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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평점 :
일흔을 맞이한 데루코와 루이,
그들은 성격도 외모도, 각자가 살아온 삶의 결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 데루코는 45년간의 지옥같은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루이의 ‘도와줘’ 한마디에 가출을 감행한다. 진작 떠났어야 했지만 용기가 없었던 데루코.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일흔이다. 그녀의 남은 생에는 더 이상 눈치보며 살 시간은 없다.
— 루이의 인생 또한 우여곡절이 깊다. 젊은 시절 남편과 4살난 딸 아이를 두고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사랑의 도피를 벌였지만, 그 남자도 도피 4년만에 교통사고로 죽고만다. 아이를 두고 떠났다는 죄책감에 일부러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으며 깊은 슬픔을 애써 가려왔다.
이 두 사람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는 여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고, 위선적이며, 때로는 그들을 어두운 구석으로 몰고간다. 하지만 그들을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나오게끔 이끄는 힘 또한 그 위선 가득한 세상, 그곳에도 존재하는 따뜻한 손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올해 일흔을 맞이한 두 사람이지만,
소설 속의 두 사람에게서는 전혀 일흔이라는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후회하며 보낸 시간이 길어서일까, 더이상 과거와 똑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그들은 나이가 무색할만큼 거침없고 당돌한 둘만의 여행을 이어나갔다.
더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거짓을 말하지 않기로, 아쉬운 마음을 남기지 않기로 결심한 이 당당한 할머니들의 아우라는 그들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따뜻한 온기를 퍼트리며 마을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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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감과 동시에 잊고 있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깨닫기 시작한 두 사람,
“아직도 창창해. 뭐든지 할 수 있어, 우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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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사의 일생은 타인이 멀리서 보기에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처럼 보이겠지만, 소설을 읽는 데루코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 125
불쌍한 나.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 자신을 묶어놓고 있던 나. 하지만 나는 이미 이전의 내가 아니야. | 201
제가 진짜 실망했다는 걸 알고 나니까 대체 뭐지 싶은 거예요. 그이가 죽기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결국 앞으로도 계속 그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더니… | 225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