을 더 지치지 않게 하는 것,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는 것, 계속해서 살게 하는 것. ” | 226


요즘 연말이라 마음도 뒤숭숭, 머리 아픈 책, 어려운 책은
어차피 읽히지도 않아 손도 가지 않고,
그래도 뭔가 책 속에는 머무르고 싶고,
그럴 때 내 손이 양양의 바다로 향했다.

그저 ’무해하다‘.
이런 무해한 책은 늘 곁에 두어야해요, 우리.
그렇게 책으로 돌아가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따뜻한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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