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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세계 - 30년간 연기를 가르치며 생각한 것들
신용욱 지음 / 부키 / 2024년 9월
평점 :
강동원, 원빈, 한지민, 홍경.. 이름만 들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 배우들의 연기가 단지 대본을 잘 분석하고 잘 외워서, 또는 연기력을 타고나서 이 자리에 섰을까? 그 뒤에는 그들의 연기를 잘 다듬어주는 지도자가 있었다. 30년간 배우들의 연기를 코치해온 신용욱님은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배우를 꿈꿨지만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연기 수업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배우가 되기 위해 연마하는 한편 수업 내내 교수님의 연기 지도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연기 코칭을 준비했다.
“ 오늘 연기라는 세계 속에서 배우가 아닌 연기 선생으로서의 세계를 발견한 나처럼 어떤 형태로든지 원하는 것을 쫓다 보면 어떻게든 길은 열린다. ”
| p99
‘한발 물러서기’
단지 내가 연기를 하겠다는 열망 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연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연기 지도와 수업 자체에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던 것이 오늘날의 연기코칭을 이끌어준 발판이 되었다. 연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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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시간
발견의 시간
배움의 시간
채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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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각각의 노력에 들이는 ‘시간’이었다. 필연적인 기다림의 시간을 인내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기쁨, 재능을 발견하고, 실패와 노력을 통해 배우며 나를 채워나가는 것, 곧 준비된 사람이 되는 것.
다가오는 기회를 붙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회’라는 것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 배우로서의 앞날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같겠지만, 좋은 연기 습관을 찾아 나가며 그 시간을 잘 견뎌 내 보자. 그렇게 쌓아 온 시간이 있는 한, 정답이 없는 이 길 위를 헤매더라도 결코, 길을 잃진 않을 것이다. ” | p189
연기에 대한 에세이는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연기에 대한 열정, 노력, 인내 이런 것들은 결국 ‘삶’과 맞닿아 있었다. 내가 연기와는 상관없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거기에 담긴 진심,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같은 것들은 나에게도 울림을 주기 충분했으며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을 해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족들과 긴 연휴를 보내며 몸도 마음도 쉴 수 없었지만 이 책 한 권이 나에겐 휴식보다 달콤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복잡한 스토리나 너무 마음을 뒤흔드는 책은 읽을 수 없었는데 때마침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책,
‘오직 사랑하라’ 이르는 책
그것은 연기도, 읽는 것도,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랑을 이어나가는 한
우리는 계속 살아 숨쉬며,
그렇게 견뎌온 시간, 쌓아 온 시간은
정답이 없는 길 위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