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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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둘러앉은 이들이 육십 년 넘게 각자 아등바등 살아온 지난한 세월의 기억은 이제 막 출발하였으므로, 그것을 누군가 수신하여 돌아볼 즈음엔 이들 자신은 이미 새로운 역사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각자 별과 같지 않을까. 머리 위에 박힌 별빛도 몇 만 년전의 아득한 발현이 이제야 막 도착한 셈이니, 지금 막 이 땅 위에서 지각하는 별의 기억은 지금 천천히 돌고 있는 별의 생명과 삶에는 하등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310


- 잘 나가는 스타 작가인 엄마 ‘곽문영’과, 그렇지 못한 평범한(?) 딸 ‘곽용호’. 그녀의 이름처럼 대단한 태몽을 안고 태어난 용호는 어째 이름과는 달리 항상 엄마의 그늘에 가려져 어딘가 늘 어둡다. 평생 자신의 삶을 의도치 않게 엄마와 비교당하고 억눌린 채, 근본을 알 수 없는 화가 가득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 사실 초반에는 자신이 이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사는 것이 나를 돌보지 않고 일만 하는 엄마 탓이라며 징징거리길래 좀 반감도 들고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삼수해서 대학간게 왜 엄마탓이야? 취업 못하고 사회에 발들이지 못하는게 도대체 왜 엄마탓이냐고…
그래서 난 이 이야기가 그런 엄마와 딸이 ‘작가’라는 직업과 일을 통해 화해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추측은 말그대로 경기도 오산.
화해는 화해이긴 한데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의 화해이고 어쩌면 쉽게 지나쳤을 것들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이었다.

- 또한 ‘꿈’이라는 소재는 처음에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라 나는 이 소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초반의 용호의 태몽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그냥 그게 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물론 마지막에 그 꿈이 결국 큰 일을 해내지만… ^^ 나의 경우, 책 소개에서 꿈, 태몽을 다루는 소재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생각보다는 그 부분이 크게 다루어지지는 않아서 판타지 소설로 갈뻔한 이야기가 어쩌면 좀 더 현실에 주저앉았을지도 모르겠다.

- 설재인 작가의 글은 처음이라 궁금했는데 아, 이분 이야기꾼이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술술 흘러가서 어느 새 책이 끝나고, 그 상황이나 주인공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참 감성적이고 아름답게 펼쳐졌다. 그리고 별빛에 대한 비유는 오래도록 머리에 남을듯 하다.

- 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은, 이미 수백광년의 이야기를 담고 여기까지 닿았다. 그렇게 나의 눈에 닿은 빛은 내 눈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지나온 시간을 다 잊어버려도 슬프지 않고, 아쉬울 것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 머리 위에 흐드러지는 별빛이 있으니까. 상실과 이별, 잊혀짐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보다 거기가 바로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 될테니까. 그렇게 너와 내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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