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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으로 데려다줘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8월
평점 :
안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흐느꼈다. 그녀 역시 고개를 숙였다. 둘은 서로에게 닿게 될까, 조심스러워하며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 p397
“ 와이너리 곳곳에 새겨진 엄마의 흔적을 찾아,
비밀스러운 사랑을 간직한 30년 전의 토스카나로
피오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긴다. “
전신마비 환자인 아빠(프레드)를 돌보며 생활하는 피오나. 그녀의 엄마(릴리안)는 수 년전 세상을 떠났고 이제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피오나의 몫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탈리아에서 걸려온 전화에서 피오나의 ‘생부’인 ‘안톤 클라크’가 사망했으며, 피오나에게 토스카나에 있는 그의 와이너리와 재산을 상속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오래전 릴리안은 피오나에게 생부 안톤에 대해 그가 사는 곳과 이름 정도만 이야기했을 뿐 아버지 프레드에게는 절대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었다. 엄마에게 평생 수치심을 안긴 남자라고만 기억해왔는데 그런 남자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으라니..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영원히 이렇게 자신의 존재의 이유도 모른 채 살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로 날아간 피오나는 어쩌면 자신이 수치심의 산물이 아닌, 어딘가에 있을 둘의 사랑의 결심임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릴리안과 안톤, 그리고 프레드의 삼각관계와 현재 시점에서 피오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작가 줄리안 맥클린의 전작 <이토록 완벽한 실종>에 대한 좋은 리뷰가 많아 기대를 하며 읽었다. 정말 ‘가독성’이 좋은 글은 이런 글이라는 것을 느끼며 470페이지나 되는 책이 읽기 시작하면 어느 새 100페이지는 쉽게 넘어갔다. 번역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던 것일수도 있다. 인물들의 성격을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드러나게 해주어서 이해도 어렵지 않고, 몰입이 잘 되었다. 그 중 프레드라는 인물이 특히 너무 꼴베기싫어져서 (ㅋㅋㅋ) 그가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진짜 뒷통수를 한대 치고 싶어서 참느라 혼이 났다는 이야기.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며 혼란스러운 피오나에게 토스카나의 눈이 부신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의 환대는 그녀를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포근하게 감싸주며 후회와 상처로 가득한 내면의 치유를 돕는다.
“ 사랑은 완벽하지 않고, 예상한 타이밍에 찾아오지 않으며, 종종 희생이 따른다는 것 ”
살면서 수많은 후회의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 후회 또한 내 삶의 일부이다.
매일 아침 내가 받은 축복을 되새기며
주어진 하루의 몫을 다 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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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아는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요. 삶에 있어서 저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 학생일 뿐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 152
네, 인생은 즐기기 위한 거니까요. 긴 하루의 마무리가 달빛 아래서 즐기는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라면 더 바랄 게 없지 않겠어요? | 183
흔들리고 있는 건 릴리언, 그녀의 세상이었다. 안톤을 잃었다는 비통한 마음을 도무지 떨칠 수 없었다. 게다가 프레디가 그녀의 소망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다. | 364
‘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와 영원히 씨름한다 한들 득이 될 것은 없지 않은가? 모든 삶은 ‘했더라면 좋았을걸’ 싶은 것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거와 현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 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