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신혜정 옮김 / 북노마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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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큰 소리를 내는 것조차 슬퍼서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게 속삭이는 소리 같은 것이다. 만남의 ‘안녕’이 아닌, 헤어짐의 ‘안-녕’. 무슨 마음인지 ‘안‘과 ’녕‘사이에 작은 침묵의 순간(-)을 넣고 싶은 그런 마음. 마치 우리 둘만의 비밀처럼, 서로의 귓가에서만 맴도는 목소리로. 그 안에는 헤어짐이 아쉬운 어린아이의 그렁그렁 한 눈빛도, 길모퉁이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던 선생님의 희미한 미소도 여전히 담겨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운 날이었지만, 이미 여러 달 전부터 이날만을 기다려온 터라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발길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힘껏 뒤흔들려버린 일상에서 다시금 중심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옮겨본다. 가볍게 조금씩, 그래도 마음을 다해 읽고 싶었던 책을 들고, 의자에 앉아 천천히 페이지를 넘긴다.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오는 방법 또한 ‘책’ 이었다.

“ 사람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살아간다. ”
<생활의 수첩> 전 편집장
마쓰우라 야타로가 건네는
아름다운 삶의 자세


작가가 지금껏 여행을 하거나,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어온 수많은 인연들과 그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서 얻은 삶에 대한 통찰이 마치 작은 메모지 뭉치를 건네받아 한 장 한 장 그 사람의 메모를 읽어가는 듯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며 차분하게 쌓아온 이야기는 오로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일 것이다. 나이 듦에서만 나올 수 있는 원숙한 단정함 같은 것들이랄까? 난 그 사람의 말이 듣기 좋았다. 차분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해내면서, 일상을 돌보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들이 주는 자신감 속에서,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


타인의 힘으로 좌지우지될뻔했던 일상을 되찾고 보니 그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하던 일을 하며 나의 일상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마음대로 침범할 수 없도록 서로에게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므로. 나의 일상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가지만 우리의 기억에는 아무 일이 없지 않았다. 그 사실을 바뀌지 않을 것이다.

+
피할 수 없는 일은 많잖아요. 그래도 인간은 신기한 존재라서 피하지 못한다면 견뎌내게 돼요. 그러니까 도망칠 필요는 없어요.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뒤쫓아 오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 20

일이란 매일 실험이지. 기분도 기술도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도전의 연속이야. 다른 사람과 충돌할까봐 실패할까봐 비판받을까봐 매일의 실험을 멈추는 순간에 자신의 성장은 멈춰버린다고 생각해. 일하면서 성장이 멈추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어.
오늘의 실험이 떠오르는지 어떤지가 일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것이 생각나지 않게 되면… 그녀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말을 멈췄다. 내가 다음 말을 기다리자 숨을 들이쉬고 나서 “생각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일까?” | 70

나는 그 책을 탐하듯이 읽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시와 문장이 많았지만 여기에는 '진짜'가 있다고 강하게 느꼈다.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어른들이 답해주지 않는 자신이 모르는 것, 알고 싶은 것, 거짓이 아닌 진실이 여기에는 쓰여 있다고 생각했다. | 167

자기가 믿었던 것,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언제까지나 같은 기분을 계속 느낌으로써 얻는 소소한 자신감이 있다. 무엇이 생겼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가슴을 펴고 할 수 있는 말은 좋아하게 된 것. 소중히 여기고 싶었던 것에 대해 줄곧 지금까지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니, 바꾸는 일 따위 할 수 없지만 그런 스스로의 마음이 기쁘게 느껴진다. | 171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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