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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긍정 인생론
김남금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0월
평점 :
주말은 잘 쉬었나요?
잠은 왜 자도자도 끝이 없을까요?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쳐들 틈은 좀 있었던가요?
아침 해는 어김없이 솟아 오르고,
오늘도 무거운 몸과 정신을 안은 채
출근 지하철에 몸을 실은 당신에게,
그리고 주말내내 아이들 챙기랴 가족들 챙기랴
종종 우주의 한 가운데 적막 속으로
날아가는 상상을 했던 ‘나에게’
‘카프카스러운’
(희망 없고, 참을 수 없는 모든 상황)
날들을 살아내는 모든 평범한 삶을 향한
예술가들의 응원을 보냅니다.
“ 세찬 물살은 작은 물줄기가 모일 때 생긴다. 아무리 음악적 대가의 창의적 작업일지라도 말이다. 대단한 작곡으로 한 번에 눈에 띄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하루하루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다듬을 때 걸작도 만들어진다. 멋진 인생도 커다란 이벤트 한 방이 아니라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자잘한 일을 해내고 일상을 꾸릴 때 완성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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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는 마감노동자 생활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말도 안되는 사업을 벌이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그가 잘 하는 일은 결국 ‘글쓰기’였고 먼 길을 돌아 다시 마감노동자로 되돌아갔다.
위화는 ‘발치사’로 일했다. 공장 노동자처럼 하루에도 수 천개의 이를 뽑으며 그는 글을 쓰는 일을 동경했고 퇴근 후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끝도 없이 써댔다. 원하지 않는 일에 쏟았던 노력은 결코 그의 삶을 발치사로만 살도록 두지 않았다.
바흐는 직업 작곡가였다. 우아하게 피아노 앞에 앉아 그의 업적을 이룬 것이 아니다. 교회 작곡가로서 수많은 교회에서 끊임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써 낸 곡들이 오늘날 바흐의 유산으로 남겨졌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전쟁으로 인한 기나 긴 피난의 세월, 고된 노동, 모국어를 잃고 좌절과 슬픔을 일기 쓰기로 극복했다.
시작부터 위대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하찮은 우리 삶과 다를 바 없었던 예술가들의 삶. 지긋지긋한 업무의 반복, 상사의 쪼임, 고객의 불만족, 각종 중독과 늘어나는 빚..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버티고 오늘도 눈을 뜨고 출근하는 이 ‘신성한 밥벌이’의 역사, 흔한 ‘무한 반복’의 유산이 오늘날의 카프카, 모네, 헤밍웨이로 남겨졌다. 그들의 평범함과 조우하며 우리의 노동에도 한 줄기 희망이 언제나 나를 비추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 평범한 일상을 ‘꾸준히 해내는 힘’
/ 꾸준함에서 솟아나는 ‘진정성’
타인의 경험을 통해 공감하고, 이 외로운 싸움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함께 하는 ‘연대’임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도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난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의 걸음, 걸음들이 결코 헛된 길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들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반추하며 힘을 얻고 삶을 충만하게 가꾸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 사물 또는 현상의 핵심에 도달하려면 등골이 휠 정도로 시간을 바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듯 진정성은 다른 사람이 보든 안 보든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싸우는 데서 나온다. 온 힘을 모아 쏟아부으면 언젠가 그 힘이 상대에게 도달하고, 그제야 진정성은 빛을 발한다.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지난한 분투와 기다림 끝에야 비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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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