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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사랑
윤성용 지음 / 멜라이트 / 2024년 8월
평점 :
글을 통해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 사람의 삶의 흐름을 조금씩 따라가 보는 것, 특히 에세이를 읽을 때 자주 그런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이 전하는 문장 속에서 때로는 현실에 대한 불안이 가득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 어둠의 장막을 걷고 나와 당당하게 그것을 마주하는 모습. 문득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알 수 없는 친밀감이 솟아나고,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내내 그들의 글 옆에서 따라 걷게 만든다.
윤성용 작가는 #친애하는아침에게 라는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때도 유난히 다정하고 속깊은 말들에 많은 위로를 얻었었다. 이 책은 그 사랑과 다정함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조금 더 드러나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하셨는데, 이야기들을 읽을 수록 ‘결’이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본 듯한 기분이었다.
“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그 안에서 체득한 지식, 훑고 지나간 감정들을 심연에서 길어 올린다. 독자는 그 자취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때에 따라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도중에 멈추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길을 걷다 보면 우리가 보낸 서로 다른 시간이, 각자의 기쁨이, 소박한 다짐이, 결정적인 조언이,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문장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
| p79, 마음을 비추는 문장들
차곡차곡 쌓인 그의 문장들로,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경험을, 그 시간을, 소소한 깨달음들을 한데 모아서 마음 한켠에 자리를 마련한다. 내가 언제든 돌아가 꺼내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방,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그 방에 이 책 한권이 더 놓여진다. 그리고 ‘이를테면, 사랑’ 이라는 답을 꺼내기 위해서 그가 던진 질문에 이제는 우리가 답해볼 차례다.
지금껏 나를 살아가게 만든 것은,
이를테면, 사랑
가장 힘든 시기에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이를테면, 사랑
차갑고 어두웠던 나를 밝은 곳으로 이끌어준 것은,
이를테면, 사랑
세상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무채색의 아스팔트는 햇빛과 그림자로 나뉘었다. 텅 빈 운동장도 더 이상 쓸쓸하지 않았다. 나뭇잎들이 새처럼 흔들렸다. 공기에서 여름 냄새가 났다. 그것은 바다의 상쾌함과 나무로 된 마루와 건조된 빨래의 흔들림을 닮아 있었다. 좀 더 오래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p32, 여름 같은 웃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나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나, 그리고 당신,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작은 존재다.’ 이 문장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감추기 위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안하고 자유로워진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 p53, 당신에게는 잠깐의 위로이기를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소중한 것들을 붙잡으려 애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되돌아본다. 떠남과 남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날들에서도,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온전히 서 있기를 바란다. | 196, 떠나는 것들, 남겨진 것들
세계는 아름답다. 우리는 그 사실을 기억한다. 이토록 불안하고 막막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뿐이다. 일찍이 삶을 기록한 덕분에, 나는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순간들을 지닐 수 있었다. 나는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그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 혹은 지나간 시간 속에서 가만히 그러나 분명하게 반짝일 수 있도록 힘껏 품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 216, 세계는 아름다우니까
오히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나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닮았고 또 너무나 다르기에. 함께이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고 싶기에.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증오하기에. 늘 갈구하면서도 정을 붙이기는 어려운 것이 삶이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에세이를 읽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218, 에세이를 읽는 이유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