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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루 ㅣ GD 시리즈
티아구 호드리게스 지음, 신유진 옮김, Nyhavn 사진 / 알마 / 2023년 10월
평점 :
희곡은 처음이었다.
아마 읽었어도 기억을 못할 것이다.
나에게 <소프루> 이전의 희곡은
마치 기억상실처럼 머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소프루 #티아구호드리게스 #신유진옮김 #알마출판사
오래된 극장의 프롬프터와 예술감독의 대화.
예술감독은 마땅히 무대 밖에 존재해야할
프롬프터에게 역할을 하나 제안한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기획한 것이다.
평생 무대 바깥에서 그의 손끝만이
무대 조명 아래에서 존재를 알리는 전부였는데,
그에게 무대 위로 올라오라니.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전해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예술감독이 주목한 것은
소멸해가는 연극 무대에 말 그대로,
‘숨을 불어넣는 역할’
그것 자체를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
누군가 우리에게 오직 이 세계만이 가능하다고 말할 때,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죽음이고, 우리는 죽음과 싸우는 타자들임을 알기. 그러기 위해 우리는 공공장소들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은밀한 장소를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는 신비한 것에 자신을 바치는 순간을, 우리가 우리를 만나 “여기에 있는 우리는 어쩌면 소수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살아남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을 지켜내야만 한다. 고함을 치는 대신에 속삭이기. 세상의 소란을 거부하기. 우리가 듣고 싶지 않을 때도 늘 그곳에 있었던, 침묵 사이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듣기. 바람의 소리를, 생각의 호흡을, 장소의 정신을, 우리가 처음으로 자신을 마주한, 하나뿐인 그 짧은 순간을 지켜내기. 무엇보다 죽지 않을 것.
| 21장, 예술감독의 말, p. 86
연극은 내 입을 통해 목소리를 타고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새로 태어난다.
눈으로만 읽었던 텍스트에 생명이 입혀지는 순간.
그 말들은 어김없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서
그 숨결을 전한다.
|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마치 있는 것처럼,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믿게 하기 위해
먼저 믿는 것이 연극이라고.
연극은 사실이 아닌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믿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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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칼어로 소프루는 ‘숨’이라는 뜻이고,
프롬프터는 소프라도르,
숨을 불어넣는 사람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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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지
<소프루>를 통해 배운다.
숨은 태어나게 하는 것,
일으키는 것,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은 끝의 반대이고, 폐허의 희망이다.
| 옮긴이의 말, p. 190-192
소설, 에세이와 같은 일반적인
문학 작품과는 판이하게 다른 매력의 #희곡
그것도 티아구 호드리게스라는
문학적 표현 능력이 탁월한 연출자가 쓴 희곡이라면,
분명 읽는 사람에게 다른 차원의 연극 한 편을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희곡 한번 읽어보세요, 당신의 목소리로요.. :)
𝑏𝑦 𝐻𝑒𝑑𝑑𝑎 | @essay__h