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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별게 다 행복 - 내일은 내일의 파도가 온다 ㅣ 아잉(I+Ing) 시리즈
박수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평점 :
남해에서 ‘아마도책방’과 ‘남쪽계절’을 운영하고 있는 작가 박수진님의 서핑 에세이.
나는 서핑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게 없고 그저 먼 발치에서 지켜봤던 경험 뿐이지만, 보드를 밀며 바다 한 가운데로 헤엄치는
서퍼들의 이야기는 예상과 달리 몹시 ‘다정‘했다.
* 나처럼 서핑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준비물, 가이드, 서핑숍, 서핑 성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도 잔뜩 제공하는데 여기에 서핑 관련 용어나 에티켓, 작가가 직접 겪어보고 알려주는 서핑 팁들이 가득하다.
* 이제 막 서핑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그리고 한 두번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무릎을 탁! 치며 읽게 될 것이다.
* 책의 표지와 내용 중간중간에 삽입된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귀여운 그림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서핑에 대한, 서핑으로 인해 변화하고 성장해온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혼자 지내는 것은 생각처럼 자유롭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다 그만두고 떠나기 전에 서핑 한 번 해보자!’
고 시작했던 서핑이 흔들렸던 작가를 단단히 뿌리 내리도록 도와주었던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예전의 내가 모든 파도를 이겨 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내게 맞지 않는 사도는 흘려보낼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달까. | p80
세트를 타야 한다는 말은 곧 파도를 기다릴 줄 아는 서퍼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서핑은 기다림의 스포츠다. 파도는 내가 원한다고 빨리 오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늦게 오는 것도 아니다. | p105
그러고 보면 서퍼란 항상 와이프 아웃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즉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는 사람이 아닐까. 겁내지 않고 안전하게 잘 넘어질 수 있도록 정련하는 마음. 무수한 와이프 아웃의 실패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다시 해 보는 마음. | p116
그동안 접해왔던 서핑과 서퍼에 대한 이미지는 거대한 파도를 멋지게 가르고 내려오는 모습이 전부였지만, 그들이 거대한 파도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패들링이 있었고, 수도 없이 파도에 떠밀려 와이프-아웃 당하면서도 기어코 그 파도에 몸을 얹은 사람이라는 것, 수도 없는 실패를 딛고 일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좀 더 내밀하고 순수한 행복의 결정체가 무엇인지를 엿본 것 같은 마음이랄까.
뜨거운 태양에 잔뜩 붉게 달아오른 열기를 잠재우듯, 잠시 눈을 감고 파도가 몰아치는 송정 바닷가를 상상해본다. 나는 또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며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으로 부끄럽게, 조용히 속으로 서퍼들을 응원하는게 전부일테지만. 나는 나만의 작은 바닷가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숨을 쉰다. 깊고 따뜻한 숨을 쉬며 또 내일의 바다를, 내일의 파도를 상상할테다. 아, 이 대리만족 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다니…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그 마음을 원동력 삼아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책과 함께 하는 삶, 바다를 곁에 두고 서핑을 즐기는 삶이 결국에는 나를 어디에 데려다 놓을지 궁금해진다. | p160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