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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기요는 자수를 할 때가 제일 즐거워 보이는구나.”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소년, ‘기요’는 자수를 좋아한다.
누군가의 독서가 그렇듯, 누군가의 축구가, 달리기가, 피아노 연주가 그렇듯, 자수는 기요에게 실과 바늘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그 안에서 자신을 찾고, 가족을 이해하고, 편견에 맞서는 용기를 갖게 해주는 것 이상이다.
나는 ’기요의 자수‘와 ’나의 책읽기‘가
묘하게 겹쳐보였다. 그저 책을 읽듯, 달리기를 하듯, 그냥 자수일 뿐인데. 그가 자수를 즐기는 것이 왜 불편한 것이 되었을까.
기요의 순수한 열정을 성별과 연관시키고, 남자라서 하면 안된다는, 그런 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편견이 자연스러운 것은 어쩌면 어른들이 만들어낸 틀에 스스로 갖혀버린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평범함을 원하는 엄마,
사쓰코의 마음도 너무 잘 알것 같았다.
‘실패할 권리’와 ‘비에 젖을 자유’
모두가 그 아이의 선택이고 스스로 경험을 통해 깨닫도록, 나는 그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내 아이가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책의 페이지를 넘길 수록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속에 담긴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쌓여갔고, 작가 데라치 하루나는 어느 인물의 서사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충실하게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 것이 보였다.
‘물을 수놓다’가 무슨 의미일까
책을 읽기전부터 궁금했다.
물이라는 생동하는 흐름과 하나가 되는 것.
어딘가에 고이지 않고 내내 흘러가는 것.
아마 물이라는 것은 기요의 이름처럼
그를 지켜주는 단단하고 힘있는 흐름이리라.
이 다정한 이야기 속에는 반짝이는 물빛처럼
누나의 드레스에 놓여진 고운 자수처럼
억지로 거스르려 애쓰지 않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라고,
‘그래도 좋다’고 말해주는것 같았다.
그래도 좋다.
물처럼 흘러가자.
눈부신 반짝임으로 가득한 윤슬을 바라보듯.
그렇게 흘러가보자.
“ 흐르는 물은 결코 썩지 않는다 항상 움직인다. 그렇기에 청정하고 맑다. 한 번도 더렵혀진 적 없는 것은 ‘청정함’이 아니다. 계속 나아가는 것, 정체하지 않는 것을 청정하다고 부르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많이 울고 상처 입을 테고, 억울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움직이길 소망한다. 흐르는 물처럼 살아다오. ” | p285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