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엔딩 클럽 티쇼츠 2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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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엔딩클럽 #조예은 #위즈덤하우스키즈

조예은 작가가 맞나?
내가 아는 그 서슬퍼런 글 속의 조예은 작가?
청소년 문학은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작가들은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글쓰는 영혼’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이다.

앞서 만났던 #트로피컬나이트 #꿰맨눈의마을 #만조를기다리며 에서 만났던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 (당연하지!) 대신 이렇게나 말랑뽀짝 오싹한 청소년 문학을 써내다니.


콩가루같은 집구석, 매일 지지고볶는 엄마,
아빠에게 신물이 난 ‘제미’,
아이돌 연습생이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곧 그만 두어야할 위기의 ‘환희’,
힘 쎈 친구의 학교폭력으로
지옥같은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수림’,
이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죽고싶다’.

때마침 이 학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생물실 괴담’이 있었으니,
붉은 달이 뜨는 밤,
생물실에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난다는데…
이거 잘 만 이용하면, ‘죽을 수 있겠는데?’

그렇게 ‘초승달 엔딩 클럽’이 조성되고,
그들은 과연 무사히(?) 죽음에 이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알맞다. 스토리의 흐름, 속도, 주인공의 행동, 대화,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세지까지 모든 것이 딱! 적당했다. 이 책의 독자는 청소년이기에 그들이 읽기 좋게 더도 덜도 말고, 어렵게 둘러둘러 말하지 않고, 짧고 굵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졌다.

책을 읽고 이런 ‘속 시원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분명 독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독서를 통해 얻는 성취감, 늘 알고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지혜, 공감, 위로 같은 것들이 쌓이는 것은 어떤 문제집을 풀어서도 얻을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 저는 독서가 좀 더 보편의 취미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가볍게 즐기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책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장 크게 줄여 주는 건 어린 시절의 즐거운 읽기 경험 같습니다. 공부하듯이 의도와 주제를 찾기보다는 단지 즐겨 주시기를요. 여러 복잡한 문제들 사이에서 이 책이 잠깐의 휴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짧은 몰입을 통해 자그마한 공감과 위로까지 얻어 가신다면 무척 기쁘겠습니다. ”
| p166,


네, 너무나요.
내가 이런 깨달음, 경험의 소중함을 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전혀 몰랐다는 것이 마흔이 되도록 아직도 아쉽지만, 그 시절의 친구들, 같이 달리고 울고 웃고 했던 시간이 떠올라서 행복했습니다.



끝내고 싶은 마음은 더 이상 기대하고 싶은 미래가 없을 때 강력해진다. 실행력은 고통보다는 지긋지긋함에서 온다. | 40

걔가 무서운 게 아니라, 걔 때문에 훼손된 나를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리셋하듯이. | 47

죽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죽음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가만히 앉아서 닥쳐 오기를 바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 84

집은 너무 고요했다. 꼭 붉은 생물실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같았다. 괴물에게 쫓길 때에는 살고 싶은 의지가 퐁퐁 샘솟았는데, 현실로 돌아오자 차라리 쫓기던 순간이 그리워졌다. | 112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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