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의 작품은 아름다운 어떤 연주곡을 글로 풀어쓴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느낌이 아마도 심사평에서 말한 ‘정교한 기계가 느리고 아름답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리라. 단 번에 쉽게 이해되는 글은 아니었지만 다시 문장들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현실 속에 있다가도 어느새 바우키스와 필레몬의 신화속으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이 소설은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읽히지만 동시에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수아 소설의 특별한 점은 이 정교한 기계가 제자리에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아름답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심연으로 다다르는 나선형 계단처럼 영원히 움직이는 소설. 이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울리는 “끝없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 그리고 그 발소리가 사라진 이후에 따라올 침묵에 귀 기울여주시기를 바란다. 누구도 떠나지 않고 영원히 머무는 문학의 순간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 | p10, 심사평배수아 작가 외에도 이미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섯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작가마다 고유한 글 스타일이 있어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이 조화로운 한 권의 소설집을 읽었다. 나에게는 최근 읽었던 소설집 중에서 최고- ‘김유정 문학상’은 매해 찾아볼 것 같다. ;)표제작이 워낙 특징적이어서 다른 작품들은 오히려 편안하게(?) 읽혔다. 꼭 고른다면, 다른 작가들 보다는 덜 친숙했지만 글을 통해 더 진한 여운을 남겼던 두 작가가 떠올랐다.” 예소연과 전춘화 “두 작가 모두 처음 읽어본 글이었다는 점,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몹시 궁금해져서 앞으로도 이런 좋은 느낌으로 계속 찾아볼 것 같다는 점,‘ 이건 직접 읽어봐야 해. ’20대 조선족 여성 청년의 서울 적응기를 담은 전춘화의 <여기는 서울>,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아버지만을 위한 장례식이 완성되기까지의 이야기인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특히 전춘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조선족에 대한 나의 인식이 과연 내가 직접 어떤 지식에 근거해 판단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남들이 그러니까 그러더라 하는 식의 오랜 고정관념이었는지,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리셋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사고의 반경을 넓혀주는 것이 문학의 효용이라면 이 책은 나에게 그 모든 효용을 다 했다.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